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철 감독이 ‘꼴찌’ 인천의 지휘봉을 잡은 이유 [인터뷰①]
유상철 인천유나이티드 감독의 ‘이유 있는’ 긍정론 [인터뷰②]
유상철 감독 “목표는 생존입니다, 올해‘는’” [인터뷰③]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한국 인천=김명석 기자] 대구전 패배로 인천의 K리그 무승기록은 10경기(2무8패)로 늘었다. K리그 승점은 단 6점. 12개 팀 가운데 여전히 ‘최하위’다. 유상철 감독이 내건 목표가 ‘생존’인 이유다.

그러나 유상철 감독이 그랬듯 인천이 매년 강등권에서만 허덕이다 생존 경쟁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유 감독이 올해‘는’이라고 단서를 붙인 이유다. 올 시즌엔 1부리그 잔류에 최대한 집중하되, 내년에는 더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인천 지휘봉을 잡으면서 유상철 감독이 내건 출사표다.

생존, 또 생존…유상철과 인천의 유일한 목표

보는 맛이 있는 축구와, 결과를 얻기 위한 축구. 모든 감독들에겐 ‘딜레마’다. 유상철 감독도 마찬가지다. 유 감독은 “재미있는 축구를 하면서 결과까지 내고 싶은데, 그러려면 기량을 갖춰진 스쿼드가 있어야 한다. 딜레마고, 아이러니”라고 말했다.

다만 올해, 특히 지금 당장만큼은 결과를 얻는데 무게중심을 쏟으려는 그다. 유상철 감독은 “어려운 상황이고, 순위도 맨 밑에 있다. 무엇보다 생존을 해야 하니까 우선은 결과를 우선적으로 가져오고 싶다”며 “지금 머릿속에 가득 차 있는 것도 1승이다. 분위기 반전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유상철 감독은 “아마 팬분들도 ‘내용을 버리고 결과를 가져오라’고 말씀하실 것이다. 현실적인 말씀”이라며 “올해는 무조건 생존이다. 강등권에서 벗어나 생존하면, 내년엔 팬들도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실 것이다. 올해 생존하고, 내년에는 더 나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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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마냥 내려서는 축구를 구사할 생각은 없다. 유상철 감독은 “수비적인 축구를 선호하는 편은 아니”라면서 “최근 대구전에서도 확연하게 달라진 부분이 있다. 득점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을 했고, 실제로 득점도 만들어냈다”고 했다.

유 감독은 “물론 매 경기가 재미있으면 좋다. 하지만 그러지 않을 때도 분명히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도 “그래도 재미가 없더라도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면 좋지 않겠느냐”라고 했다.

분위기 반전을 위한 해법 중 하나는 전력 보강이다. 유상철 감독은 특히 대전 시절 여름 이적시장을 잘 활용했다. 인천의 이번 이적시장 행보에 주목해볼 만한 이유다.

유 감독은 “가능성은 있는데 소속팀에서 기회를 못 받는 선수들은 우리 팀에 오면 경기에 나설 확률이 높다”면서 “지난해 전남에선 이상헌이 그랬다. 가능성도, 기량도 가진 선수들을 찾아보려 한다”고 했다.

이미 보강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포지션도 있다. 다만 유상철 감독은 “우리 애들이 실망하거나 동기부여가 떨어질 것 같아서 포지션을 말씀드리긴 어렵다”며 웃어보였다. 그러면서 “보강을 하더라도 그렇게 많이 보강을 못할 것이다. 누군가 오면 누군가는 떠나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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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련된 축구', 유상철호의 궁극적인 지향점

10경기 연속 무승으로 최하위에 머물러 있긴 하나, 사실 잔류권과의 격차가 크지만은 않다. 11위 제주유나이티드와의 격차는 1점, 10위 경남FC와의 격차는 3점 차에 불과하다. 무승을 끊어내고 한 번만 연승을 해도 단번에 잔류권으로 올라설 수 있다.

절박하게 생존을 외치고 있지만, 동시에 시즌을 치르면서 유상철 감독이 자신의 색채를 팀에 입히려는 노력을 병행하려는 이유이기도 하다.

유상철 감독은 “공 자체가 제 자리에 서 있는 것을 굉장히 싫어한다. 공이 활발하게 움직이면서 효과적으로 하는 축구를 선호한다”며 “축구가 세련되게 보이는 것. 그런 축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유 감독이 인천에 입히려는 색채다.

유 감독은 “물론 현실적인 측면에서 반박하는 팬들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그런 축구를 하면서 생존도 하고, 또 공격적인 성향을 갖고 있으면서도 실점도 하지 않는 부분들을 ‘훈련’을 통해 계속적으로 만들어내야 한다. 그것이 목표이기도 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상대를 힘들게 할 수 있는 요령만 생기면, 이기는 축구와 실점하지 않는 축구, 재미있고 공격적이면서 섬세하고, 세밀한 축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면서 “그리 오래 걸리진 않을 것이다. 최대한 빨리 해야 한다. 그게 감독으로서의 임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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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철 감독의 약속, 그리고 당부

유상철 감독은 “사실 기사를 잘 안 본다”고 털어놨다. 이유가 있었다. 유 감독은 “나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댓글을 볼 것 같다”며 “나도 인간인지라 댓글들을 보면 잔재가 남는다. 차라리 안 보고 있는 것이 속이 더 편한 것 같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유 감독은 “나를 싫어할 수도 있다.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할 수는 없는 법”이라면서도 “하지만 구단도, 선수들도 모두 정말 많이 고생하고 준비하는데도 결과가 안 나올 때가 있다는 점을 이해해주셨으면 좋겠다. 선수들이나 구단직원들은 그런 글들을 볼 때마다 굉장히 힘이 빠진다”고 했다.

감독과 팬으로써 새로운 연을 맺게 된 인천 팬들을 향해선 약속과 당부를 더했다.

유상철 감독은 “선수들은 매 경기 준비하는 과정들에 굉장한 정성을 들인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사람이 하는 일이다보니 좋은 경기력과 좋은 결과를 가져올 때도 있고, 때로는 실망스러울 정도로 안 좋은 경기를 할 때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신 “그 차이를 감독으로서 최대한 줄이겠다”며 “선수들 역시 프로선수답게 몸 관리 잘하고, 경기장에서 모든 에너지를 쏟을 수 있도록 이끌겠다. 설령 지더라도 ‘괜찮아, 저렇게 지는 거라면 OK’라는 반응이 나올 정도로 만족스러운 경기들을 많이 보여 드리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유상철 감독은 “최근 팀 성적의 부진으로 선수들이 다들 힘든 상황이다. 마음의 상처도, 부담감도 클 것”이라며 “이럴 때일수록, 선수들을 향해 많은 애정과 사랑으로 응원을 해주셨으면 좋겠다. 우리도 팬들에게 꼭 보답할 수 있도록 준비를 잘 하겠다”고 다짐했다.

새롭게 연을 맺게 된 인천 팬들에게, 신임 사령탑으로서 건네는 진심어린 당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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