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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부끄럽고 참담하다. 16강 진출을 자축하기에는 부끄러운 마음부터 먼저다. 피파랭킹 91위인 키르기스스탄, 116위인 필리핀을 상대로 1-0으로 졸전 끝에 이긴 한국 축구는 밤중에 깨어 축구를 관전한 국민들을 한숨 짓게 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2일(이하 한국시각) 오전 1시 아랍에미리트 알 아인 하자 빈 자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C조 2차전 키르키스스탄전에서 전반 42분 김민재의 골로 1-0 힘겨운 승리를 거뒀다.

필리핀전처럼 경기를 주도해도 골을 넣지 못해 답답했던 경기 흐름은 전반 42분 그나마 풀렸다. 오른쪽에서 홍철이 왼발로 감아찬 코너킥이 문전 가까운 포스트로 붙었고 공격가담한 수비수 김민재가 헤딩골을 넣었다. 김민재의 A매치 14경기만에 데뷔골이자 답답한 흐름을 깬 천금같은 골이었다. 이 골 덕분에 한국은 승리해 2승으로 일단 16강 진출은 확정했다.

16강에 나갔다는 사실은 전혀 화제가 되지 않고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았다. 경기 후 벤투 감독이 “두 경기 모두 다득점에 실패해 막판까지 가슴을 졸이며 경기했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피파랭킹 91위인 키르기스스탄, 116위인 필리핀을 상대로 1-0으로 이겼고 꽤 위험한 공격기회를 여럿 허용하며 행여 비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지고 경기를 한 것 자체가 굴욕적이다.

키르기스스탄이 더욱 좋지 않았던 것은 필리핀전은 아예 상대가 밀집수비만 펼쳤다는 변명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필리핀전은 정말 텐백으로 아예 대량실점을 막는 것이 목표였던 필리핀이었다. 필리핀은 한국전에 최소한 적게 지고 중국전에 승점 1점이라도 딴 후 키르기스스탄을 이기는 것을 목표로 삼은 듯했다. 한국과 키르기스스탄전 전에 열린 중국과 필리핀전을 보면 필리핀이 꽤 공격을 하고 앞으로 나서며 한국전과 다른 경기를 했다는 것을 보면 이를 유추할 수 있다.

키르기스스탄도 비슷하다. 중국전에 아쉽게 졌으니 16강 진출을 위해서는 한국전에 승점 1점이라도 따야했다. 김민재에게 실점 후 더욱 공격적으로 나온 키르기스스탄이며 경기 후 그들이 기록한 12개의 슈팅이 결코 수비적으로 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키르기스스탄이 대놓고 밀집수비도 하지 않았으니 공간도 많았고 골 넣을 기회도 많았다. 하지만 한국은 수없이 좋은 기회를 모두 놓치고 수비수가, 그것도 A매치 데뷔골로 넣은 골에 만족해야했다.

6개월여 전만해도 독일을 2-0으로 이긴 팀이 필리핀과 키르기스스탄전을 1-0으로 겨우 이긴 것은 부끄러울 따름이다. 그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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