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군 정식승격 후 최근 3경기 연속 결장
‘에이스’ 게데스 복귀로 입지 더욱 줄어
2군 경기는 '출전 불가'…실전감각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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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김명석 기자] 이강인(18·발렌시아)이 ‘냉혹한 현실’과 마주했다. 정식으로 ‘프로무대’에 뛰어든 직후다.

‘날아라 슛돌이’ 출신으로 일찌감치 스페인 발렌시아 유스팀에 입단한 이강인은 지난해 10월 17세의 나이로 1군 공식경기에 데뷔하며 많은 주목을 받았다. 또 지난 1월에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최연소 데뷔 기록까지 세웠다. 출전할 때마다 나름의 경쟁력을 선보이면서 재능이 남다름을 스스로 보여줬다.

이러한 활약을 바탕으로 최근엔 발렌시아 2군에서 1군으로 정식으로 승격했다. 이적 허용금액(바이아웃)도 무려 8000만 유로(약 1020억원)로 2군에 있을 당시보다 4배나 더 뛰었다. 등번호도 34번이 아닌 16번으로 바뀌었다. 1군 선수들에게만 허락되는 25번 이하의 등번호를 단 ‘어엿한’ 1군 선수가 됐다.

그런데 1군 계약서에 사인을 한 직후부터 상황이 묘하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16번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었던 지난 3일 FC바르셀로나전에서는 90분 동안 벤치만을 지켰다. 이어진 레알 베티스와의 스페인 국왕컵 4강 1차전에선 20명의 소집명단에 들고도 최종 출전명단(18명)에는 들지 못했다.

급기야 11일 레알 소시에다드전에서는 아예 소집명단에서조차 제외됐다. 지난달 30일 헤타페와의 국왕컵 8강 2차전을 끝으로 열흘 넘게, 3경기 연속 실전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유는 단 하나다. 이제 막 1군에 오른 이강인은 팀내 경쟁에서 가장 후순위이기 때문이다. 11명의 선발, 7명의 대기명단이라는 제한적인 자리를 하나둘씩 채우다보면 후순위에 놓인 선수에겐 기회가 돌아가기 어렵다. 이는 이강인이 가진 ‘뛰어난 재능’과는 별개로, 다분히 현실적인 측면에서 바라봐야 하는 부분이다.

이강인은 팀내에서 4-4-2 전형의 측면 미드필더 자원으로 분류되고 있다. 곤살루 게데스와 데니스 체리세프, 카를로스 솔레르, 페란 토레스가 이강인보다는 팀내 입지가 더 단단한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 최근 영입된 공격수 루벤 소브리노도 양 측면을 겸할 수 있다. 경쟁에서 이겨야 할 상대가 만만치 않다.

그동안 이강인이 꾸준하게 소집된 배경엔 게데스의 부상 공백이 자리 잡고 있었다. 체리세프와 솔레르가 주전, 그리고 이강인과 페란 토레스가 백업으로 각각 좌-우 측면을 책임지는 구도였다. 그런데 게데스가 2개월 만에 돌아왔다. 그는 지난 시즌 발렌시아의 ‘핵심 자원’이었다. 그 여파가 이강인을 향한 상태다.

문제는 3개월 여의 잔여 시즌 간 커다란 변화를 기대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는 점이다. 시즌이 중반을 넘어서면서 이제는 어느 한 경기 힘을 빼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부상이나 징계 등의 변수가 나오지 않는 한 이강인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많지 않다는 의미다.

최근 1군으로 정식 승격한 까닭에 2군 경기에 나설 수도 없는 상황이다. 1군 승격이 오히려 독이 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이제 막 프로의 세계에 들어선 이강인이 냉혹하지만 피할 수 없는 현실과 마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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