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연맹 제공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제 축구인생 이런 경기는 정말 처음이예요. 앞으로도 이런 경기는 없을걸요? 이 경기를 본 사람이 진정한 승자입니다.”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김재성 스포티비 해설위원은 말했다. 정말 운좋게 해설 데뷔시즌에 전설로 남을 경기를 중계한 김재성 해설위원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기분 좋은 흥분은 충분히 이해됐다. 강원FC와 포항 스틸러스의 23일 경기를 본 사람이라면 무슨말인지 알 것이다.

축구계에서는 ‘2골차면 경계하고 3골차면 지지는 않는다’는 말이 통용된다. 하지만 이날 경기는 강원이 0-4로 네골차까지 뒤지다가 20분을 남기고 5골, 후반 추가시간 5분동안 3골을 몰아치는 희대의 경기가 나왔다.

단연 2019 K리그 올해의 경기가 확정적이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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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은 23일 오후 강원도 춘천시 송암구장에서 열린 2019 K리그1 17라운드 포항전에서 0-4로 뒤지다 5-4로 뒤집는 전설적인 역전극을 만들어내며 승리했다.

전반 18분과 전반 38분 포항의 완델손이 골을 넣으며 전반전을 2-0 리드하며 마친 포항이었다. 포항은 후반 9분 이석현, 후반 11분에는 완델손이 해트트릭을 달성하며 무려 4-0으로 앞섰다. 이정도면 사실상 게임 끝이었다.

후반 25분까지 만회골을 넣지 못하며 이대로 패배를 직감하는듯한 강원이었다. 경기 종료 20분을 남긴 후반 26분 일단 조재완이 골을 넣으며 영패는 면하는 듯 했다. 이때는 몰랐다. 이게 기적의 신호탄이 될줄.

후반 33분 강원 외국인 선수 발렌티노스가 자신의 문전에서 슈팅이 골대맞고 나온 것을 재차 넣으며 2-4를 만들었지만 더 이상 득점없이 후반 추가시간에 돌입했다. 사실상 경기는 끝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후반 추가시간 1분 조재완이 골을 넣으며 분위기가 바뀌더니 후반 추가시간 3분 문전으로 띄운공을 헤딩패스가 넘어오자 조재완이 왼발 발리슈팅으로 해트트릭겸 이날 경기 4-4 동점이 되는 기적을 쏘아올린다. 강원 팬들은 0-4에서 동점이 되자 환호했고 선수들도 미친 듯이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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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것도 끝이 아니었다. 후반 추가시간 5분, 왼쪽에서 조재완이 올린 크로스를 정조국이 끝내기 헤딩골을 넣으며 0-4로 뒤지던 경기를 5-4로 뒤집으며 기적같은 승리를 거둔 강원이다.

축구에서 4점차로 이기던 경기가 뒤집히는 경기는 거의 없다. 특히 프로간의 경기, 비슷한 수준의 팀의 경기에서는 4점차가 나는 것도 신기한 일인데 그게 뒤집히는건 사례 자체를 찾아볼 수가 없을 정도다.

이날 경기 중계를 맡았던 김재성 해설위원은 스포츠한국과의 통화에서 “솔직히 이런 경기는 진짜 처음이다. 제가 아직 경험이 적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제 축구 인생에서 이런 경기를 본건 처음이고 앞으로도 이런 경기는 없을 것 같다. 이런 경기를 중계하게된 것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2010 남아공월드컵 주전멤버로 포항 스틸러스에 K리그-FA컵-ACL 우승을 모두 해봤던 그도 이런 경기는 생전 처음이라는 것.

김 해설위원은 “이날 경기의 포인트는 후반전에 제리치가 빠지고 정조국이 투입된 것”이라며 “정조국이 들어가 수비적으로도 전방 압박을 해서 빨리 공을 탈취하는데 지시를 하고 공격적으로 완전히 분위기를 바꿔놓았다”고 했다.

포항 출신이지만 냉정하게 말하기도한 김 해설위원이다. “솔직히 포항의 수비들이 경험이 없다보니 2골정도 허용했을 때 경기운영을 시간을 끌며 지키는 것으로 가야하는데 계속 덤비고 위기관리 능력이 부족했다”며 “냉정히 뒤집은 강원도 대단하지만 무너진 포항이 더 뼈아프다”고 했다.

그 이유를 묻자 “4-0 정도의 점수가 되면 상대팀도 뒤집을 생각을 하진 못한다. 그게 축구이기 때문이다. 강원이 잘한 것도 있지만 포항이 자멸했다고 본다”며 “2골을 먹혔을때부터 포항 수비가 전의를 상실한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3번째 실점을 했을때도 여러 방법으로 시간을 끌수도 있었지만 운영이 부족했다”고 강조했다.

김 해설위원은 포항을 걱정하며 “포항 입장에서는 전체 시즌을 놓고봐도 너무 치명적인 패배다. 4-0으로 이기고 다음경기를 홈에서 전북 현대를 상대하는 것과 4-0으로 이기던 경기를 4-5로 지고 전북을 상대하는 것은 팀분위기적으로도 하늘과 땅 차이”라며 주말 전북전에도 분명 큰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패배임을 언급했다.

김 위원은 “확실한 것은 이 경기는 올해 최고의 경기이자 강원에게는 역사적인 승리, 포항에게는 잊고 싶을 패배가 될 것이라는 점”이라며 “이 경기를 끝까지 본 사람이 진정한 승자다. 나 역시 이 경기를 해설하며 정말 기쁘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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