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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김명석 기자] 29년 만에 성사된 평양 원정이 진한 아쉬움만 남긴 채 치러지게 됐다. 축구대표팀은 북한이 걸어둔 온갖 제한에 시달려야 했고, 축구팬들은 생중계마저도 접할 수 없게 됐다.

지난 7월 2022 카타르 월드컵 2차예선 조 추첨 당시부터 화두는 평양에서 남북대결이 펼쳐질 지 여부였다. 2008년 두 차례 월드컵 예선 당시엔 모두 중립지역인 중국 베이징에서 열렸는데, 당시보단 남북관계가 호전된 데다가 2년 전 여자축구가 방북했던 경험이 있던 터라 기대감이 쏠렸다.

그리고 북한이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한국과의 월드컵 예선전을 치르겠다고 AFC(아시아축구연맹)에 전하면서, 1990년 이후 29년 만에 남자축구 평양 원정이 성사됐다. 평양에서 경기가 열리는 것은 역대 두 번째이자, 월드컵 예선은 처음이었다. 국민적인 관심이 쏠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다만 경기 일정은 다가오는데, 북한은 눈과 귀를 닫은 채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정부 당국과 대한축구협회 등은 이동경로를 비롯해 취재진·응원단의 방북 여부 등과 관련해 수차례 북한에 문의했지만, 북한의 시원한 답은 좀처럼 없었다. 대한축구협회 등은 최대한의 경우의 수에 모두 대비한 채 그저 북한의 통보만을 기다려야 했다.

평양 원정 성사 여부조차도 불투명해지던 이달 초가 되어서야 조금씩 윤곽이 드러났다. 다만 온갖 제한들이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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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경로는 중국 베이징을 거친 뒤 평양에 입성하는 1박2일 코스가 됐다. 평양은 육로로 3시간 거리이고, 파울루 벤투 감독도 육로를 선호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끝내 무산됐다. 선수단은 13일 중국 베이징으로 떠난 뒤, 14일 오후에야 평양에 들어섰다. 경기 전날이었다.

또 UN의 북한 제재와 맞물려 선수들은 휴대폰은 물론 각종 전자기기나 심지어 책까지도 함께 가져가지 못하는 제한에 시달려야 했다. 가져간 모든 물품들을 고스란히 되가져와야 하는 등 평소 다른 원정경기와는 달리 여러 가지 신경 써야 할 부분들이 더해졌다.

응원단의 방북은 무산됐다. 자연스레 김일성경기장 5만 여 좌석은 북한 관중들로만 가득 들어차게 됐다. 2년 전 여자축구 남북대결 당시 이 분위기를 경험해 본 지소연(첼시WFC)은 “소름이 끼칠 정도의 분위기”라고 전했는데, 대표팀은 일방적인 분위기 속에 경기를 치러야 하는 상황이 됐다.

취재진의 방북도 취소됐다. 이미 방북할 언론사와 취재진까지 모두 추려진 상황이었지만, 북한이 이를 거절했다. 심지어 경기 중계마저도 경기 전날 무산됐다. KBS 등 지상파 3사가 마지막까지 협상에 나섰지만, 북한측이 중계권료를 높이는 바람에 협상이 결렬됐다.

국제방송 신호를 통한 중계가 마지막 방법이긴 하지만, 이마저도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 결국 문자중계에 무게가 쏠리고 있는 가운데, 이마저도 세세한 상황들이 시시각각 전달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북한이 어느 정도의 통신수단을 마련하느냐도 중요한 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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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앞서 지난달 먼저 평양 원정경기를 치렀던 레바논의 경우도 취재진의 방북이 제한됐고, 결국 생중계 없이 경기가 끝난 직후 결과만 전달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악의 경우 한국 역시도 지극히 제한적인 정보만을 접할 수도 있는 셈이다.

이번 한국과 북한의 남북축구는 29년 만에 평양에서 성사된다는 점에서 국민적인 관심까지 받고 있던 상황. 다만 북한축구가 눈과 귀를 막은 채 스스로 고립을 택한 탓에 그 피해는 대한민국 선수단, 그리고 대한민국 팬들에게만 향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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