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왼쪽)과 김장산 북한축구협회 서기장 ⓒAFPBBNews = News1
[스포츠한국 김명석 기자]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이 북한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북한의 ‘무관중·무중계’ 경기를 직접 지켜봤다. 인판티노 회장은 이같은 사태에 실망감을 감추지 않는 한편 북한축구협회에도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15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북한의 2022 카타르 월드컵 2차예선은 비단 국내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많은 관심이 집중됐다. 1990년 남북통일축구 이후 29년 만에 평양에서 펼쳐지는 맞대결이었기 때문. 영국 가디언은 “두 개의 코리아가 평양에서 만난다”고 조명했다.

그러나 세계적인 관심과는 별개로 경기 생중계는 무산됐다. 지상파 3사가 경기 전날까지 중계권료를 놓고 협상을 벌였지만, 북한 측의 무리한 요구에 결국 협상이 결렬됐다. 국내 취재진이나 응원단의 방북도 모두 제한됐다.

심지어 북한은 자체적으로 ‘무관중 경기’까지 치렀다. 당초 5만 명 수용이 가능한 경기장을 북한 관중들이 가득 메울 것으로 예상됐으나, 북한은 단 한 명의 일반관중도 입장시키지 않은 채 경기를 치렀다. 중계는 물론 관중도 없이, 그야말로 기이한 월드컵 예선 무대가 펼쳐진 셈이다.

이날 경기장엔 인판티노 FIFA 회장도 있었다. 한국-북한전을 “역사적인 경기”로 표현한 인판티노 회장은 FIFA 홈페이지에 통해 공개된 인터뷰를 통해 진한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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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판티노 회장은 “관중석이 가득 찰 것으로 기대했지만, 관중들이 한 명도 없어 실망스러웠다”면서 “생중계 문제나 외신 기자들의 취재 제한 등 여러 이슈들도 들었다. 언론의 자유나 표현의 자유는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물론 세상을 한순간에 바꿀 수 있다는 것은 순진한 것”이라면서도 “북한축구협회에 문제를 제기했다. 축구가 북한을 포함해 세계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판티노 FIFA 회장이 직접 문제를 제기하면서 관련 규정 변화 등에 대한 관심도 쏠린다. 예컨대 한국과 북한전 중계가 무산된 배경에 자리 잡고 있는 아시아축구연맹(AFC)의 규정 등에 변화가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월드컵 2차예선의 경우 티켓 판매나 중계권 등 모든 마케팅 권리가 개최국에 있다. 최종예선부터 AFC가 그 권리를 갖는다. 북한이 높은 중계권료를 요구하는 바람에 협상이 결렬된 것, 이 과정에서 AFC나 FIFA 등 관련기관들이 사실상 무대응으로 일관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이다.

이같은 규정 등을 FIFA 차원에서 손을 볼 경우, 북한 역시도 더 이상 막무가내식으로 경기를 치르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 직접 무관중·무중계 징계를 지켜본 인판티노 회장의 향후 행보, 그리고 이에 따른 북한의 변화에 관심이 쏠리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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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경기는 득점 없이 비겼다. 한국과 북한은 내년 6월 4일 한국에서 월드컵 예선을 또 한 번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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