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제가 이번이 첫 특강이거든요. 스스로 하고 싶은 말이 많고 들려주고 싶은게 많아서 A4용지 10장을 컴퓨터로 준비해왔어요.”

현역선수지만 누구보다 한국 축구의 미래에 관심이 많고 학부모와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얘기가 많은 구자철이 독일에서 귀국하자마자 강연에 나섰다.

이미 축구계에서 유명한 ‘구글거림’ 구자철은 하나의 유머코드가 된 메이저리거 박찬호의 ‘TMI(Too Much Information) 토크’처럼 구자철은 A4 용지 10장을 손수 준비해 강연에 나서는 열정을 보여줬다.

ⓒ대한축구협회
구자철은 26일 오후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본사에서 열린 KFA-교보생명의 축구공감 특별강연에 나섰다.

최근 독일에서의 시즌을 마치고 국내로 복귀한 구자철은 스스로 요청해서 이번 강연을 잡은 것이라고. 평소 유소년 축구와 한국 축구 미래에 대해 관심이 많은 구자철은 국가대표에서 비록 아시안컵을 끝으로 은퇴했지만 다른 방면에서 도움이 되고자 하는 열정을 강연으로 이어가게 됐다. 이번 강연은 축구인을 둔 가족과 아이들을 중심으로 열렸다.

구자철은 “태극마크를 내려놨을 때 미련보다는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가 없었다. 아쉬운점은 바로 이런 강연을 통해 풀고 싶었다. 한국축구를 사랑하고 유소년 성장시기에 아쉬움을 겪어봤기에 같은 힘듦을 어린 선수들이 겪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제가 직접 강연을 하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A4 용지 10장을 손수 써서 올 정도로 열정을 보인 구자철은 “정말 유소년 시기에 가져야하는 것에 대해 축구인 가족들에게 들려주고 싶었다. 저는 정말 힘든 유소년 축구시기를 보냈다”고 고백했다.

구자철은 “전 오직 축구공만 보이면 훈련하고 운동장에 나가는 것만 생각하고 훈련했다. 어떤 훈련을 해야 하는지도 몰라 매일 저녁에 타이어를 끌고 줄넘기를 하는 고통스러운 훈련만 했다. 뭘 해야하는지는 몰라도 ‘최선을 다하는게’ 제가 이루고자하는 것을 이루는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타이어 끌기를 하기전 너무 힘든걸 아는데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고통을 느낀 후 혼자 별을 보며 말을 많이 했었다”며 “그나마 훈련을 다마치고 별과 얘기하는게 제 자신을 속이지 않고 타인의 눈치를 보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전 고등학교 3학년 6월이 지나도 갈 대학이 정해지지 않았다”며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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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아이들에게 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물은 구자철은 “저는 축구에서 가장 중요한건 축구를 사랑하는 마음이다. 그 축구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진 아이들을 운동장에 나가게 도와주는 것이 어른들이 할 일. 저희 부모님은 ‘어떻게 해’라고 가둬두지 않았다. 축구를 더 사랑할 수 있게끔 해주셨다”라고 말했다.

독일 분데스리가 시절 어려움을 깬 계기를 들려주기도 했다. “볼프스부르크 시절 제가 백패스 헤딩 실수로 실점의 빌미를 만들었다. 다행히 역전승하긴 했는데 다음날 훈련을 나가니 백업 골키퍼가 인종차별적인 발언으로 면박을 줬다”며 “그때 더 이상 이렇게는 안되겠다, 이렇게는 독일에서 정말 못살겠다 싶어 집에 가서 다음날을 쉰 후 그 다음날 훈련을 가서 라커룸에서 이적의 ‘다행이다’를 불렀다. 선수들이 ‘얘 왜 이래, 그동안 조용하던 애가 왜 이래’라는 반응이더라. 하지만 이후 변화가 찾아왔다. 선수들과 나가서 같이 밥도 먹고 하며 제 용기가 힘들었던 독일에서의 삶을 깼다”고 했다.

이외에도 구자철은 “부상이 잦았는데 무리가 되는 훈련을 너무 많이 했기 때문이다. 더 체계적이고 정확한 훈련을 알았다면 충분히 열정을 쏟을 수 있는데 그저 축구로 성공하겠다는 노력만으로 맹목적으로 한게 컸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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