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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후반 39분. 1-1로 맞선 상황에서 토트넘의 무사 시소코는 완벽한 역습 기회를 맞이한다. 시소코와 손흥민이 전방에 달리고 리버풀은 버질 반 다이크를 빼곤 수비가 없는 상황.

이때 반 다이크는 시소코가 오른쪽에 달려가는 손흥민에게 패스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손흥민에게 가는 패스 길목만 차단하는 수비를 했다. 시소코는 할 수 없이 주발인 오른발이 아닌 왼발로 슈팅할 수밖에 없었고 공은 하늘위로 날아갔다.

바로 이 한 번의 장면으로 인해 리버풀은 패배할 수 있는 순간을 모면했고 결국 이후 결승골을 넣으며 이겨 치열한 프리미어리그 1위 경쟁에서 우위를 이어갈 수 있게 됐다.

  • ⓒAFPBBNews = News1
별거 아닌 수비 장면일 수 있지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주장 출신인 개리 네빌의 말을 들어보면 이러한 수비 장면이 얼마나 뛰어난지 새삼 알 수 있다.

리버풀은 1일 오전 0시30분(이하 한국시각) 영국 리버풀 안필드에서 열린 2018~2019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32라운드 홈경기에서 토트넘을 2-1로 제압했다.

전반 16분 호베르투 피르미누의 선제골로 앞서 간 리버풀은 손흥민 교체 투입 1분 만인 후반 25분 루카스 모우라에게 동점골을 내줬지만, 후반 45분 모하메드 살라의 헤더가 토비 알데르베이럴트의 자채골로 이어지면서 극적으로 승점 3점을 챙겼다.

이날 경기 후 가장 화제가 되는 것은 후반 39분 반 다이크의 수비 장면이다. 반 다이크는 1대2의 수비 상황에서 시소코를 적극적으로 막기 보다 득점에 익숙한 손흥민에게 공이 가지 않는 ‘선택 수비’를 했다. 시소코는 손흥민에게 패스하지 못하고 주발인 오른발로 슛도 하지 못하며 좋은 기회를 허망하게 놓칠 수밖에 없었다.

경기 후 토트넘의 마우로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왜 리버풀이 반 다이크를 7000만파운드(약 1044억원)를 주고도 데려왔는지 보여주는 장면”이라며 상대 선수임에도 극찬을 했다. 정론지 가디언 역시 “시소코로 몰고간 수비는 훌륭했다”고 했다.

얼핏보면 평범할 수 있는 수비 장면인데 왜 이렇게 극찬일까. 맨유 주장 출신인 네빌은 스카이스포츠에 출연해 현대 축구의 ‘좋은 수비란 무엇인가’에 대해 설명한 바 있다.

당시 네빌은 “예전에는 안쪽으로 들어가는 선수가 없었다. 오른쪽은 오른발잡이가, 왼쪽은 왼발잡이였기에 바깥쪽이 뚫리지 않게 신경쓰면 됐다. 안쪽으로 들어가도 반대발로 처리해야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루이스 피구,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등이 등장하면서 수비하기 까다로워졌다. 수비수는 바깥쪽이 뚫리는 자존심을 버려야하는 선택을 해야한다”고 했다.

이어 “안쪽을 허용할 경우 곧바로 슈팅이 날아와 골이 될 수 있다. 바깥쪽으로 보낼 경우 크로스 혹은 각이 좁은 상황에서 슈팅만 허용한다. 수비수는 자존심을 버리고 바깥쪽을 내줄 줄도 알아야한다. 안으로 들어오는걸 허용하기보다 측면을 허용하는게 더 좋은 수비”라고 강조했다.

네빌의 말을 듣고 다시 반 다이크의 수비를 생각해보자. 분명 반 다이크가 강하게 시소코를 압박해 공을 뺏어냈다면 가장 좋은 수비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다가 손흥민에게 공이 가는 순간 골잡이인 손흥민이 그 기회를 놓칠 리가 없다. 차라리 슈팅력이 좋지 않고 왼발이 약한 시소코가 왼발 슈팅을 하게라도 놔두는게 손흥민에게 슛을 허용하는 것보다는 낫다. 실제로 반 다이크는 “손흥민은 그런 상황에서 충분히 골을 넣는 선수”라며 “내가 그렇게 수비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라고 했다.

  • ⓒAFPBBNews = News1
이런 수비를 하기 위해서는 손흥민과 시소코의 능력을 인지하고 파악하는 능력, 그리고 이를 인지하고 내리는 순간 판단력과 예측력, 거기에 주력과 순간 속도 등 많은 능력을 요구한다. 반 다이크는 이 모든 것을 갖춘 선수임을 단 한 장면을 통해 보여줬다.

반 다이크가 현존 최고의 수비수 중 하나로 손꼽히는 이유는 명확했다.

-스한 스틸컷 : 스틸 컷(Still cut)은 영상을 정지된 화면으로 보여주는 것을 뜻합니다. 매 경기 중요한 승부처의 한 장면을 있는 그대로 자세히 묘사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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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9/04/01 13: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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