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인천=김명석 기자] “선수로서 참담한 심정이네요.”

인천유나이티드의 주장 남준재(30)가 잔뜩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감독마저 교체된 가운에 치른 첫 경기에서조차 팀이 패배한 직후였다. 더구나 이날 그는 전반 중반 부상으로 교체됐다. 거듭되는 부상, 그리고 연패에 따른 주장으로서 책임감. 남준재의 표정은 어두울 수밖에 없었다.

17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청주FC와의 FA컵 32강전은 인천도, 남준재에게도 그 의미가 남다른 경기였다. 욘 안데르센 감독이 사실상 경질되고 치르는 첫 경기였기 때문이다. 앞서 인천은 K리그 5연패의 늪에 빠졌고, 결국 안데르센 감독이 개막 7경기 만에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임중용 수석코치가 감독대행 역할로 이날 데뷔전을 치렀다.

남준재에게도 특히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었던 이유. 안데르센 감독이 경질된 결정적인 경기였던 울산현대전 당시 퇴장을 당하면서 팀에 도움이 되지 못했던 까닭이다. 감독 교체 후 첫 경기인 청주전에선 팀의 반전을 반드시 이끌어야 했다. 이날 선발로 나서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그라운드를 누빈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다만 남준재는 전반 23분, 스스로 쓰러졌다. 종아리 근육 통증을 호소하며 주저앉았다. 결국 그는 들것에 실려 경기장을 빠져 나갔다. 가뜩이나 어린 선수들이 많이 출전했던 인천 입장에선 단숨에 그라운드 위 리더가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결국 인천은 ‘빈공’ 끝에 청주에 0-1로 패배했다. 서포터스들조차 야유를 보낼 정도의 졸전이었다.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남준재는 모든 책임을 스스로에게 돌렸다.

그는 “주장으로서, 형으로서 오늘 같은 경기에선 끝까지 팀을 이끌어야 했는데 너무 미안하게 생각한다. 내가 더 반성하고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안데르센 감독님 경질도 나한테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경기 때마다 내가 더 잘했어야 한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남준재는 “팀에 도움이 되어야 하는데, 부상으로 인해서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마음이 좋지 못하다”며 “모든 게 내 잘못이다. 내가 부족하고, 그렇기 때문에 팀이 어려운 상황으로 간다고 생각한다.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유독 잦은 부상에 대해서는 “참담한 심정”이라고까지 표현했다. 앞서 그는 조던머치(경남FC)와의 충돌로 경기장에서 그라운드 위에서 정신을 잃은 적도 있었고, 홍철(수원삼성)의 거친 태클로 부상을 당해 2경기 결장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날은 스스로 근육이 올라오는 바람에 또 다시 경기 도중 실려 나가야 했다.

남준재는 “괜찮아서 복귀를 하면 또 다친다. 축구를 하면서 단기간에 이렇게 부상을 당한 적도 처음”이라며 “특히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 자꾸 빠지는 것에 대해 개인적으로 많이 힘이 든다. 계속 이어져가는 흐름을 끊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동시에 그는 ‘주장’으로서 선수들의 분발도 촉구했다. 경기 후 서포터스가 선수단을 향해 보낸 야유에 대해서도 “선수들이 받아들여야 한다”고 표현한 이유다.

남준재는 “선수들에겐 ’수고했다‘는 말만 해줬다. 처음 출전하는 선수들, 어린 선수들에겐 가장 큰 위로이자, 동시에 반성하자는 의미가 섞인 말이었던 것 같다”며 “팬들의 야유는 우리가 받아들여야 한다. 팬들이 없으면 우리의 존재도, 경기장에 있을 필요도 없다는 것을 선수들이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 상황이 너무 아쉽지만, 결국은 우리가 직접 해결해야 할 문제다. 누구도 해결해 줄수 없다. 마음이 아프고, 책임감이 크다. 하지만 분명 다시 살아날 것이고, 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리고 그래야만 한다.” 팬들을 위해서라도 반등하겠다는 의지가 잔뜩 담긴, 주장 남준재의 다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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