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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김명석 기자]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예선을 무대로 남북대결이 펼쳐진다. 규정에 따라 10월엔 북한에서 맞대결이 펼쳐질 예정인데, 남자축구대표팀이 29년 만에 평양 원정길에 나설 수 있을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한국과 북한은 17일 오후 6시(이하 한국시각)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AFC(아시아축구연맹) 하우스에서 진행된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조 추첨에서 나란히 H조에 편성됐다.

피파랭킹 순으로 5개로 나뉜 포트에서 한국은 톱시드인 포트1, 북한은 포트3에 각각 속했는데, 1/8의 확률로 두 팀이 한 조에 묶이게 됐다.

월드컵 예선을 무대로 남북대결이 성사된 것은 지난 2009년 남아공 월드컵 최종예선 이후 10년 만이자, 1990년 이탈리아·1994년 미국 월드컵 예선 등에 이어 역대 네 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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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위와 122위라는 피파랭킹의 격차가 말해주듯 전력 차는 한국이 크게 앞선다. 다만 역대전적에선 7승8무1패로, 지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지도 못했다. 최근 3차례 맞대결에선 한국이 1-0으로 두 차례 이겼고, 한 경기는 득점 없이 비겼다.

이번 남북대결의 최대 관심사는 남자축구대표팀의 평양 원정이 성사될 지 여부다. 예선 일정에 따르면 한국은 오는 10월 15일 북한 원정길에 오른다. 홈에서는 내년 6월 남북 맞대결이 펼쳐진다.

16차례 격돌하는 동안 북한에서 경기가 열렸던 남자축구 A매치는 딱 한 번, 지난 1990년 평양에서 열렸던 남북통일축구대회였다. 당시 한국은 15만 명의 관중이 운집한 가운데 평양 5·1경기장에서 북한과 만나 1-2로 졌다. 처음이자 마지막 평양 원정경기였다.

이 외엔 북한에서 좀처럼 A매치가 성사되지 않았다. 특히 이번처럼 홈&원정 방식이 규정인 월드컵 예선에서조차 평양에서의 남북대결은 무산됐다. 3차예선과 최종예선에서 잇따라 만났던 지난 남아공 월드컵 당시엔 중립지역인 중국 상하이에서 열렸다. 경색됐던 남북 관계 속에 애국가가 평양에서 연주되는 것을 북한 측이 원치 않았다.

그래도 이번만큼은 29년 만의 남자축구 평양 원정경기를 기대해볼 만하다. 당시와는 달리 최근 남북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도 평화적인 기류가 형성되어 있는 까닭이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벌써 세 차례나 남북정상이 만남을 가졌을 정도다.

지난 2017년 4월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남북한 여자축구 아시안컵 예선전 ⓒ연합뉴스
이미 한국 축구대표팀이 평양 원정에 나섰던 전례도 있다. 지난 2017년 4월 윤덕여 감독이 이끌던 여자축구대표팀이 당시 AFC 여자 아시안컵 예선을 위해 평양길에 올랐다. 5만 명의 관중이 운집한 김일성경기장엔 애국가가 울려 퍼졌다.

변수가 있다면 급격한 기류 변화다. 3개월 여의 시간이 남아있는 가운데 이 사이 남북관계가 급격하게 변할 경우, 북한이 또 한 번 중립지역에서의 개최를 추진할 수도 있다.

다만 이러한 경우만 아니라면, 29년 만의 남자축구 남북대결이 평양에서 펼쳐질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AFC 관계자들도 “모든 나라는 자국에서 홈경기를 개최하게 될 것”이라며 평양 원정경기 성사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한편 H조에는 한국과 북한 외에 레바논과 투르크메니스탄, 스리랑카도 함께 속했다. 한국의 2차예선 첫 경기는 9월 10일 투르크메니스탄 원정경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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