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수원=이재호 기자] 목표가 다르다. 수원 삼성은 K리그1 3위안에 드는 것보다 FA컵 우승을 노리는 것이 더 낫다고 보고 FA컵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반면 광주FC는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는 FA컵보다 드디어 찾아온 승격 기회를 노리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

이에 수원은 홈에서, K리그2 팀을 상대로 했음에도 정예 멤버를 냈다. 반면 광주는 K리그1 팀을 상대해 원정에서 백업급, 어린 선수들을 경기에 내보냈다.

수원은 이겨야할 경기를 이겼고 광주는 질수밖에 없는 경기를 졌는데 결과는 경기 전부터 사실 정해져있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대한축구협회
수원 삼성은 15일 오후 7시 30분 경기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9 FA컵 16강 광주FC(K리그2)와의 홈경기에서 전반막판 신세계의 골과 후반 초반 사리치의 골, 후반 막판 한의권의 골로 3-0 대승해 8강에 올랐다.

32강에서 포항 스틸러스를 상대로 염기훈의 페널티킥골로 1-0 승리한 수원은 16강도 뚫으며 올시즌 최고 목표가 될 수 있는 FA컵 우승컵을 향해 성큼성큼 전진해나갔다.

놀랍지 않은 결과다. 경기 한시간전 나온 선발라인업에서 이미 결과가 갈렸다고 무방하다. 오죽하면 수원 이임생 감독조차 백업급, 어린 선수 위주, 외국인 선수 없이 나온 광주의 선발라인업을 보고 ‘놀랐다’고 할 정도였으니.

광주 박진섭 감독은 “저희 팀으로는 어쩔 수 없었다. 리그에 집중하려고 한다. 물론 지러 온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구단과 상의한 끝에 조금이라도 목표가 명확한 것에 집중하자는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광주는 2017시즌을 끝으로 K리그1에서 강등된 후 올해 승격을 위한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11라운드까지 승점 23으로 K리그2 1위에 오르며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부산 아이파크마저 앞서있다. 2년만에 승격 기회가 온 것이다. 선수단이 얇기에 주중 경기까지 뛰다보면 선수단 체력 걱정을 할 수밖에 없다. 결국 주중 경기인 FA컵에 힘을 뺄 수밖에 없는 것. 16강까지 갔고 이 경기만 이기면 8강에 진출함에도 광주로써는 현실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박진섭 감독도 “솔직히 FA컵이 욕심은 났다. 하지만 리그에 뛰는 선수와 컵에서 뛰는 선수를 이원화했다. 만약 이번 수원전을 이겨도 FA컵에서는 이원화를 계속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처럼 광주는 전략적으로 FA컵에 힘을 빼 백업급, 어린선수 위주의 선발라인업을 꾸렸다. 반면 수원은 FA컵이 올시즌 가장 주력을 쏟는 대회가 됐다. 시즌 초반 3연패 등 극심한 부진으로 인해 리그 11경기에서 승점 13점밖에 따내지 못했다. 물론 리그가 많이 남았지만 울산 현대와 전북 현대가 치열한 우승경쟁을 펼치고 대구FC, FC서울 등의 3위권 경쟁도 치열하기에 현실적으로 내년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이 주어지는 3위안에 들긴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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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FA컵은 다르다. 32강에서 전북 현대, FC서울, 울산 현대 등 막강한 전력의 팀들이 하부리그팀들에게 모조리 잡히면서 앞으로 FA컵에 강한 상대가 자동으로 사라졌다.

그러다보니 수원 입장에서는 FA컵에 올인해 그래도 성공적인 시즌을 만들었던 2016년의 기억이 있는 것도 겹쳐 다시 한 번 ‘어게인 2016’을 노릴 수 있다고 믿었다. 이임생 감독도 “우린 리그 못지않게 FA컵이 중요하다. 솔직히 여유가 없어서 어린 선수를 FA컵에 기용하지 못했다. 대신 전반전에 골이 나면 어린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고싶다”고 할 정도였다.

결국 이임생 감독은 한의권, 김다솔 정도를 제외하곤 베스트 멤버를 모두 냈다. 후반전에는 1-0으로 이기고 있음에도 주전 공격수 타가트를 넣을 정도로 확실한 승리를 보장받으려고 했다.

FA컵이 필사적인 수원과 FA컵보다는 리그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광주의 사정이 엇갈리다보니 결국 경기 시작전부터 결과는 예측됐고 그 예측은 빗나가지 않았다.

광주의 경기출전 경험이 적은 선수들은 전반 초반에는 열심히 뛰며 노력했지만 수원은 어려움을 이겨내고 전반 42분 역습으로 나온 공격기회에서 한의권이 왼쪽에서 돌파 후 낮고 빠른 왼발 크로스를 하자 이것이 컷백이 돼 모두를 지나쳤을 때 수원 오른쪽 윙백 신세계가 오른발로 밀어넣으며 수원의 선제 결승골이 터졌다.

후반 4분에는 외국인 미드필더 사리치가 오른쪽 하프라인부터 질주하다 타가트와 이대일 패스 후 대각선 왼발 중거리슈팅으로 시원하게 골문을 갈라 이날 경기 승부의 향방을 결정했다. 이날 도움을 기록하고 골대를 맞추는등 활발하게 뛴 수원 윙어 한의권은 후반 41분 끝내 골로 보상받으며 3-0 대승을 확정했다.

물론 광주 선수단도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비주전급 멤버로 나설 수밖에 없었기에 경기력은 좋을 수가 없었다. 심지어 K리그1팀과, 원정경기에서 이런 멤버였으니 패배는 어쩌면 당연했다.

수원은 FA컵에 대하는 태도가 모든 참가팀을 통틀어도 가장 간절한 팀인만큼 FA컵에서 최선을 다했고 합당한 승리를 가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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