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골을 터뜨리고 환호하는 마커스 래시포드 ⓒAFPBBNews = News1
14일 오전(이하 한국 시각) 열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 토트넘 홋스퍼의 경기는 2018~2019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22라운드의 최대 빅매치였다.

올레 군나르 솔셰르 임시 감독의 부임 이후 5연승을 거두고 있는 상승세의 맨유와, ‘DESK’ 라인의 막강한 화력을 폭발시키고 있는 토트넘이 맞붙었다.

이날 경기의 승자는 맨유였다. 이번 시즌 첫 번째 맞대결에서 0-3 대패를 당했던 맨유는 1-0으로 승리하며 패배를 설욕했다. 솔셰르 감독이 이끄는 맨유는 승점 15점을 얻어 4위 첼시와의 승점 차를 6점으로 좁히는 데 성공, 2019~2020 UEFA 챔피언스리그(이하 챔스) 진출권을 두고 경쟁할 수 있게 됐다.

반면 토트넘은 이날 패배로 첼시의 1점 차 추격을 허용했고, 리버풀과 맨시티 등 선두권과의 격차를 좁히는 데 실패했다.

▶솔셰르의 베스트 일레븐

솔셰르 감독은 4-2-3-1 포메이션을 가동했는데, 실질적으로 4-3-3 대형을 유지했다. 주목할 것은 선발 멤버의 구성이 솔셰르 감독 부임 후 첫 경기였던 카디프시티와의 선발 멤버와 동일하다는 점이다.

새로운 감독 체제에서는 많은 것들이 변한다. 맨유의 경우 4-3-3 포메이션과 고정된 라인업이라는 ‘플랜 A’가 확정되었다는 것이 변화의 한 부분이었다.

부임 후 첫 경기와 강팀과의 빅매치는 팀 컬러가 드러날 뿐만 아니라 그것을 바탕으로 전체적인 팀의 평가가 이뤄진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카디프시티와 토트넘을 상대로 내세운 솔셰르 감독의 베스트 일레븐은 동일했다. 따라서 이 팀으로 구사하는 전술과 선수 개인에게 맡긴 역할이 승부를 결정짓는 요소가 된다.

짧은 패스와 역습이 달라진 맨유의 기본 컨셉이다. 솔셰르 감독은 최전방에 주로 3명의 공격수를 배치하고 포그바를 공격의 기점으로 삼는다. 앙토니 마르시알-마커스 래시포드-제시 린가드 스리톱은 솔셰르가 중용하는 공격 라인이다. 측면을 부수는 돌파와 자유자재의 스위칭 플레이가 핵심 전술이라고 할 수 있다. 토트넘전에서 알 수 있듯 마샬의 돌파로 측면에서 찬스를 만드는 장면이 빈번했고, 래시포드의 결승골 역시 포그바를 기점으로 한 스리톱의 스위칭 플레이가 만들어낸 기회였다.

토트넘의 4-4-2 대형에서 핵심적인 시소코의 부상 이탈은 이날 경기에 결정적 요인이었다 ⓒAFPBBNews = News1
▶무사 시소코의 부상, 허리 싸움에서 승리한 맨유

맨유의 승리 요인 중 하나는 미드필드 진영에서 적극적인 경쟁을 펼친 것을 꼽을 수 있다. 솔셰르 감독은 토트넘의 중원 라인에 밀리지 않기 위해 수비 시에는 안데르 에레라와 네마냐 마티치에게 포백을 보호하는 역할을 맡겼다. 관건은 최근 들어 패트릭 비에이라, 야야 투레와 비견되는 시소코의 활약이었다.

시소코의 박스 투 박스 플레이는 수비는 물론 공격 가담 시에 상대 맨마킹의 부재라는 이점을 안고 플레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술적 유용성이 매우 크다. 그렇기 때문에 맨유로서는 포백을 보호하는 역할을 맡은 에레라-마티치보다 포그바의 적극적인 수비 가담이 필수적이었다.

왕성한 활동량과 빡빡한 일정 탓이었을까. 전반 39분 시소코는 허벅지 뒷근육 통증을 호소했다. 수비 가담 역할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워진 포그바는 시소코가 교체 아웃된 지 채 2분도 되지 않아 래시포드의 결승골을 어시스트하며 팀의 승리를 견인했다. 토트넘에게는 데헤아의 ‘선방 쇼’만큼이나 시소코의 부상이 뼈아픈 이유였다. 시소코가 풀타임으로 뛰었다면 경기 결과는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돌아온 '수호신' 데헤아의 말처럼 솔셰르 감독의 맨유가 톱4에 진입하는 것이 더 이상 불가능한 얘기는 아니다. ⓒAFPBBNews = News1
▶전반기와 달라진 맨유의 경기력, 우승 경쟁 변수로 작용할까?

축구는 골을 넣어야 이기는 스포츠다. 모리뉴 감독 체제에서는 특유의 수비적인 전술 때문에 득점력이 저조했다. 솔셰르 감독 부임 전까지 맨유가 리그에서 3점 이상 득점한 경기는 지난해 10월과 12월, 각각 뉴캐슬(3-0)과 풀럼(4-1)을 상대로 승리한 경기뿐이다. 그마저도 강팀을 상대로 거둔 승리는 한 번도 없었다.

솔셰르 감독의 맨유는 많은 골을 넣으면서 득점력이 회복됐다는 호평과 함께 약팀에게 거둔 대승이라는 지적도 받았다. 따라서 이번 토트넘과의 경기는 맨유가 선두권에 있는 강팀을 상대로도 얼마나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는지를 제대로 평가할 기회였다. 16경기가 남아 있는 리그 일정 가운데 앞으로도 맨유가 강팀에게 승리를 거둔다면 챔스 진출 확보와 더불어 우승 경쟁의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최근 경기 내용을 볼 때 맨유는 약팀에게는 공격력을 극대화하여 많은 골을 넣기 위해 노력한다. 반면 지난 잉글랜드 FA컵 3라운드 뉴캐슬과의 경기처럼 로테이션 멤버를 투입했거나 토트넘 같은 강팀과의 빅매치에서는 한 번의 기회, 한 골을 중요하게 여기는 효율적인 축구를 지향한다.

취약점으로 평가되는 공중볼 경합과 역습에 대응하는 수비 집중력 부분만 개선된다면, 강팀에게도 승리할 수 있는 조건은 충분하다. 다음 시즌에도 맨유가 챔피언스리그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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