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현영민입니다. 이번 칼럼의 주제는 이강인 발탁으로 주목받고 있는 축구대표팀의 3월 A매치 명단에 대해 얘기해볼까 합니다.

스포츠코리아 제공 ⓒAFPBBNews = News1
▶축구장에선 나이는 없어… 기회왔을 때 붙잡아야

역시 이번 대표팀 명단 발표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것은 이강인입니다. 만 18세의 이강인은 3월 A매치에 출전하게 되면 역대 3번째로 어린 나이에 태극마크를 달고 뛴 선수가 됩니다.

아시안컵이 성공적이지 못하고 기성용-구자철이 대표팀을 은퇴하면서 파울루 벤투 감독은 변화의 필요성을 체감한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젊은피를 수혈해 건강한 경쟁 체재를 가져가고 싶어한 것 아닐까요. 또한 이강인이 발렌시아에서 보여준 모습을 대표팀에서도 녹아낼 수 있는지를 지켜보고자 하는 마음도 함께일거라 봅니다.

축구장 밖에선 형들에게 배우고 경쟁할 수 있지만 축구장 안에선 나이는 없습니다. 대표팀의 문은 항상 열려있고 기회를 받았을 때 잡는 것은 결국 선수의 몫입니다. 나이가 아니라 현재 실력과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을 증명해내야 합니다. 훈련 하나하나가 경쟁이죠.

저 역시 대학교 시절 거스 히딩크 감독님이 이끄는 대표팀과 연습경기 이후 A대표팀 호출을 받아 사실상 연습생 신분으로 대표팀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벌써 18년여전이네요.

대구에서 처음으로 소집됐는데 정말 TV에서만 보던 선배들과 밥을 먹고 훈련한다는게 참 긴장됐었습니다. 하지만 훈련을 하면 할수록 ‘난 대학생이 아니라 태극마크를 달고 있는 선수’라는 마음을 가지게 됐고 선배들에게 먼저 다가가기도 했습니다. 긴장보다는 설렘으로 대표팀을 대하게 되더군요.

어렸고 프로 경험도 없지만 히딩크 감독님이 시키는 힘든 훈련을 버텼고 ‘축구장 안에선 나이가 아닌 실력이 먼저’라는 생각으로 이 악물고 뛰다보니 결국 2002년 여름 어느 해보다 뜨거웠던 순간에도 함께였습니다. 물론 이강인은 저보다 더 뛰어난 선수가 되겠지만 이강인의 발탁을 보며 제가 처음 대표팀에 소집됐던 때의 긴장감과 기분이 새삼 떠올랐습니다.

현영민의 2001년 모습과 그를 발탁한 히딩크(오른쪽). ⓒAFPBBNews = News1
▶소속팀서 중요한 경기 앞둔 손흥민 발탁, 실력은 당연+기성용 이후 구심점 필요

이강인, 백승호 등 활기찬 에너지가 들어오며 호평을 받은 것에 반해 ‘손흥민을 굳이 발탁했어야 하느냐’는 여론도 있습니다. 손흥민이 최근 떨어진 체력과 득점력에 대해서 월드컵, 아시안게임, 리그, 아시안컵등 이미 많은 경기들을 치르면서 지친 손흥민의 발탁을 지적하는 여론도 있다는 것을 압니다.

하지만 감독이라면 한국대표팀의 최고 선수인 손흥민을 발탁할 기회를 놓칠 리가 없습니다. 특히 이번 대표팀은 기성용과 구자철이라는 대표팀의 정신적 지주가 이탈하면서 주장인 손흥민마저 없다면 중심을 잡아줄 선수의 부재가 클 수밖에 없습니다. 어린선수들도 대거 발탁됐는데 정신적 지주로써 손흥민의 역할도 벤투 감독은 간과할 수 없었다고 봅니다.

물론 축구대표팀에서 손흥민이 있고 없고는 공격의 질 자체가 다릅니다. 아무리 평가전이라도 결과에 신경쓰지 않을 감독은 없고 선수가 괜찮다면 좋은 선수를 쓰지 않을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

▶대표팀에 영원한건 없다… 권창훈 복귀에 기대

대표팀 선배로써 기성용과 구자철에게 ‘그동안 참 수고했다’는 말을 건네고 싶습니다. 대표팀의 중심을 잡아주며 많은 역할을 해줬는데 더 이상 함께할 수 없다니 아쉬울 뿐입니다. 저 역시 홍명보, 황선홍 선배가 2002 한일월드컵을 끝으로 대표팀을 떠났을 때 선배들의 부재를 아쉬워했지만 대표팀엔 영원한건 없습니다. 새로운 얼굴이 나타나야하고 그 기회가 새롭게 발탁된 선수, 혹은 기존 선수들에게 돌아갈 것입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변화는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것을 팬들도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저 역시 이강인을 직접 한국에서, 그리고 성인대표팀에서 보고 싶었고 젊고 역동적이고 창의적인 에너지를 확인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이강인만큼 주목해야할 것은 권창훈의 재발탁이라 봅니다.

지난해 월드컵을 앞두고 아쉽게 아킬레스건 파열로 인해 장시간 이탈했던 권창훈이 돌아오면서 대표팀 2선의 무게감을 크게 달라질 것입니다. 이미 권창훈은 대표팀에서 이미 핵심적인 역활 해냈던 선수보다는 리그와 대표팀에서 부상전까지 2선에서 창의성과 다양성을 보여줄 선수로서 이번 대표팀 합류가 정말 반갑습니다.

이번 3월 A매치 상대인 볼리비아와 콜롬비아는 결코 쉬운 상대가 아닙니다. 대표팀은 그 어느 때보다 급격한 변화도 겪었기에 조직력에서 불완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대표팀은 월드컵이라는 커다란 길을 걸어가는 과정 속에 있다는 것을 감안해주시길 바랍니다. 물론 늘 승리한다면 좋겠지만 결과만큼이나 선수들이 얼마나 최선을 다해 뛰고, 어린 선수들이 실수 속에서도 미래를 기대할 수 있게 해주느냐에 초점을 맞춰서 봐주신다면 훨씬 재밌고 긍정적으로 A매치를 즐길 수 있으리라 봅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현영민 칼럼 : 스포츠한국은 2002 한일월드컵 마지막 현역 멤버이자 한국 최초의 러시아리그 진출을 이뤄낸 현영민 해설위원과 함께 칼럼을 진행합니다. 현영민 칼럼니스트에게 궁금한것, 다뤄줬으면 하는 주제에 대해 스포츠한국 SNS와 댓글을 통해 제보 부탁드립니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