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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김명석 기자] 토트넘 홋스퍼의 레스터 시티전 선발 라인업은 그 자체만으로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았다.

레스터전은 사우스햄튼과의 프리미어리그(EPL) 경기를 치른 뒤 사흘 만에 열리는 경기이자, FC바르셀로나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최종전을 사흘 앞두고 치르는 경기였기 때문이다.

특히 바르셀로나전은 토트넘의 챔피언스리그 16강 진출 여부가 걸린 중요했던 경기였던 만큼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 입장에선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기였다. 레스터전 선발 명단의 의미가 평소와 다를 수밖에 없었던 이유였다.

실제로도 선발 명단에는 눈에 띄는 변화가 있었다. 포체티노 감독은 이날 선발 명단에 해리 케인과 크리스티안 에릭센을 제외했다. 특히 ‘주포’ 케인이 올 시즌 EPL 경기 선발명단에서 제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바르셀로나전에 대비하겠다는 포석이 깔려 있었다.

손흥민의 선발 출전 소식은 그래서 더 찝찝함을 남겼다. 특히 손흥민은 사흘 전 사우스햄튼전에서 풀타임을 소화했던 상황. 연속된 선발 출전은 곧 바르셀로나전 출전 시간에도 영향을 끼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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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이 터뜨린 ‘환상골’과 정확했던 어시스트는 그래서 더 의미가 값졌다.

손흥민은 9일(이하 한국시각) 오전 4시45분(이하 한국시각) 영국 레스터 킹 파워 스타디움에서 열린 EPL 16라운드 원정경기에서 1골1도움을 기록하며 팀의 2-0 완승을 이끌었다.

팀에 승점 3점을 안긴 결승골의 주인공이 된 것은 물론 승기를 잡는 추가골까지 도운 그야말로 ‘원맨쇼’였다.

손흥민은 자신의 전매특허인 돌파 후 기습적인 중거리 슈팅으로 귀중한 선제골을 만들어냈다. 전반 추가시간 오른쪽 측면에서 중앙으로 파고들다 왼발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다. 강력했던 슈팅에 궤적마저 절묘하게 그리며 휜 슈팅은 그대로 골망을 세차게 흔들었다.

이어 후반 13분에는 어시스트까지 더했다. 역습 상황에서 왼쪽 측면을 파고들던 그는 문전에 있던 알리를 향해 정확한 크로스를 전달했다. 손흥민의 크로스는 알리의 다이빙 헤더로 연결돼 팀의 추가골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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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손흥민은 후반 30분이 채 되기도 전에 케인과 교체돼 경기를 일찌감치 마쳤다.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었던 만큼 ‘멀티골’에 도전해볼 만했지만, 포체티노 감독은 손흥민을 불러들여 조금이나마 더 숨을 고를 수 있도록 했다. 바르셀로나전 출전 가능성과도 연관이 있는 교체 타이밍이었다.

만약 이날 손흥민의 활약이 두드러지지 못했다면, 지난 2일부터 8일 새 3경기 연속 선발이라는 출전 기록과 맞물려 바르셀로나전 출전 시간에도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았다. 3경기 연속 선발 출전은 주전급 공격수들 중 손흥민이 유일했고, 부상 중인 에릭 라멜라의 복귀 가능성도 떠오르고 있었기 때문.

그러나 손흥민은 최근 2경기 연속골이자 최근 5경기 3골1도움이라는 상승세로 이러한 가능성을 잠재웠다. 중대한 일전을 앞둔 팀이 자신의 상승세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도록, 스스로 바르셀로나전 출전 명분을 만들어버린 셈이다.

만약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흥민의 바르셀로나전 출전 시간이 제한적이라면, 손흥민의 기세는 포체티노 감독이 꺾는 셈밖에는 되지 않는다. 팀이 처한 상황을 고려한다면 이해하기 어려운 선택이기도 하다.

한편 토트넘과 바르셀로나의 챔피언스리그 최종전은 오는 12일 오전 5시 스페인 바르셀로나 캄프 누에서 열린다. 현재 승점 7점으로 인터밀란과 동률인 토트넘은 인터밀란이 PSV 아인트호벤을 꺾는다는 전제 하에 바르셀로나를 이겨야만 조 2위로 16강에 진출한다. 바르셀로나는 승점 13점으로 이미 조 1위 16강 진출이 확정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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