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K리그, 한국 축구팬들이라면 기억할 수밖에 없는 선수. ‘황카카’ 황진성(35)이 그라운드를 떠난다. 스포츠한국과의 인터뷰를 통해 은퇴를 공식화한 황진성은 축구교실과 레슨을 통해 유소년 축구 지도자로 새 삶을 시작한다.

스포츠한국은 서울 강서구에서 축구교실을 준비중인 황진성을 만나 은퇴에 대한 소회, 프로 16년 생활의 회고, 축구선수가 아닌 유소년 지도자로의 미래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은퇴’ 황진성, 10번 데뷔와 인내끝에 만난 황선홍 감독 [은퇴 인터뷰①]
‘포항 역대 최다 공격P 주인공’ 황진성 “황카카, 감사하죠” [은퇴 인터뷰②]

▶가르쳐보니 즐거운 유소년 지도… ‘누구한테 배웠어’ 소리 듣게

16년 프로 생활을 끝낸 황진성은 2019년부터 유소년 지도자로 변신했다. 축구교실과 레슨에 나서며 유소년 선수를 육성하고 있다. 초중고 어린 선수들을 직접 가르치다보니 흥미를 느낀다는 것.

“한 두 번 가르쳐봤는데 제가 재밌더라고요. 전 방송할 성격은 못되고 이렇게 아이들 가르치는게 제 성향에 맞더라고요. 레슨을 해보고 제가 가르쳐준대로 하는 아이들이 느는걸 보니 재밌어요.”

K리거 강용 축구교실 3호점을 맡게된 황진성은 “일단 축구교실 운영을 배우고 있다”며 “하루하루 정말 바쁘다. 등하원까지 직접 차로 다 하다보니 눈코뜰새 없다”며 혀를 내둘렀다.

“엘리트 축구는 잘하겠는데 취미반 아이들을 가르치는건 정말 쉽지 않아요. 함께 놀아줘야하는데 익숙치가 않네요. 그래도 그중에 재능 보이는 선수들을 발견하고 가르치면 의미가 있더라고요. 가장 밑에서부터 선수를 발굴하고 가르치는데 인정받지 못하고 티가 안나도 상관없어요. 제가 인정받고 싶어서 이 길을 택한게 아니니까요.”

대신 황진성은 한가지 말은 듣고 싶다고. 자신이 가르친 선수가 다른 곳에서 축구를 하면 ‘너 누가 가르쳤길래 그렇게 잘 하니?’라는 말을 듣게 하고 싶다는 것.

“그정도 인정이면 족하죠”라며 황진성은 “엘리트 축구는 제가 평생을 해왔으니까 알잖아요. 축구교실은 사업이고 운영하는법을 배우고 또 이렇게 엘리트 축구와 그 외에 것을 병행하는 것을 알아가는 즐거움과 삶의 목표가 있어요. 축구선수할때보다 더 바빠요. 선수할 때가 좋았죠”라며 웃었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성공한 선수되기 위해선 ‘멘탈 관리’가 중요… 단점을 보완해야

성공적인 축구선수 생활을 마친 황진성에게 아이들을 가르칠 때 ‘성공한 선수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물었다.

한참을 생각한 황진성은 “기본적으로 ‘재능’이 있어야한다. 재능없이는 힘들다. 재능은 기본이고 노력은 당연한거다. 이 두가지가 됐을 때 따라가는게 바로 ‘멘탈 관리’다. 분명 선수생활을 하다보면 힘든 시기는 온다. 감독과 안맞든, 활약이 저조하든 어떤식으로든 힘들 때 좋은 선수가 되려면 그걸 인내하고 뚫고 나갈 힘이 필요한데 그건 멘탈 관리에서 온다”고 강조했다.

“저 역시 황선홍 감독님을 만나기 전까지 8년간 인내하고 버티지 않았다면 그저 그런 선수로 끝났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난 언젠가는 주전이 된다’, ‘국가대표가 된다’고 되뇌며 버티고 기다렸어요. 그러자 결국 황선홍 감독님처럼 믿어주는 감독님 덕에 축구인생에 꽃을 폈죠.”

황진성은 스스로 커리어 내내 지적됐던 수비력과 투쟁심에 대해 아쉬움이 남는다고 한다. “제가 만약 수비력이 조금 더 있고 투쟁심을 갖췄다면 공격형 미드필더뿐만 아니라 한칸 밑에서 중앙 미드필더와 수비형 미드필더도 가능했겠죠. 그랬다면 조금 더 많이 뛰고 더 좋은 팀을 갔을 수도 있죠”라며 “결국 장점은 어딜가지 않는다면 선수생활을 하며 단점을 보완하는게 중요해요. 그래야 저같은 경우는 ‘반쪽짜리 선수’라는 혹평도 이겨낼 수 있었겠죠”라고 강조했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최순호, 파리아스, 황선홍, 최윤겸, 김병수… 좋은 지도자 끝엔 최윤겸 모델

황진성은 프로커리어 내내 참 좋은 지도자들과 함께 했다며 자랑스러워했다. 프로 데뷔 당시 최순호 감독, 이후 브라질 지도자 파리아스와 황선홍 감독, 짧게 김학범, 최윤겸, 김병수 감독 등과 함께 했다.

“각 감독님의 장점만 뽑아서 완벽한 지도자가 되고 싶어요”라며 각 감독의 장점을 뽑아달라는 질문에 “최순호 감독님의 유망주를 보는눈과 어린 선수를 키워내는 능력, 파리아스 감독님의 순간순간의 기지와 감, 황선홍 감독의 동기부여와 선수 유대관계를 만드는 것, 김학범 감독의 카리스마, 최윤겸 감독의 인자함과 선수를 믿어주고 편하게 하는 능력, 김병수 감독의 전술적인 부분”을 말한 황진성이다.

“궁극적으론 최윤겸 감독님 같은 지도자가 되고 싶어요. 전 최 감독님과 아무 인연이 없었어요. 2017년 함께 했고 감독님이 중간에 나가셔서 풀시즌을 다하지도 못했어요. 하지만 최 감독님과 함께한 시간은 제 축구인생 가장 소중하고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감독님은 그 어떤 것보다 ‘감독을 위해 선수들이 뛰게 만드는 능력’을 가지고 계세요. 선수들끼리 ‘야 우리 감독님을 위해서 뛰자’라고 말할 정도였으니까요. 끊임없이 믿어주고 인내하시고 화 한번 안내시는 모습은 정말 ‘저런 지도자가 되고 싶다’고 꿈꾸게 만들었으니까요.”

프로 축구 선수 생활을 마치고 제 2의 인생을 나아가는 황진성은 “이렇게 은퇴를 전하게 됐다. 현역시절 많이 아끼고 사랑해주신 팬들에게 감사하다. 앞으로 어떤 지도자가 되든 좋은 선수를 길러내고 제 자리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팬들에게 축구선수로 안녕을 고함과 동시에 밝은 미래를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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