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부천=김명석 기자] "팀이 진짜 많이 바뀐 것 같습니다"

'돌아온' 송선호(52) 부천FC 감독이 짧은 한숨을 내뱉으며 말했다. K리그 챌린지(현 K리그2) 3위, FA컵 4강에 올랐던 2년 전과 비교해 많이 바뀐 팀 분위기에 대한 진한 아쉬움이 묻어난 탄식이었다.

실제로 송 감독이 물러난 뒤 부천은 2017시즌 5위, 2018시즌 8위 등 추락을 거듭해왔다. 다시금 지휘봉을 잡은 뒤 짧게나마 팀을 돌아본 송선호 감독은 "강하다는 느낌이 없어진 것 같다. 어려움에 부딪혔을 때 그걸 넘어설 수 있는 의지력이 없어 보였다"고 지적했다.

대대적인 리빌딩, 즉 선수단 구성은 물론 내부 문화와 훈련 분위기 등을 싹 바꾸겠다는 송선호 감독의 의지는 그래서 더 강할 수밖에 없다. 부천 본연의 색, 강한 팀, 축구에 열광하는 도시를 만들겠다는 구단 캐치프레이즈 '부천본색(富川本色)'은 송 감독의 이러한 의지와도 맞닿아 있다.

ⓒ부천FC1995
만년 최하위팀의 '반란'을 일으켰던 송선호 감독

부천은 만년 최하위팀이었다.

프로 첫 시즌이었던 2013시즌엔 8개 팀 중 7위에 머물렀고, 이듬해엔 10개 팀 중 꼴찌라는 불명예를 썼다. 2015시즌 역시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첫 라운드에서 2승3무5패에 머무르며 하위권으로 처졌다. 결국 최진한 감독이 물러나고 송선호 당시 수석코치가 지휘봉을 잡았다.

'반란'의 시작이었다. 송 감독은 패배의식에 젖어있던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한편, 탄탄한 조직력을 앞세운 팀으로 부천을 변모시켰다. 결국 만년 최하위였던 부천은 2015시즌을 역대 최고인 5위로 마쳤다. 송 감독 체제 아래 최하위가 아닌 승격에 도전해볼 만한 팀이 됐다.

오롯이 송 감독 체제 아래 준비한 2016시즌의 성과는 더욱 눈부셨다. 당시 부천은 사천 등에서 전지훈련을 진행하며 묵묵히 땀을 흘렸다. 이른바 지옥훈련을 견뎌낸 선수들에게 기회가 돌아갔다. 그해 부천은 FA컵 4강 돌풍에 이어 리그에서도 3위에 올랐다. 플레이오프에서 패배해 승격의 기회를 잃었지만, 구단의 역사에 남을 시즌을 보냈다.

다만 시즌이 끝난 뒤 송선호 감독은 스스로 지휘봉을 내려 놓았다. 그는 당시를 돌아보며 "플레이오프에서 승격을 못한 만큼, 책임 하에 나오게 됐다"면서 "그래서 이렇게 (2년 만에)다시금 기회를 주신 것 같다"며 웃어 보였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사라진 간절함과 의지…8위까지 추락한 부천

송선호 감독이 물러난 뒤 부천은 정갑석 당시 수석코치가 새롭게 지휘봉을 잡았다. 그러나 2017시즌 리그 5위, 2018시즌 8위 등 순위가 점점 떨어졌다. 급기야 2018시즌에는 시즌 도중 정 감독을 경질, 사령탑 없이 남은 시즌을 치러야 했다.

결국 부천 감독선임위원회의 선택은 지난 2016시즌 부천의 최고 성적을 이끌었던 송선호 감독의 복귀였다. 부천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송 감독 역시도 구단이 내민 손을 흔쾌히 다시 잡았다. 2년 만이었다.

송 감독은 지난 2년 간 바깥에서 본 부천, 그리고 시즌 말미 관중석에서 지켜본 경기력에 대해 "의지력과 간절함이 필요해보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예를 들면 힘든 것을 참고 견뎌야만 올라설 수 있는데, 그래야만 팀이 어려움에 부딪혔을 때 그걸 넘어설 수 있는데 그런 의지력이 없어보였다"고 했다.

