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한국 울산=김명석 기자] “배수의 진을 친다는 생각으로 울산에 왔습니다.”

김보경(30·울산현대)이 이를 악 물었다. 한때 제2의 박지성이라 불릴 만큼 많은 주목을 받고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가운데, 새 소속팀인 울산에서 기필코 반등을 이뤄내겠다는 굳은 각오를 드러낸 것이다.

그는 한때 한국축구의 중심에 서 있었다. 태극마크를 달고 2010년 남아공 월드컵, 2012년 런던 올림픽 등에 출전했다. 카디프 시티, 위건 애슬레틱 등에선 유럽 무대도 누볐다. 제2의 박지성이라는 수식어도 늘 그를 따라다녔다.

그러나 팬들이 기대했던 것만큼 성장폭은 크지 않았다. 결국 2015년 유럽을 떠나 일본 무대로 돌아갔고, 이후 전북현대와 가시와 레이솔을 거쳤다. 자연스레 태극마크와도 점점 거리가 멀어졌다.

특히 지난해엔 가시와에서의 부진이 두드러졌다. 23경기에서 2골을 넣는데 그쳤다. 팀의 2부리그 강등을 막지 못했다.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반등을 위한 팀을 찾았다. 울산이 그를 향해 손을 내밀었고, 결국 1년 임대를 통해 K리그로 복귀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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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페란FA(말레이시아)와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는 그의 울산 데뷔전이었다. 4-3-3 전형의 측면 공격수로 나선 그는 공격의 중심에 서서 팀 공격을 진두지휘했다.

특히 오른쪽 측면 수비수로 나온 김태환과의 호흡이 인상적이었다. 전반 23분 선제골 장면에서도 둘의 호흡이 빛났다. 김태환이 내준 패스를 김보경이 뒤꿈치 패스로 다시 건네면서 상대 수비를 단번에 허물었다. 김태환의 땅볼 크로스는 상대의 자책골로 연결됐다.

뿐만 아니라 김보경은 측면과 중앙을 넘나들면서 상대 수비를 흔들었다. 측면 공격수로 나섰지만 페널티 박스 안에서 여러 차례 슈팅 기회를 잡았다. 공격포인트와는 인연이 닿지 않았으나 존재감을 드러내기엔 부족함이 없었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그는 “(김)태환이가 잘 맞춰주려 하고 있다. 감독님은 나에게 사이드보다는 중앙에서 플레이하는 걸 강조하시고, 태환이는 반대로 사이드에서 장점을 발휘한다”며 “내가 빠지면 그 공간을 태환이가 노리는 장면들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울산에서 반드시 반등하겠다는 출사표도 던졌다. 그는 “(가시와에서)적응을 못하고, 안 좋은 소리가 나오는 건 그만큼 훈련 등에서 안일했다는 의미일 것”이라며 “그래서 울산에 올 때 배수의 진을 친다는 생각으로 왔다”고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 “훈련량도, 컨디션 조절도 유럽 진출을 꿈꿀 때 만큼으로 조절하고 있다”며 “개인적으로 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고, 그래서 대표팀에도 다시 가고 싶다. 차근차근 목표를 이뤄나가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한편 이날 승리한 울산은 시드니FC(호주) 가와사키 프론탈레(일본) 상하이 상강(중국)과 함께 조별리그 H조에 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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