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과연 K리그와 세계 최고 리그와의 간격은 어떻게 될까. 단순히 ‘수준이 높다’, ‘더 빠르다’와 같이 추상적인 느낌이 아닌 각 수준에 모두 뛰어본 선수들의 얘기를 듣는 것이 그나마 가장 정확할 것이다.

물론 개인마다 생각의 차이는 있을 수 있기에 그동안 밝혀진 많은 선수들의 인터뷰를 통해 K리그부터 EPL 등 세계 최고 수준을 간접 체험해본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AFPBBNews = News1
▶K리그는 어느정도 수준의 리그인가

일단 K리그가 어느정도 수준의 리그인지를 알아야한다. EPL에서도 뛰고 잉글랜드 2부리그인 챔피언십에서 주로 뛴 조던 머치(前 경남FC)는 “K리그에 뛰어보니 잉글랜드 2부리그인 챔피언십과 상당히 닮아있었다. 태클이 많고 매우 거칠다. 더 거친 것 같다”고 했다.

베트남 출신 1호 K리거였던 쯔엉(前 인천, 강원)은 “훈련 때 한국 선수들과 부딪쳐 보니 체격과 체력에서 많이 밀렸다. 체격이 왜소한 편인데 기술적인 면보다는 우선 근육량을 늘리는 등 피지컬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한 “K리그는 하이레벨이다. 체력적으로 강하다”고 말했었다.

베트남 2호 K리거이자 올시즌 반년간 인천에서 뛴 콩푸엉에 대해 시즌 초반 안데르센 전 인천 감독은 콩푸엉을 활용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콩푸엉의 경우 아직 K리그에서 뛰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많다. 체력과 경기력이 떨어진다”고 평가한 바 있다.

대구FC의 일본인 미드필더 츠바사는 고국의 J리그와 K리그의 비교에 대해 “공의 움직임이나 선수들의 피지컬, 스피드, 플레이 등은 J리그보다 높다고 생각한다”고 했고 K리그2 수원FC에서 뛰는 북한 국가대표 안병준은 “확실히 K리그는 J리그와 비교해 피지컬적으로 강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일본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해 올시즌 K리그1 전북에서 뛰고 있는 수비수 김민혁은 “한국은 피지컬적인 면에서 일본과 차이가 크다. 패스 축구도 잘 이뤄지지만 기본적으로 체격과 체력에서 K리그가 훨씬 앞선다”고 말한 바 있다.

모든 말을 종합하면 K리그는 ‘피지컬적, 체력적으로 강하면서 거친 아시아 최상위 리그’로 종합할 수 있다.

베트남의 스타 콩푸엉. 프로축구연맹 제공
▶한국선수들에게 듣는 K리그와 유럽 중상위권 리그와의 차이

그렇다면 K리그와 유럽 중소리그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수원 삼성에서 뛰다 프랑스 디종으로 갔던 권창훈은 “환경, 선수 개개인의 역량, 프랑스 특유의 스타일 등등이 다 다르다. 피지컬도 다르고, 조금 더 프로페셔널한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전북 현대에서 뛰다 독일 2부리그인 홀슈타인 킬로 이적한 이재성은 재밌는 질문에 답한 바 있다. 지난시즌 K리그 우승팀인 전북이 독일 2부리그 상위권팀들과의 대결에서 어떤 성적을 거둘지 묻는 질문에 답한 것이다.

“초반에는 전북이 치고나갈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리그 팀들이 적응하면 조금씩 힘들어질 것 같다. 전술적으로 독일 팀들이 연구를 많이 하고 대응을 잘 한다. 전북이 온다면, 꾸준히 잘 하긴 힘들 것 같다. 또 피지컬적으로도 독일 선수들이 좋다. 독일 2부에서 상위권 전력이긴 하지만 아주 강하지는 않다는 생각이다.”

