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철 감독이 ‘꼴찌’ 인천의 지휘봉을 잡은 이유 [인터뷰①]
유상철 인천유나이티드 감독의 ‘이유 있는’ 긍정론 [인터뷰②]
유상철 감독 “목표는 생존입니다, 올해‘는’” [인터뷰③]

ⓒ인천유나이티드
[스포츠한국 인천=김명석 기자] “모험 아닌 모험이죠.”

‘유비’ 유상철(48) 감독이 돌아왔다. 벼랑 끝으로 몰린 팀을 ‘생존’시켜야 하는 특명을 안고 프로축구 인천유나이티드의 지휘봉을 잡았다. 그가 K리그 팀을 이끄는 것은 대전시티즌(2011~2012) 전남드래곤즈(2018) 이후 이번이 세 번째다.

사실 K리그에서 성공적인 결과물을 내지는 못했던 감독이다. 울산대 시절에야 4차례나 준우승을 이끌었지만, 프로무대에선 아직 뚜렷한 족적을 남기진 못했다. 유 감독의 선임소식이 알려진 직후 일부 비판여론이 일었던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다.

반전이 필요했을 유상철 감독에게도 꼴찌 팀의 지휘봉을 잡는다는 건 부담스러운 선택이었을 터. 그러나 유 감독은 고심 끝에 도전에 나서기로 결심했다. 그는 “함께 어려운 시기를 풀어내보고 싶었다. 극복할 수 있을 것이란 믿음도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유비’ 유상철이 택한 '모험 아닌 모험'

유상철 감독에게 손을 내민 쪽은 인천이었다. 욘 안데르센 감독 경질 이후 차기 사령탑을 물색 중이던 전달수 대표이사가 먼저 유 감독과 만났고, 이후 이천수 전력강화실장이 유 감독에게 감독직을 제안했다.

유상철 감독은 “이천수 실장이 굉장히 조심스러워했다”고 말했다. 이유가 있었다. 유 감독은 “팀 성적도 안 좋고, 코칭스태프 변화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시민구단이어서 재정적으로도 어려웠다”며 “이 실장도 이런 부분들 때문에 굉장히 고민을 한 것 같았다.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하고, 나한테도 ‘답변을 기다리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고민이 깊었다. 프로무대로 복귀할 기회였지만 리그 최하위 팀을, 그것도 시즌이 중반으로 향해가는 시점에 맡는다는 건 사실 부담이 적지 않았다. 유상철 감독은 그러나 고심 끝에 결단을 내렸다. 그는 “모험 아닌 모험이었다”고 했다.

유 감독은 “매년 강등권에서 겨우 살아남는 인천을 볼 때마다 ‘저 정도 순위에 있을 팀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틀만 잘 잡아놓으면 괜찮은 팀이 될 것이라는 생각도 했다”며 ”그래서 한 번 도전해보고 싶었다. 어려운 상황을 한 번 같이 풀어내보고 싶은 생각, 함께 어려운 시기를 극복해낼 수 있겠다는 믿음이 있었다“고 말했다.

여기에 이천수 실장의 존재 역시도 결정적이었다. 유 감독과 이 실장은 국가대표팀과 울산현대 등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인연이 있었다. 그는 “이 실장이 전력강화실장으로 있는 것도 플러스 요인이었다. 내가 모든 것을 이야기할 수 있고, 또 선수단에 대한 전반적인 것을 같이 얘기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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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향해 찍힌 ‘잘못된’ 낙인

“저는 팀을 강등시킨 적이 없어요. 그런데 그런 낙인이 찍혀 있어요.”

14일 유상철 감독의 부임이 확정된 직후 일부 팬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강등 위기에 몰린 팀에 이른바 강등전도사가 부임했다는 비난의 목소리도 있었다. 실제로 유상철 감독이 거쳐 간 대전과 전남은 현재 K리그2로 강등된 상태다.

유 감독은 그러나 “성적이 안 좋으면 감독한테 책임을 묻는다. 그리고 감독이 그렇게 지휘봉을 놓으면 선입견들이 생긴다”며 “사실 난 팀을 강등시킨 적이 없다. 그런데도 그런 낙인이 찍혀 있다”고 하소연했다.

실제로 유상철 감독이 이끈 팀이 직접 강등된 적은 없다. 대전 시절엔 2년차 때 강등제도가 처음 도입됐는데, 당시 ‘강등 1순위’로 꼽혔던 대전은 오히려 1부리그 잔류에 성공했다.

다만 유 감독은 시즌이 끝나기도 전에 구단으로부터 일방적인 재계약 통보 불가 방침을 전해들은 뒤에 물러났다. 당시 대전 선수들은 최종전에서 팀의 잔류를 이끌어준 유 감독을 향해 큰 절을 올렸다. 대전은 오히려 유 감독이 떠난 이듬해 바로 강등됐다.

전남 지휘봉을 잡았던 지난해엔 성적부진을 이유로 8월 자진사퇴했다. 다만 그 이면엔 구단의 미숙한 행정이 자리 잡고 있었다.

유 감독이 거듭 요청했던 공격수 영입이나 교체는 이뤄지지 않았고, 5월엔 김인완 당시 전력강화실장과 보직을 바꾸라는 ‘황당한’ 제안까지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유 감독이 물러날 당시만 해도 전남은 잔류권과 격차가 크지 않았다. 다만 유 감독이 물러난 뒤에도 끝내 반전을 이뤄내지 못했다.

이러한 잘못된 낙인은 유상철 감독에겐 일종의 동기부여가 됐다. 유 감독은 “사실 억울한 면도 있다. 그런데 그걸 속속들이 얘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면서 “결국 감독이 안고가야 하는 부분이다. 지도자로서 이런 부분들을 희석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유 감독은 “그렇다고 내 이익만을 위해서, 잘못된 낙인을 떼어내기 위해서 온 것은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그저 팀이 잘 되고 강등을 당하지 않게끔, 그래서 생존시키겠다는 목표만을 잡고 있다. 만약 내 이익을 먼저 생각했다면 여기에 안 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유나이티드
“인천은 메리트가 굉장한 팀”

고심 끝에 인천의 지휘봉을 잡기로 결심한 이유는 또 있다. 구단이 가진 ‘잠재력’이었다. 그는 “시민구단이지만 수도권에 있는 구단이다. 굉장한 메리트”라며 “순위는 밑에 있지만 팬들의 관심 역시 많은 팀”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금만 더 성적을 올려놓고, 팀 순위를 안정권에 올려놓으면 시민분들도, 팀을 도와주시는 분들도 더 적극적으로 도와주실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른바 ‘괜찮은 팀’을 만들기만 한다면, K리그에서도 인기 있는 구단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과 자신감이 깔려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자신감의 밑바탕엔 자신에게 손을 내밀어준 전달수 대표이사의 존재가 자리 잡고 있다.

유 감독은 “나 혼자만 잘 한다고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라면서도 “그런데 조금만 더 성적을 내면, 우리가 원하는 것을 대표님이 다 들어주실 것 같다”며 웃어 보였다.

이어 그는 전 대표이사를 향해 “굉장히 적극적이신 분이다. 부담스럽게 적극적이신 것이 아니라, 우리를 굉장히 믿어주신다”며 “이런 대표님을 만났을 땐 ‘정말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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