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이름도 생소한 스즈키컵에 5~6만 관중이 경기장에 거뜬하게 들어차는 것은 물론 아예 국가적으로 몰입한다. 한국 역시 처음으로 스즈키컵에 대한 위상을 박항서 베트남 대표팀 감독 덕에 알게 됐다.

한국에는 아예 알려지지도 않은 스즈키컵에 왜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열광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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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5일(이하 한국시각) 오후 9시 30분 베트남 하노이의 미딩 경기장에서는 2018 스즈키컵 결승 2차전 베트남과 말레이시아의 경기가 열린다.

동남아시아 최강팀인 태국을 꺾고 올라온 말레이시아의 우승 가능성이 조금 더 높아보였지만 홈&어웨이로 열리는 결승에서 베트남이 1차전 원정에서 2-2 무승부를 거두며 우승에 한발짝 다가섰다. 원정 다득점을 2점이나 확보했기에 행여 1-1로 비겨도 원정 다득점 덕에 베트남은 우승을 할 수도 있다.

박항서 감독 덕에 결승 1차전은 국내에서 무려 4.706%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프로야구를 포함해, 2018년 케이블 채널에서 방송된 스포츠 장르의 프로그램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이었을 정도.

이처럼 국내에서도 관심이 높아진 스즈키컵은 대체 무엇일까. 원래 대회명은 ‘동남아시아 축구 선수권 대회(ASEAN Football Championship)’이다. 스즈키는 일본 자동차 회사로 스폰서를 맡고 있다. 2004년까지 맥주 회사인 타이거가 맡아 ‘타이거컵’으로 불리기도 했다.

아세안 축구 연맹인 AFF에 가입된 12개 국가 중 호주를 제외한 11개 국가만 참가할 수 있다. 즉 지역별 국가 대회인셈. 중동 국가끼리 최고를 가리는 걸프컵, 동아시아 국가(한국, 일본, 대만, 중국, 북한)끼리 여는 동아시아컵과 같은 개념으로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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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세계 축구 대전인 월드컵과 그 다음 대륙별 대 (아시안컵, 유로, 코파 아메리카 등 다음으로 각 지역별로 열리는 국가대항전이다.

2년에 한 번씩 열리는 이 대회가 특히 동남아시아 국가에게 특별하고 열광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수준이 부족해서’다. 동남아시아 대부분의 국가는 피파랭킹 100위권 밖이다. 그러다보니 월드컵에 나갈 일이 없고(역사상 동남아시아 국가 월드컵 출전 전무) 아시아팀 모두가 나서는 아시안컵에서도 우승은 불가능하다(최고 순위 1972년 태국 개최 태국 3위). 연령별 대표팀도 상황은 매한가지다.

결국 국가로 나설 수 있는 대회 중 현실적으로 우승이 가능한 대회는 동남아시아 국가끼리 나서는 스즈키컵이 전부인 셈. 아시아 전체로 보면 약하지만 그 지역 내에서만큼은 최고를 가리고 싶은 것이 당연한 마음. 그러다보니 축구열기로 보면 세계 어딜 가도 뒤지지 않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스즈키컵에 총력을 다한다. 오죽하면 2004년 싱가포르는 이 대회를 위해 아프리카 선수들을 귀화시킨 사례가 있을 정도.

이번 베트남의 경우 2008년 이후 무려 10년만에 우승을 노리는 상황. 드디어 우승의 적기가 찾아왔으니 더욱 박항서 감독에 목을 맬 수밖에 없다.

한국은 월드컵을 앞둔 2017년 12월 일본에서 열린 동아시안컵에서 우승을 차지했지만 선수들이나 국민들도 크게 기뻐하지 않았다. 월드컵을 4강까지 가보고 아시안컵에서도 언제든 우승할 수 있는 전력의 팀이니 동아시안컵 우승은 큰 감흥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내년 1월 열리는 아시안컵에서 우승한다면 국민적인 열풍이 불수도 있다.

결국 보는 눈높이가 다르고, 바로 옆나라끼리의 라이벌전이 매경기 열리는 지역별 대회가 바로 스즈키컵이기에 동남아시아는 더욱 이 대회에 열광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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