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200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 K리그 최고의 미드필더로 활약했던 김재성(36)이 정든 그라운드를 떠나 새로운 출발을 시작한다.
스포츠한국과의 인터뷰를 통해 공식적으로 은퇴를 선언하게 된 김재성은 2005년 프로 데뷔 후 2018시즌까지 14년의 프로 커리어를 마무리 하게 됐다.
부천 SK(현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시작해 포항 스틸러스에서 김재성은 2008 FA컵 우승, 2009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우승에 이어 2010 남아공 월드컵 주전멤버로 처음이자 마지막인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의 신화를 이룩하기도 했다. 이후 상주 상무를 거쳐 다시 돌아온 포항에서 지금도 회자되는 극적인 포항의 2013 K리그 우승에 핵심 역할을 했고 이후 서울 이랜드 FC의 창단 멤버이자 주장으로 도움왕까지 오른 후 제주, 전남을 거쳐 호주, 태국 무대에서 뛴 후 커리어를 마감했다. K리그 356경기 출전.
여전히 추운 2월,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고 있는 김재성을 서울 옥수의 한 카페에서 만나 14년 프로커리어를 마치는 심정과 그의 축구 인생을 함께 정리해봤다. 국가대표로써, 그리고 K리그 정상급 미드필더로써 우리가 사랑했던 김재성의 새로운 출발을 응원한다.
초등학교 5학년에 축구를 처음 시작한 김재성은 경기도 수원 공고로 진학한다. 그가 고등학교 입학했을 때 당시에는 무명이었지만 이후 한국축구사의 전설이 된 박지성은 수원공고를 막 졸업한다.
박지성을 수원공고에서 키운 이학종 감독은 김재성에게 ‘박지성이라고 너랑 똑같은 스타일의 선배가 있었다’며 매일같이 얘기했고 이후 박지성이 아직 대학진학을 하지 못했을 때, 이후 올림픽 대표팀 발탁전에 몸을 만들기 위해 수원공고를 찾아 함께 훈련했다. 그때마다 ‘지성아, 너랑 똑같은 애가 하나 들어왔다’며 박지성에게 김재성을 소개했다.
김재성은 학교 선배였던 박지성이 올림픽 대표까지 뽑힌 선수였기에 동경했고 박지성 역시 스승이 자신과 같은 스타일의 선수라기에 격려해주며 자신의 남는 축구화도 김재성에게 주기도 했다.
“당시 지성이 형이 준 축구화를 1년을 넘게 신었어요. 제가 넉넉지 않아서 올림픽 대표 선배가 준 좋은 축구화를 캐비넷에 넣어놨다가 경기 때만 신고, 경기 끝나면 벗어서 깨끗이 닦아놓고 매일 신주단지 모시듯 했죠. 정말 소중히 신으면서 꿈을 키웠죠. 그러던 지성이형이랑 2010 남아공 월드컵 16강전에서 같이 선발로 나갔으니 참 격세지감이었죠.”
이후 김재성이 호주에 진출했을 때 박지성은 호주 언론에 ‘김재성은 나와 비슷한 스타일의 선수’라고 소개했고 동료들이 ‘야. 너 박이랑 알아? 박이 너 얘기 하더라’라며 인정해줬다고. 고고시절부터 맺은 박지성과의 인연이 남달랐던 김재성이다.
월드컵에 주전멤버로 나선 김재성은 그러나 연령별 대표도 못해본 늦깎이 선수였다. 대학교 3학년때 프로로 향하긴 했지만 동나이대 그리 주목받는 선수는 아니었다. 뒤늦게라도 꽃을 피우기 위해 김재성은 그야말로 ‘죽어라’ 훈련에 몰두했다.
“전 축구를 하면서 ‘재능있다’, ‘번뜩인다’ 같은 평가를 들어본 적은 없어요. 그래서라도 더 노력해야했죠. 전 누구보다 노력과 훈련의 힘을 믿어요. 고등학교때 새벽운동, 아침운동, 오후 단체 운동, 저녁 훈련, 그리고 취침 후에 훈련까지 전 이 모든 운동을 다했어요. 두 세가지를 하는 선수는 있어도 저처럼 모두 하는 선수는 드물었죠. 남들이 하는 노력만큼해서는 남들처럼 밖에 할 수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일화도 들려줬다. 서울 이랜드에 처음 입단했을 때 미국 전지훈련 당시 김재성은 매일 같이 저녁에 보강 훈련을 위해 헬스장을 찾았다고 한다. 그때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 선수만 김재성처럼 나와서 훈련을 했다고. 그게 바로 서울 이랜드가 배출한 스타인 주민규(울산 현대)였다. 김재성은 주민규의 노력을 보고 ‘얘는 그래도 어느정도 위치까지는 가겠구나’하고 생각했다고.
“전 제 2의 박지성, 손흥민이 한국에서 나올 수 있다고 봐요. 재능만으로 되는게 아니죠. 아시아 선수는 분명 한계가 있죠. 하지만 그걸 뛰어넘는 것은 결국 축적된 훈련량이라고 봐요. 지성이형이나 흥민이도 어린시절과 프로가 돼서도 엄청난 훈련을 끊이질 않게 했거든요. 흥민이는 제가 2010 남아공월드컵 이후 대표팀에서 봤는데 그때도 함께 개인훈련을 할 정도로 훈련에 미친 선수였죠. 이런 선수들의 훈련량은 정말 상상을 초월해요.”
물론 김재성이 강조하는 것은 올바르고 과학적인 훈련방식, 그리고 훈련 후 과학적인 회복과 휴식, 그리고 부단한 노력을 필요로 하는 훈련량이 결합됐을 때 좋은 선수가 가능하다는 것.
“전 축구가 재능으로 한다는 것을 믿지 않아요. 선수생활을 하며 많은 선수를 봤지만 잘하는 선수의 비결은 결국 ‘훈련’이더라고요. 저 역시 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의 노력을 했기에 K리그에서도, 국가대표로써도 뛸 수 있었다고 믿어 의심치 않아요. 선수생활을 끝내면서 보니 결국 더 좋은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치열한 노력밖에 없더라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