K리그 성남FC를 거쳐 일본 감바 오사카에서 활약했던 황의조는 유럽 5대리그의 5번째 리그인 프랑스 리그1의 보르도로 진출했다. 자신이 해오던 축구와 프랑스 축구의 차이에 대해 외신을 통해 “일본과 프랑스 리그는 완전히 다르다. 프랑스는 개개인의 신체 능력이 정말 굉장하다. 프랑스의 공수 전환이 빠르며 피지컬도 필요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리하면 K리그는 아시아에서 피지컬적으로 강한 리그라고 평가받지만 K리그를 거쳐본 선수들은 프랑스든 독일 2부든 더 피지컬적으로 강하고 공수 전환의 속도 등이 매우 빠르다고 한결같이 말한다.

프랑스 리옹에서 잉글랜드 토트넘으로 이적한 은돔벨레. ⓒAFPBBNews = News1
▶최상위 리그는 얼마나 다른가

잉글랜드의 EPL, 스페인의 라리가 등 세계 최상위 리그는 그렇다면 어떠할까. 손흥민과 동료가된 미드필더 탕귀 은돔벨레가 프랑스 리그1과 EPL을 비교했다.

올림피크 리옹 소속으로 뛰다 올시즌을 앞두고 토트넘으로 이적한 은돔벨레는 “EPL에서는 공이 더 빠르게 움직이고 더 격렬하다. 프랑스에서는 공을 잡으면 잠시 진정할 시간이 있었다. 하지만 EPL에서는 곧바로 밀고 전진해야한다. 가능한한 이런 부분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라고 말한 것.

황의조는 K리그와 J리그를 거친 후 프랑스에 와 “공수전환이 빠르고 피지컬적으로 매우 강하다”고 평가했는데 프랑스에서 잉글랜드로 간 은돔벨레는 “EPL의 공수전환이 더 빠르고 격렬하다. 진정할 시간도 없다”고 말한 부분이 흥미롭다. EPL이 얼마나 공수전환이 빠른지 새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EPL과 라리가의 비교에 대해서는 어떨까. 스페인에서 레알 마드리드, EPL에서 첼시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을 한 조세 무리뉴 전 감독은 “라리가는 매 경기 반드시 승리를 챙겨야하는 압박감에 시달린다. 만약 이기지 못하면 챔피언이 될 수 없다. 반드시 이기고 또 이겨야한다”고 말한 바 있다.

반면 EPL에 대해서는 “2-0으로 이기고 있을 때 1골을 실점한다면 몇 분안에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다시 실점해 2-2가 될 수 있다. 이것이 영국 축구의 현실이다. 프리미어리그는 숨 돌릴 틈이 없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많은 집중을 요한다”고 말한 바 있다.

라리가 바르셀로나와 EPL 맨유에서 감독을 지낸 루이스 판할 감독은 “EPL은 가장 경쟁력 있는 리그다. 하지만 선수들의 수준때문이 아닌 압박의 강도 때문이다”라며 “EPL은 자금력이 좋아 선수 영입에 힘을 쓴다. 그러나 영입된 선수가 리그에 적응하지 못하는 위험이 있다. 하지만 라리가는 선수를 키워서 활용하는 철학이 있다. 전술적으로나 기술적으로는 라리가가 낫다”고 비교하기도 했다.

황의조. ⓒAFPBBNews = News1
독일 분데스리가와 EPL에서 모두 뛴 손흥민은 분데스리가와 EPL의 수준차에 대한 질문에 “분데스리가가 EPL과 비교해 수준이 떨어졌다고 볼 수 없다. 여전히 분데스리가를 지켜보고 있고, 정말 힘든 리그라고 생각한다. 물론 두 리그에는 차이점이 있다. 하지만 두 리그를 직접 비교할 수는 없다. 어떤 사람들은 EPL이 낫다고 하고, 다른 사람들은 분데스리가가 낫다고 한다. 난 중립이다”라고 말하기도 했었다.

종합하면 EPL은 공수 전환의 속도와 피지컬 면에서 더 혹독하고 라리가는 기술적인면과 상-하위권의 격차로 인해 상위권팀은 모든 경기를 이겨야만 우승이 가능할정도로 쉽지 않은 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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