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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김명석 기자] 단 1분도 허락되지 않았다.

이강인(18·발렌시아)과 백승호(22·지로나)가 결국 A매치 데뷔전을 치르지 못한 채 스페인행 비행기에 오르게 됐다. 처음 A대표팀에 발탁됐을 당시만 하더라도 벅찬 마음으로 귀국길에 올랐을 그들이지만, 소속팀으로 복귀하는 발걸음은 아쉬움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앞서 이강인과 백승호는 3월 볼리비아·콜롬비아와의 A매치 2연전 소집명단에 전격 발탁됐다. 기성용(뉴캐슬 유나이티드)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등이 대표팀에서 은퇴한 가운데 한국축구의 미래로 손꼽히던 이들의 첫 발탁은 ‘세대교체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처럼 보였다.

자연스레 이들의 A매치 데뷔 여부에도 관심이 쏠렸다. 특히 2001년생인 이강인이 A매치에 데뷔하면, 역대 최연소 3위 기록을 세울 수도 있었다. 한국축구의 미래가 현재로 발돋움하는 순간을 지켜보기 위해 많은 팬들이 경기장을 찾았다. 백승호를 응원하는 현수막이 경기장에 걸렸고, 이강인 유니폼을 입은 팬들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그러나 파울루 벤투 감독은 이들에게 출전을 허락하지 않았다. 볼리비아전에선 백승호가 아예 출전명단에서 빠졌고, 교체명단에 이름을 올린 이강인도 몸만 풀다 경기를 마쳤다. 벤투 감독은 “더 변화를 주면 오히려 안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필요한 만큼만 교체를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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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진 콜롬비아전도 마찬가지였다. 둘 모두 교체명단에는 이름을 올렸으나 벤투 감독은 끝내 이들을 출전시키지 않았다. 6장까지 활용할 수 있는 교체카드도 단 3장만을 썼다. 그 3장마저도 지난 볼리비아전에서 출전했던 선수들로 활용이 됐다. 결국 이강인과 백승호는 단 1분도 뛰지 못한 채 소속팀으로 돌아가게 됐다.

물론 A대표팀에서 훈련을 하고, 또 가까이서 A매치를 보는 것만으로 이들에게는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짧은 시간이라도 실제로 뛰면서 느끼는 경험과는 비교대상이 안 될 터. 무엇보다 결과보다는 내용과 시험이 중요한 ‘평가전’이었다는 점에서 팬들의 아쉬움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특히 그 아쉬움은 이강인과 백승호가 필요한 팀이 A대표팀 뿐만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더욱 크다. A매치 기간 동안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U-23 대표팀은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 출전했고, 정정용 감독이 이끄는 U-20 대표팀은 다름 아닌 스페인에서 전지훈련을 진행 중이었기 때문.

두 팀 모두 이강인과 백승호가 필요했다. 특히 김학범호에는 백승호와 같은 1997년생들이 주축을 이뤘다. 짧게는 내년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길게는 도쿄올림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미리 호흡을 맞출 기회였다.

오는 5월 U-20 월드컵을 준비 중인 정정용호는 이강인이 특히 필요했을 시기였다. 이번 전지훈련은 U-20 월드컵을 앞둔 중요한 일정이었다. 바이에른 뮌헨에서 뛰는 정우영도 합류해 동료들과 호흡을 맞췄다. U-20 월드컵의 주축이 될 이강인이 함께였다면 더욱 의미 있는 훈련이었을 터다.

그러나 벤투 감독이 이들을 A대표팀에 호출하면서 김학범호도, 정정용호도 백승호와 이강인을 제외한 채 3월 일정을 소화했다. 그들을 필요로 하는 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A대표팀에서 1분도 뛰지 못한 이강인과 백승호의 기록은, 그래서 더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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