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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김명석 기자]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이 2022 카타르 월드컵 예선 무대에서 첫 번째 경고를 받았다. 교체 사인 이후 벤치로 향하던 과정에서 받은, 다소 억울할 만한 옐로카드였다.

상황은 이랬다. 무대는 10일 화성종합경기타운 주경기장에서 열린 스리랑카와의 월드컵 예선이었다. 한국이 6-0으로 앞서던 후반 16분 코너킥 상황, 손흥민을 향해 교체사인이 났다. 대기심 쪽에는 권창훈(SC프라이부르크)이 대기 중이었다.

손흥민은 페널티 박스 안에서 대기 중이던 김신욱(상하이 선화)에게 직접 주장 완장을 채워줬다. 그리고 권창훈이 서 있던 대기심 쪽으로 천천히 뛰어갔다. 2골1도움의 맹활약을 펼친 손흥민에게 팬들은 뜨거운 박수를 보냈고, 손흥민도 그런 팬들을 향해 박수로 화답하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이란 국적의 하산 아크라미 주심이 손흥민을 향해 옐로카드를 꺼내들었다. 교체 상황에서 고의적으로 시간을 끌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손흥민은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파울루 벤투 감독과 선수들이 항의했지만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우선 손흥민이 경고를 받은 배경엔 ‘새 경기규칙’이 자리 잡고 있다. 국제축구평의회(IFAB)는 앞서 핸드볼 파울이나 코칭스태프의 경고·퇴장 등 여러 새로운 규칙을 신설해 6월부터 적용 중이다. 이 안에는 교체 대상이 되는 선수에 대한 규칙도 신설됐다.

기존에는 손흥민처럼 벤치 앞 교체 구역에서 교체가 이뤄졌다. 그러나 새로운 경기 규칙은 벤치 앞 교체 구역이 아닌, 자신으로부터 가장 가까운 경계선을 통해 경기장을 떠나야 하는 것으로 규칙이 바뀌었다. 교체로 인한 시간 지연을 막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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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주심도 김신욱에게 주장 완장을 채워주는 손흥민을 향해 골대 뒤쪽 라인을 통해 경기장을 빠져나갈 것을 명확히 지시했다. 다만 손흥민은 주심의 이러한 지시를 뒤로한 채 벤치 쪽 교체 구역으로 향했다. 주심이 손흥민을 향해 옐로카드를 꺼내든 배경이다.

그러나 통상적으로 시간 지연에 따른 경고는, 근소한 점수차로 앞선 팀이 경기 막판에 시간을 끌었을 경우에 주어진다는 점에서 주심의 판단은 고개를 갸웃할 만했다. 손흥민 이후 다른 선수들의 교체에는 별다른 지시가 없었다는 점도 마찬가지다.

더욱 논란이 되는 것은, 이 정도로 엄격한 기준을 제시한 주심이 정작 경기 중 일어난 과격한 장면들은 외면했다는 점.

예컨대 공중볼 경합 과정에서 손흥민을 팔로 가격하거나, 쓰러져 있던 백승호(다름슈타트)의 가슴을 발로 찬 덕슨 푸슬라스는 두 차례나 비신사적인 파울을 범하고도 옐로카드조차 받지 않았다. 손흥민만을 향했던 엄격한 기준, 그리고 옐로카드가 찝찝함을 남긴 이유다.

경기 후 벤투 감독은 “누가 6-0으로 이기는 상황에서 시간 끌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며 “승부가 기울어진 상황에서 경고를 준건 주심이 주목을 받고 싶었던 것 같다”고 주심의 판정을 향해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했다.

한편 월드컵 예선 역시도 경고 2회가 누적될 경우 다음 경기에 나설 수 없다. 한국의 월드컵 예선 다음 일정은 15일 오후 5시30분 북한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리는 북한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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