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정정용 감독님께서 계속 팀을 맡아주시면 좋겠다.” - 2016년 U-20대표팀의 이승우

“정정용 감독님을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감독님이 행복할 수 있도록 승리하겠다.” - U-20 월드컵 결승을 앞둔 기자회견에서 이강인

워낙 어린나이부터 스페인 생활을해 인생의 절반을 해외에서 보내다보니 한국의 다소 수직적이고 경직된 문화에 적응하기 쉽지 않다. 이에 이승우-이강인은 두고 축구계에서는 ‘실력은 뛰어나지만 다루기 까다로울 수 있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정정용 감독은 그 까다로울 수 있는 두 선수에게 절대적 지지를 받았다. 감독에는 여러 유형이 있지만 확실히 ‘덕장’으로 선수들을 잘 아우르는 정정용 U-20 대표팀 감독의 차기 행보가 궁금할 수밖에 없다.

정정용 감독과 이승우(왼쪽), 정정용 감독과 이강인. 연합뉴스 제공
정정용 감독이 이끄는 U-20대표팀은 16일 우크라이나와의 2019 FIFA U-20월드컵 결승에서 1-3으로 패해 준우승을 차지했다. 남자축구 최초의 피파주관대회 결승진출이었고 1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할 때 큰 환호를 받았다.

17일은 서울광장에서 진행된 환영행사에 참석한 선수단은 18일부터 각자 몰려드는 방송사, 언론사 섭외-인터뷰 요청에 19일까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들을 보냈다.

정 감독은 주말 고향 대구로 내려가 대구FC 경기를 지켜보며 미래를 그릴 예정이다. 정 감독은 추후 행보에 대해 “생각이 없다. 새로운 역사를 만드는 과정 속에서 오로지 경기에만 집중했었다. 쉬면서 생각해봐야한다. 제가 도움이 된다면 축구계에 힘쓰고 싶다”며 17일 귀국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U-20 대표팀 공식 활동은 마무리됐다. 이 연령대 선수를 꾸준히 관리하며 전임지도자로 끌고온 정 감독도 이제 새로운 행보를 고민해야한다. 원래대로라면 올림픽에 나서는 U-23 대표팀을 맡을 수 있지만 이미 김학범 감독이 이 자리에서 너무나도 잘해내(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 정정용 감독이 다소 붕 뜨게 됐다.

한 에이전트는 “향후 K리그팀들중 공석이 생긴다면 후보 1순위가 아니겠나”라며 높게 평가하기도 했다. 정 감독이 향후 어디에서 활동하는지는 향후 축구계 최대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특히 정 감독이 높게 평가받는 것은 선수들을 아우르는 능력이다. 다소 다루기 까다롭다는 이승우, 이강인이 그토록 믿고 따르는 것이 바로 바로미터다. 이승우는 2016년 U-20대표팀에서 정정용 감독과 함께 했었다. 이미 그 및 연령대부터 정 감독과 인연이 있던 이승우는 안익수 감독 사임 후 잠시 팀을 맡은 정 감독을 두고 “감독님께서 계속 대표팀을 맡아주셨으면 좋겠다. 선수들 모두들 원한다. 이번 대회에서 분명 우리의 플레이는 긍정적이었다. 함께 하길 원한다"고 말한바 있다.

정 감독 역시 대한축구협회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승우는 지시가 아니라 이해를 시켜야하는 아이라는 것을 느꼈다”며 “한 번은 이승우에게 등번호 20번을 줬더니 그게 불만이었던지 투덜거리더라. 그래서 승우에게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등번호가 마음에 안 든다고 하더라. 그래서 내가 설명했다. ‘너가 9번을 받고 수비를 할 수 있겠냐. 아니면 5번을 받고 센터포워드를 할 수 있겠냐. 20번을 달면 어디에서든 뛸 수 있다”라고 설명한 일화를 말하기도 했다.

이때 이승우는 “아 그런 의미가 있었네요”라며 수긍했다고 한다. 정 감독은 “승우에게 20번 달고 뛰니 어떠냐고 묻자 ‘(숫자가 커서) 조금 무겁긴 해요’라며 웃더라. 정답은 그거였다. 이해시키는 과정이 필요했던 것이다. 남들은 그런 모습을 보고 승우만 감싸준다며 뭐라고 했지만 그건 내가 감수해야할 문제라고 생각했다”며 이승우를 활용하는 법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또한 이승우에게 주장을 맡긴 일화에서도 “가끔 불만을 털어놓으려고 해도 ‘네가 주장이다’라고 한 마디 하면 ‘아, 네 그렇죠’라며 수그러들었다. 승우는 예전처럼 돌출행동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웃기도 한 힌트를 제공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제공
이강인 역시 마찬가지다. 그를 대표팀에 부르기 위해 삼고초려를 불사한 정 감독은 이강인을 설득해 조기소집해 대표팀에 올 것을 권유했고 이강인은 일찌감치 U-20월드컵에 맞춰 몸을 만들 수 있었다.

이강인 역시 “감독님이 우리를 위해 정말 배려를 많이 해주신다. 나뿐만 아니라 형들도 같은 생각일 것이다. 감독님을 결코 잊지 못할 것"이라면서 "감독님이 행복할 수 있도독 이기겠다”고 정 감독을 향해 말하기도 했다.

오랜 외국생활로 문화와 정서가 달라 까다로울 수 있는 선수들을 너무나도 잘 다루는 능력만큼은 정 감독이 충분히 인정받고 있다. 감독의 주요 능력 중 선수들에게 신임을 받는 것은 가장 중요하다. 한 국가대표 출신의 선수는 “선수가 감독을 위해 승리하겠다는 생각이 들정도면 팀이 성공한 것”이라며 “그런 감독 밑에 뛰는 것이 선수들의 바람일 것이다”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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