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인천=김명석 기자]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니까요(웃음)”

‘대표팀 복귀 욕심이 나지 않느냐’는 질문에 심서연(30·인천현대제철)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는 “대표팀 욕심은 많이 내려놓은 상태다. 욕심을 많이 안 부리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오랜 시간 여자축구 수비진의 중심에 섰던 선수인 데다가, 윤덕여호의 수비불안이 도마 위에 오른 상황임을 감안하면 조금은 아쉬운 답이었다.

실제로 여자월드컵을 준비 중인 윤덕여호(피파랭킹 14위)는 이달 초 아이슬란드(22위)를 상대로 따끔한 예방주사를 맞았다. 국내 평가전 2연전에서 1무1패에 그쳤는데, 월드컵 본선에서 상대하게 될 프랑스나 노르웨이보다 전력이 더 떨어지는 팀을 상대로 수비불안이라는 약점을 노출했다.

심서연은 당시 경기장에 없었다. 2008년부터 태극마크를 달았던 그는 2015년 캐나다 여자월드컵 당시 16강 주역이기도 했지만, 지난해 아시안게임을 끝으로 태극마크와 인연이 닿지 않고 있는 중이다. A매치 출전 기록도 57경기에서 멈춘 상태. 수비불안의 해법이 절실한 상황에서 그의 이름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대한축구협회
직접 뛰는 대신 “TV중계로 아이슬란드전을 봤다”던 심서연도 “아쉬움이 많이 남는 두 경기였다”고 평가했다. 특히 수비불안은 그에게 더욱 큰 아쉬움을 남겼다. 그는 “아무래도 같은 수비수다보니까 더 신경이 쓰였다. 내가 그 위치였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도 해봤다. 어떤 경기를 봐도 같은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심서연은 “그래도 아이슬란드전을 통해 보완할 점이나 숙제가 많이 생겼다고 본다. 최종소집을 하고 나서, 더 단단히 준비를 하면 좋아지지 않을까 싶다”는 바람도 덧붙였다.

월드컵을 앞두고 대표팀에 복귀하는 것에 대해선 “욕심을 내려놨다”고 선을 그었다.

심서연은 “지난해 아시안게임이 마지막이었다. 사실 그때도 최고의 컨디션이 아니었고, 그래서 좋은 모습도 보여드리지 못했다”며 “예전에는 수비진을 리드했다면, 지금은 밖에서 서포트하는 입장이 됐다. 욕심을 부리지는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욕심이 없다는 그의 표현은 태극마크에 대한 ‘의지가 없다’는 것과는 의미가 분명히 다르다. 자칫 큰 기대가 큰 실망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만큼, 그저 차분하게 소속팀에서의 경기에만 집중하겠다는 속뜻이 담겨 있다. 태극마크는 소속팀에서의 경기력에 비례한다는 점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그이기도 하다.

심서연은 “역대 최고 강도로 동계훈련을 진행했다. 작은 부상 없이 한 번도 안 쉬었다”며 “리그에서 계속 좋은 모습을 보인다면, 최종명단까지는 모르더라도 소집훈련에는 갈 수도 있지 않을까(웃음). 그저 소속팀에서 열심히만 하고 있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기대에 부풀어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소속팀에서 최선을 다하면서 운명에 맡기겠다는 뜻이다.

심서연은 자신의 생일이기도 했던 15일 인천남동경기장에서 열린 2019 WK리그 개막전에서 중앙 수비수로 풀타임 출전, 소속팀 인천현대제철의 개막전 2-1 역전승에 힘을 보탰다. 수 차례 상대 슈팅의 길목을 막아서는 등 수비지역에서 존재감을 발휘했다. 이날 경기장엔 윤덕여 감독이 찾아 경기를 관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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