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의 경기력이 날로 더해지고 있다.

2일 오전 2시30분(이하 한국 시각) 카디프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카디프시티와의 21라운드 원정 경기에 선발 출전한 손흥민은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최근의 상승세를 이어갔다. 토트넘은 해리 케인의 선제골과 크리스티안 에릭센의 추가골, 손흥민의 쐐기골로 전반에만 3골을 몰아넣으면서 카디프시티에 완승을 거뒀다.

손흥민의 활약은 이날 경기에서도 두드러졌다. 전반 12분, 손흥민은 낮고 빠른 패스로 에릭센의 추가골을 도왔다. 패스하는 과정에서 공이 상대 수비수의 태클에 걸리긴 했지만 바뀐 규정에 따라 손흥민의 도움으로 인정되었다. 전반 26분에는 해리 케인의 도움으로 직접 득점에 성공하면서 토트넘의 3-0 승리에 크게 기여했다.

최근 절정의 폼을 보이고 있는 손흥민 ⓒAFPBBNews = News1
▶선발 출장 여부와 공격포인트의 연관성

그동안 손흥민은 케인, 델레 알리 등 주축 선수들보다 교체로 나서는 경기가 더 많았다. 선발 출전하더라도 풀타임을 소화하지 않고 교체돼 나가는 경우가 잦았다.

이러한 손흥민의 입지를 두고 좀 더 많은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는 주장과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의 선수 관리 방식이 적절하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부딪혔던 것이 사실이었다.

일각에선 시즌 초반 루카스 모우라, 에릭 라멜라와 같은 경쟁자들에 비해 활약이 부진하다는 지적도 제기되면서 손흥민의 능력에 대한 의구심을 나타내는 여론도 형성됐다.

아시안게임에서 복귀한 손흥민은 주로 교체 출전하면서 컨디션 회복에 주력했고, 13라운드 선발 출장 이후 지금까지 9경기 중 8경기에 선발로 나섰다.

이 기간 눈에 띄는 것은 손흥민의 선발 출장 여부와 공격포인트의 연관성이다.

아스널전 패배를 제외하면 선발로 나선 모든 경기에서 손흥민은 공격포인트를 기록했고, 팀 승리와도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손흥민의 공격포인트가 팀 승리로 이어지지 못한 경기는 지난 울버햄튼과의 프리미어리그(EPL) 20라운드 경기뿐. 손흥민의 꾸준한 선발 출장이 보장되어야 하는 이유다.

이러한 활약이 더욱 돋보이는 이유는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마치고 돌아온 직후의 모습과 상반되기 때문이다.

9월 중순부터 11월 중순까지 손흥민의 리그 기록은 교체 출전한 울버햄튼과의 EPL 11라운드 경기에서 1도움을 올린 것이 전부였다.

그러나 A매치 기간에 충분한 휴식을 취한 뒤 활약상이 완전히 달라졌고, 리그 11경기 8골 5도움으로 리그 득점과 도움 순위에서 모두 톱10에 진입하는 등 괄목할만한 성과를 냈다.

이처럼 컨디션 회복 후 꾸준한 출전 기회가 보장되자 손흥민은 결과로 증명해 보였다. 특히 12월 한 달간 6골 3도움의 활약을 펼치며 리버풀의 모하메드 살라(리버풀)와 함께 이달의 선수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BBC, 스카이스포츠 등 현지 언론의 극찬이 이어졌고 게리 네빌, 대니 가비돈 등 전문가의 호평을 받았다. 케인과 알리 등 팀 동료들로부터 받는 신뢰도 두텁다.

ⓒAFPBBNews = News1
▶한 단계 진화한 손흥민, 컨디션만 회복된 것이 아니다

프리미어리그에 적응해온 지난 몇 시즌 간, 양발 사용이라는 장점과 비교해 부족하다고 지적된 것은 손흥민의 패스와 오프더볼 움직임의 요소였다.

그러나 이번 시즌은 다르다. 패스와 슈팅을 두고 선택하는 상황에서의 판단이 매우 빨라졌기 때문이다.

