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캄보디아전서 여성 경기장 입장 허용
이란 여성의 축구장 입장은 무려 40년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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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김명석 기자] 10일 오후 10시30분(이하 한국시각) 이란 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란과 캄보디아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은 이란 축구사에 여러 모로 의미 있는 경기가 됐다.

이날 이란은 카림 안사리파드(알 사일리야)의 4골과 사르다르 아즈문(제니트)의 3골 등을 앞세워 캄보디아를 무려 14-0으로 대파했다. 이란이 월드컵 예선에서 14골을 터뜨린 것은 지난 2000년 괌을 상대로 19-0으로 대승을 거둔 이후 최다 골 기록이다.

그런데 14골이라는 기록보다 더 의미 있는 일이 있었다. 이날 경기장 관중석에 여성 관중들이 당당히 입장한 것이다.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이란에서 여성이 축구경기장에 입장한 것은 무려 40년 만의 일이다.

그동안 이란은 여성의 축구장 입장을 불허해왔다. 1979년 이슬람혁명 뒤 종교 율법이 엄격하게 시행되면서 취해진 제한이었다. '여성은 축구장에 입장할 수 없다'는 명시적 규정은 없으나, 남녀가 공공장소에 함께 있으면 안 된다는 보수적 이슬람 율법 해석 등이 여성의 축구장 관람을 제한해왔다.

만약 축구장에 들어가고 싶은 여성 관중들이 있다면, 몰래 남장을 하고 경기를 지켜봐야 했다. 그런데 지난 3월 한 여성이 경기장에 들어가려다 체포된 뒤, 재판을 앞두고 분신해 사망하는 일이 일어났다. 이른바 '블루걸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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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국제축구연맹(FIFA)이 이란 정부와 이란축구협회를 압박했고, 이란 현지에서도 비판 여론이 거세게 일어났다. 결국 이란 당국이 제한적으로나마 여성 관중들의 입장을 허용했다. 10일 캄보디아전이 그 역사적인 경기였다.

다만 자유로운 응원은 어려웠다. 여성 구역이 별도로 분리되고, 입장권수 역시 전체 관중석의 4% 정도에 그쳤기 때문. 또 여성 구역 주변엔 남성 관중들의 물리·언어적 폭력 등을 방지하기 위해 2m 정도의 임시벽도 설치됐다.

여성에게 판매된 입장권수 등을 두고 여전히 남녀 차별 관습이 깨지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왔지만, 그래도 40년 만에 여성이 당당하게 축구장에 입장할 수 있게 됐다는 사실만으로도 의미 있는 변화의 시작이라는 시각도 있었다.

미국 CNN과 뉴욕타임스, 영국 BBC 등 주요 외신들도 “40년 만에 처음으로 이란 여성들이 공식적으로 경기장에 입장했다”며 관련 소식을 전했다.

BBC는 “이날 여성들을 위해 3500장의 티켓이 팔렸고, 경기 시작 1시간 전에 이미 여성팬들을 위한 관중석이 가득 찼다”면서 “이날 이란은 캄보디아에 무려 14-0으로 승리했지만, 이는 관중석에서 일어난 역사적인 일만큼 중요치는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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