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시즌 스위스 FC시온전서 40분 소화
오른쪽 측면 날개 포진, 날카로운 크로스
볼 간수·페인팅 등 여전…스피드 아쉬움도

ⓒ발렌시아CF
[스포츠한국 김명석 기자] 이강인(18·발렌시아CF)이 프리시즌 두 번째 경기에 출전했다. 이번에도 덜 익숙한 측면 미드필더 역할을 맡았는데, 그 속에서도 이강인의 재능은 충분히 빛났다.

무대는 24일 오전 1시45분(이하 한국시각) 스위스 시온 스타드 투르빌롱에서 열린 FC시온(스위스)과의 친선경기였다. 앞서 AS모나코(프랑스)와의 프리시즌 첫 경기에 선발로 나섰던 이강인은 이날 후반전 시작과 함께 교체로 출전해 40분을 뛰었다. 경기는 전·후반 모두 40분씩 진행됐다.

팀이 2-0으로 앞서던 상황에 투입된 이강인은 4-4-2 전형의 오른쪽 측면에 배치됐다. 반대편 측면엔 곤살루 게드스가 포진했고, 최전방 투톱은 케빈 가메이로와 마누 바예호가 꾸렸다.

이강인 입장에선 원치 않았을 역할이기도 했다. 이강인은 주로 공격형 미드필더나 최전방 등 가운데에 섰을 때 진가가 발휘되는 선수이기 때문. 지난 U-20 월드컵 당시에도 그는 투톱의 한 자리나 공격형 미드필더 역할을 맡아 번뜩이는 패스 등을 선보였다.

다만 마르셀리노 가르시아 토랄 감독은 4-4-2 전형의 틀을 바꾸지 않고, 이강인을 측면 자원으로 분류해 시험대에 올리고 있는 중이다. 지난 시즌 잠깐씩 1군 경기에 나설 때도, 그리고 지난 AS모나코전에서도 이강인은 4-4-2 전형의 양 측면 날개 역할을 맡았다. 이강인이 발렌시아를 떠나려하는 것 역시 이러한 배경이 자리잡고 있다.

발렌시아-FC시온전 후반전 라인업 ⓒ발렌시아CF
원치 않는 역할을 맡았음에도 불구하고 이강인의 재능은 여전했다. 이날 후반전 발렌시아의 공격은 대부분 오른쪽에서 전개됐다. 이강인은 때로는 직접 돌파를 시도하거나, 동료들을 활용하는 등 여유롭게 경기를 운영했다.

순간적인 움직임에 의한 속임수 동작은 상대 수비수들을 여러 차례 흔들었다. 수비수 2명이 순간적으로 압박을 가하더라도 이강인은 공을 잘 지켜낸 뒤 동료들에게 연결했다. 측면으로 오버래핑에 나서는 동료를 향해 정확한 침투패스를 연결해 결정적인 크로스를 유도하는 장면도 눈에 띄었다.

후반 14분에 보여준 날카로운 크로스 과정은 이강인의 재능이 고스란히 함축된 장면이었다. 측면에서 공을 잡은 그는 빠르게 페널티 박스 안쪽으로 파고든 뒤 상대 수비수 2명과 맞섰는데, 순간적인 몸동작으로 상대 수비수들의 균형을 깨트린 뒤 곧바로 왼발 크로스를 시도했다.

빠르고 날카롭게 휜 크로스는 그대로 문전에 있던 케빈 가메이로에게 연결됐다. 크로스는 상대 수비수 2명 사이에 포진한 가메이로의 머리를 향해 정확하게 이어졌다. 다만 가메이로의 헤더가 골대를 벗어나는 바람에 어시스트로 이어지지 않았다. 그래도 스페인 마르카는 “훌륭하고 완벽한 크로스였다”고 평가했다.

물론 아쉬운 장면도 있었다. 특히 빠른 스피드를 살려야 하는 장면에선 상대적으로 느린 이강인의 발이 아쉬움을 삼켰다. 페널티 박스 오른쪽에서 빠른 공격을 전개하려던 찰나 수비에 가담한 상대에게 공을 빼앗겨 공격 기회가 무산되기도 했다.

카데나세르는 “시온전에선 이강인과 프란 비얄바의 훌륭한 미래를 확인할 수 있었지만, 두 가지 문제도 재확인됐다”며 “둘 모두 측면보단 공격형 미드필더에 더 어울리는 선수들이라는 점, 그리고 마르셀리노 감독 체제 아래 측면 자원들은 게드스나 데니스 체리세프 등 이미 자리를 잡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경기는 발렌시아가 시온을 3-0으로 완파하고 프리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발렌시아의 다음 경기는 29일 오전 3시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리는 스포르팅CP(포르투갈)전이다. 마르셀리노 감독이 전술을 바꾸지 않는 한 이강인은 또 한 번 측면에 설 가능성이 높다.

▶발렌시아-시온 하이라이트 영상 링크 = https://bit.ly/2Yd7d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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