그리고 이는 송 감독 재임 시절 선수들에게 가장 강조했던 덕목이기도 했다. 그는 "진짜 많이 바뀐 것 같다. 2년 있다가 오니까 '강하다'라는 느낌이 없어진 것 같다"면서 "동계훈련동안 리빌딩을 새로 하면서 열심히 팀을 만들어야할 것 같다. 팀을 단단하게 만들어서 상대가 절대로 얕볼 수 없는 팀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부천FC1995
대대적인 리빌딩 선언, 핵심은 '마인드'

돌아온 송선호 감독의 첫 과제는 ‘리빌딩’이다.

올 시즌을 마친 뒤 자유계약(FA) 신분이 된 부천 선수는 무려 17명. 이 가운데 대다수는 팀을 떠날 예정이다. 대신 그 빈자리는 송선호 감독의 스타일에 맞는 선수들로 새롭게 채워진다. 지난 시즌의 부천 구성과는 차이가 클 가능성이 높다.

리빌딩 과정에서 핵심 키워드는 ‘마인드’다. 송선호 감독은 “실력도 중요하겠지만 그보다 마인드가 잘 되어 있는 선수, 의지력이 강하고 간절함이 있는 선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송선호 감독이 최근 추락하는 부천을 보면서 아쉬워했던 부분들이자, 2년 전 가장 강조했던 덕목들이기도 하다.

송선호 감독은 “내가 말하는 마인드란 예를 들면 부모님께 효도하고, 팀을 위해 희생할 줄 알고, 후배들을 끌어주고 선배들에게 배울 줄 아는 그런 것들을 말한다”며 “그런 마인드를 갖춘 선수들이 꼭 성공도 한다”고 웃어 보였다.

이러한 기준은 새롭게 물색 중인 새 외국인 선수들에게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현재 부천은 닐손 주니어를 제외하고 포프 등 다른 외국인선수들은 모두 팀을 떠났거나 떠날 예정이다. 새 외국인 선수들은 공격수 위주로 현재 물색 중이다.

송선호 감독은 “(2016시즌에 뛰었던)바그닝요나 루키안은 정말 착하고 인성이 괜찮았던 선수들”이라며 “외국인 선수들도 신중하게 보려고 한다. 성공하기 위해 온 선수, 식구들을 위해 희생하고 또 간절하게 뛸 수 있는 선수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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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IN 2016, 그리고 그 이상을 위하여

송선호 감독이 바꾸려하는 것은 비단 선수단 구성만이 아니다. 송선호 감독은 “선수단 구성은 물론 팀 분위기도 바꿀 것”이라면서 “열심히 안 하는 선수들은 과감하게 빼버릴 것이다. 힘들 때 그 고비를 넘겨야만 한 단계 위의 선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송 감독은 “본격적으로 새 시즌 준비가 시작되기 전에 선수들에게 분명히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만약 (훈련을)따라오지 못할 것 같으면 팀 분위기를 해치지 말고 아예 쉬라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훈련장에서부터 진지한 분위기를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송선호 감독은 “힘든 것을 참고 견뎌야만 올라설 수 있다. 동계훈련 때에는 그런 부분들을 중점적으로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새 시즌 동계훈련을 앞둔 선수들에게 던지는 일종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이러한 송 감독의 확고한 방향들은 지난 2016년의 성공 경험에서 비롯된다. 송 감독은 “팀 분위기가 참 중요하다. 열심히 하고 단합된 분위기가 갖춰지는 것이 중요하다”며 “2016년이 그랬다. 열심히도 했고 분위기도 좋았다. 강지용이나 한희훈 등 노장들이 이끌면 후배들이 자연스레 따라왔다.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신 송 감독은 2019시즌 목표를 높게 설정해두지 않을 참이다. 대대적인 선수단 개편과 함께 내실을 다지는 것이 더 중요한 시기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당장 성적을 올리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우선은 경기장 안팎에서 ‘단단한 팀’을 만드는 것에 무게를 두겠다는 뜻이다.

송선호 감독은 “우선 내년 시즌 목표는 중상위권”이라면서 “전체가 거의 리빌딩이 될 것이다. 아직까지는 단단한 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열심히 단단한 팀을 만들다보면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송 감독은 대신 당장의 성과보다는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했다. 부천시를 '축구도시'로 만들겠다는 포부다. 어쩌면 2016시즌의 성공을 재현하는 것 이상의 의미 있는 일일 수도 있다.

송선호 감독은 “니폼니시 감독님 시절 3만 관중이 꽉 찼던 곳이 부천이다. 잘 갖춰지기만 하면 충분히 훌륭한 팀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면서 “부천시민들이 즐길 수 있는 팀을 만들어서 부천시를 ‘축구도시’로 만들어보고 싶다. 팬분들을 절대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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