카디프와의 경기에서 보여준 어시스트를 예시로 들 수 있다. 손흥민은 무사 시소코가 오른쪽 측면에서 원터치로 내준 공을 받아 중앙에 있는 에릭센에게 넘겨줬다. 케인이 하프라인 근처에서 공을 받아 시소코에 연결해주었기 때문에 손흥민이 슈팅으로 마무리하거나 반대편에 있는 동료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손흥민은 이를 확실하게 알고 있었다. 골대를 직접 노리기에는 먼 위치에서 두 명의 센터백과 맞닥뜨리자 망설임 없이 왼쪽에서 쇄도하는 에릭센에게 패스했다. 축구 통계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이 짧은 패스와 키패스를 강점으로 분류할 만큼 패스에 관해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손흥민이다.

오프더볼, 즉 공이 없는 상황에서의 움직임 향상은 이번 시즌 가장 발전된 능력 중 하나다.

실제로 올 시즌 손흥민은 상대 수비수 사이로 침투하거나 뒷공간으로 돌아 들어가는 움직임을 통해 득점으로 연결시키는 상황이 많아졌다. 이와 관련해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18라운드 에버튼전과 21라운드 카디프전의 득점과정이다.

에버튼전 선제골은 상대 수비수와 골키퍼의 실책으로 얻은 기회지만, 케인의 롱패스가 전방에 투입되기 전 손흥민의 움직임을 보면 공간을 활용하는 영리함이 보였다.

마이클 킨이 케인을 압박하기 위해 전진하자 손흥민은 킨이 자리를 비운 그 공간으로 침투했다. 케인의 패스가 손흥민이 원하는 대로 오지는 않았지만, 센터백 커트 주마가 커버하기에는 너무 넓은 공간이었고 상대의 실책을 유도하기에 충분히 위협적인 움직임이었다.

에버튼전 두 번째 골과 카디프전 추가골 역시 오프더볼 움직임을 칭찬할만한 장면이었다.

두 골 모두 상대 수비수 사이에서 오프사이드를 교묘하게 피하며 순간적으로 침투해 패스를 받았고, 부드러운 터치에 이은 정확한 슈팅으로 득점에 성공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같은 상황에서 종종 오프사이드 파울을 범하는 모습을 보였던 지난 시즌과 달리 이번 시즌 손흥민의 침투와 쇄도는 침착하고 정확하다.

득점에 성공한 뒤 독특한 세리머니를 하는 손흥민 ⓒAFPBBNews = News1
▶손흥민에게 맞는 옷, 전방 공격수

이러한 진화의 동력으로 선수 본인의 컨디션 회복, 팀의 조직력 향상 등을 꼽을 수도 있다. 뿐만 아니다. 전방 공격수 포지션이 어울린다는 점, 그리고 공간이해도의 향상이 손흥민을 진화시킨 결정적 요인으로 볼 수 있다.

이번 시즌 손흥민은 케인과 투톱을 형성하며 전방 공격수로 뛰는 경기가 많아졌다.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할 때에도 사실상 1선과 2선 사이에서 공격적인 프리롤 역할을 맡으면서 좌우를 가리지 않고 끊임없이 상대 수비진을 괴롭히고 있다. 상대가 수비라인을 깊게 내리면 날카로운 슈팅을 날리고, 뒷공간을 허용하면 빠른 돌파로 득점 기회를 창출해내고 있다.

손흥민은 전방 공격수로서 상대 진영에 머물면서 공을 받기 전에 패스와 슈팅 중 어떤 것이 더 효율적인지 확실히 인식한 상태로 경기에 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의 장점이었던 슈팅 능력, 스피드는 더욱 위협적인 무기가 됐다.

그는 측면을 허무는 드리블 돌파와 크로스에도 능하지만, 순간적인 움직임에 더해 정교한 슈팅을 날릴 때 가장 위협적이다. 토트넘의 조직력이 향상되는 가운데 피니셔로 변신한 손흥민의 꾸준한 활약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스포츠한국 이상문 객원기자sangmoonjj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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