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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김명석 기자] 지난해 10월이었다.

당시 이승우(21·헬라스 베로나)는 파울루 벤투감독의 부름을 받아 우루과이·파나마와의 A매치 2연전 소집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재성(홀슈타인 킬)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이승우의 출전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린 시기였다.

그 전달 코스타리카전에서 교체로 7분을 뛰는데 그쳤고, 칠레전에는 아예 그라운드를 밟지 못하면서 자존심에 생채기를 입었던 터라 이승우 스스로도 이를 악물었을 터. 경기장에서 몸을 풀기만 해도, 전광판에 얼굴만 비춰도 뜨거운 함성이 가득 찰 만큼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던 터라 팬들의 관심과 기대 역시도 많이 높아진 상태였다.

그러나 이승우는 우루과이전도, 파나마전도 벤치만을 지켰다. 벤투 감독은 2경기 모두 손흥민(토트넘 홋스퍼)과 남태희(알 두하일) 황희찬(함부르크)을 2선 공격진 선발로 내세웠다. 이승우는 교체로도 벤투 감독의 낙점을 받지 못했다.

2연전을 마친 뒤 벤투 감독은 “같은 포지션에 능력 있는 선수가 많아 이승우 대신 다른 선수를 쓴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기장에서 느낄 수 있는 이승우의 인기와는 별개로, 훈련장이나 경기장 위에서의 모습에만 철저히 초점을 맞추고 출전을 결정하겠다는 벤투 감독의 냉철함을 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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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 뿐만이 아니었다. 11월 호주·우즈베키스탄과의 A매치 2연전에서 처음 태극마크를 단 김정민(20·FC리퍼링)은 호주전엔 추가시간에야 출전했고, 우즈벡전엔 아예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이진현(22·포항스틸러스)도 이승우처럼 10월 2연전 모두 결장했다가, 11월에야 호주전 9분, 우즈벡전 15분 등 점차 출전시간을 늘려갔다.

이 과정에서 김민재(23·베이징궈안)나 황인범(23·밴쿠버 화이트캡스) 정도를 제외하면, 벤투 감독은 A대표팀과 인연이 많지 않은 20대 초반의 어린 선수들에게는 출전 시간을 매우 제한해온 셈이다. 과감한 실험보다는 안정에 무게를 두는 벤투 감독의 성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처음 태극마크를 단 ‘2001년생’ 이강인(18·발렌시아)과 백승호(22·지로나FC)의 이번 A매치 2연전 출전 여부에 기대와 우려가 뒤섞이고 있는 이유다. 세대교체의 시작점이 될 이들의 경기력은 어떨 것인지에 대한 관심, 그리고 이승우처럼 1분도 뛰지 못한 채 허무하게 스페인으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앞서 벤투 감독의 성향을 돌아보면, 이강인과 백승호 역시 그 ‘아픔’을 겪을 범주에 포함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 더구나 이번 A대표팀 규모는 23명보다 4명이 더 많고, 이 가운데 선발 11명, 교체 6명을 제외하면 매 경기마다 10명은 결장하는 셈이어서 처음 태극마크를 단 이강인과 백승호에게 기회가 돌아갈 지는 미지수다.

여기에 벤투 감독이 이번 3월 A매치를 분위기 전환의 타이밍으로 바라본다면, 이들의 출전 가능성은 더욱 줄어들 수 있다. 아시안컵 8강 탈락으로 대표팀을 향한 여론이 싸늘해진 가운데, 다시 한 번 손흥민 등 주축 선수들을 대거 내세워 ‘결과’에 초점을 맞출 경우 자연스레 실험적인 선택을 내리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반대로 벤투 감독이 볼리비아·콜롬비아 2연전을 대표팀 변화의 시작점으로 바라보고 있다면, 이강인과 백승호 등 어린 선수들에게도 적지 않은 시간이 보장될 수도 있다. 벤투 감독 스스로 과거의 선택을 뒤엎고 스스로 ‘세대교체의 시작’을 알리는 셈이다. 물론 이강인과 백승호 모두 훈련장에서 존재감을 명확하게 드러내는 전제 하에 가능한 일이다.

한편 벤투호는 오는 22일 오후 8시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볼리비아와,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콜롬비아와 차례로 격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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