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축구계에 이런 딜이 있었을까. 참 특이한 딜을 주고받은 대한축구협회(KFA)와 토트넘 훗스퍼는 양측에게 ‘윈-윈’으로 웃음지었다.

특이했지만 성공적인 딜이었던 ‘손흥민 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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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축구협회는 지난해 7월 기묘한 딜을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의 토트넘과 했다. 당장 8월 열리는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에 김학범 감독이 강력하게 손흥민을 원했고 손흥민 역시 차출을 원했다. 그러나 아시안게임은 정식 A매치가 아니기에 의무 차출 규정이 없다. 그래서 손흥민을 차출하게 되면 토트넘 입장에서는 시즌 초반 중요 2~3경기를 손흥민 없이 보내게 됐다.

양측 모두 손흥민이 필요했지만 일단 양보한 것은 토트넘이었다. 하지만 토트넘도 딜을 했고 그 딜의 결과는 모두에게 이로웠다.

정리하면 이렇다. 손흥민은 아시안게임에 처음부터 차출된다. 그래서 아시안게임 전 경기를 치른다. 아시안게임 대회기간은 약 3주가량이었다.

토트넘은 이 3주가량을 손해보기에 대신 4주가량의 시간을 더 받았다. 바로 11월 A매치에 손흥민을 한국대표팀에 차출하지 말라는 것과 원래대로라면 지난해 12월 20일 아스날과의 리그컵 경기 후 아시안컵 차출을 위해 팀을 떠나야하지만 3주 가량을 더 토트넘에서 뛰게 한다는 것이었다.

결국 11월 A매치에 차출하지 않으면서 1주의 시간을 벌었고 아시안컵 조기 소집을 위해 2주전에 모이는 대표팀에 도리어 1주 늦게 합류하면서 3주의 시간을 번 토트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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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축구협회, 월드컵 부정 여론 한방에 날린 아시안게임

서로 딜을 했으니 양측 모두에게 좋은 결과가 필요했다. 먼저 성공한건 대한축구협회였다. 손흥민은 아시안게임에서 주장을 맡아 후배들을 이끌며 40년만에 원정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대한축구협회는 AFC U-23챔피언십 실패와 월드컵에서 16강 진출 실패의 부정적 여론을 아시안게임 금메달 한방으로 회복, 아니 역전했다.

손흥민 개인도 병역특례를 받았다. 더 이상 손흥민을 옥죄는 것은 없게 됐다. 토트넘도 이득이었다. 손흥민의 병역문제가 사라지며 몸값이 수직상승했다. 더 이상 한국에 2년동안 보내야할 일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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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 11월 휴식 후 손흥민의 질주 덕에 질 경기도 이겼다

이미 아시안게임을 통해 무형의 산물을 얻은 토트넘도 실질적인 ‘딜’의 성공이 필요했다. 일단 11월 A매치에 차출하지 않은 것은 12월 깨닫게 되지만 신의 한수였다. 손흥민은 11월 A매치에 차출되지 않은채 영국에서 휴식을 취하며 2018년 혹사논란이 시달리던 몸을 푹쉬었다. 이 1주 이상의 시간을 푹쉰 손흥민은 이때부터 엄청난 질주를 시작하며 토트넘의 에이스로 거듭났다.

그리고 손흥민이 차출됐어야할 지난해 12월 20일 이후의 시간도 토트넘에 남게 되면서 토트넘은 지옥의 ‘박싱데이’ 일정을 순탄히 보냈다. 아니, 손흥민 덕분에 단 1패만 거두며 보냈다. 손흥민은 이 기간 무려 6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를 올리는등 6경기에서 7골 5도움으로 맹활약했다.

이후 첼시전과 맨유전에서는 다소 아쉬운 활약을 했지만 토트넘은 손흥민을 최대한 활용하며 루카스 모우라 등 부상자가 생긴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만약 손흥민도 차출된 상황에서 모우라의 부상 소식까지 있었다면 최악의 상황에 놓일 뻔했던 토트넘이다.

결국 토트넘은 원래대로라면 아랍에미리트에 있었어야할 손흥민이 영국에 남으면서 맹활약을해 같은기간 그나마 2패만 당할 수 있었다. 손흥민이 없었다면 이기지 못할 경기도 많았다.

대한축구협회는 손흥민이 주장으로 활약한 아시안게임을 통해 축구사에 남을 업적과 여론 반전을, 그리고 토트넘은 11월 휴식 이후 아시안컵 차출 기간동안 손흥민의 맹활약 덕에 승리를 챙기며 축구사에 보기 힘든 이례적인 ‘손흥민 딜’은 대한축구협회, 토트넘 모두에게 윈-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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