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대구=이재호 기자] 한파주의보가 내려지고 체감 온도 -10도에 바람까지 부는 날씨에도 18351명의 관중이 대구스타디움을 찾았다. 대구FC는 2만여명의 팬들을 실망 시키지 않는 경기력과 결과를 냈다.

-10도의 체감온도에도 올해 최다 관중이 찾은 대구는 경기 후 팬들의 경기장 난입을 허용하며 창단 첫 우승과 대구스타디움과 고별 폐장경기를 아름답게 마무리 했다.

대구는 8일 오후 1시 30분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FA컵 결승 2차전 울산 현대와의 홈경기에서 3-0으로 대승하며 종합스코어 5-1로 압도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울산에서 열린 1차전을 2-1로 승리한 대구는 2차전마저 대승으로 프로-아마추어 결산 최고 대회인 FA컵 우승을 차지했다. 2003년 창단 이후 16년만에 감격의 첫 우승컵을 들어올린 대구다.

울산은 지난해에 이어 FA컵 2연패를 노렸지만 좌절됐고 결국 K리그 3위의 성적으로 2019시즌을 ACL 플레이오프에 나가야하기에 일찍 시작하게 됐다. K리그 4위로 울산이 우승할 경우 ACL 진출권을 양도받을 수 있던 포항 스틸러스는 울산의 우승 실패에 아쉬움을 삭히게 됐다.

▶출사표 : “작은팀인만큼 간절하게” vs “후반 총공세도 생각”

-대구 안드레 감독 : “울산이 이정도로 베스트11에 변화를 많이 줄지는 몰랐다. 하지만 스쿼드가 두터운 팀이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1차전 이후 심리적으로 선수들이 들뜨지 않게 강조했다. 지난 경기를 이겼다고 또 이기는 것이 아니고 우리가 작은팀인만큼 간절하게 뛰어야한다. 대구는 리그를 치르면서도 베스트11에 큰 변동은 없었다. 서로를 잘 알기에 큰 변화가 필요 없었다. 대구스타디움에서는 마지막 경기다.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

-울산 김도훈 감독 : “반드시 이겨야하니까 공격적으로 바꿨다. 처음부터 1,2차전 스쿼드 바꿀 생각을 했다. 측면에서 얼마나 크로스가 정확하나, 중앙에서 제대로 돌려치기가 되는지가 중요하다. 급할 필요 없다. 기회는 올 것이고 그때 집중력만 있으면 된다. 믹스가 1차전에서 발목이 돌아가 뺄 수밖에 없었다. 이근호, 황일수 등 벤치에 둔건 후반 총공세도 생각하기 때문이다.”

▶전반전 : 선수비 후역습의 대구, 울산의 아쉬웠던 프리킥 기회

대구는 5-4-1 혹은 5-3-2에 가까운 수비적 전형을 들고 나왔다. 세징야, 에드가를 빼곤 모두 내려앉으며 수비를 탄탄히 하다 두 선수에게 역습을 맡겼고 울산은 이를 뚫어내기 쉽지 않아했다.

전반 8분 울산의 영플레이어상 수상자 한승규가 중앙에서 단독 돌파 후 대구 조현우 골키퍼와 단독 기회를 맞았지만 조현우의 선방에 걸렸다. 전반 13분에는 대구 에드가가 수비 경합을 이겨낸 후 골키퍼까지 젖힌 후 골을 넣었지만 수비 경합시 이미 반칙이 선언돼 골에 기뻐하던 대구 홈팬들은 아쉬움의 탄식을 냈다.

전반 25분에는 세징야가 역습기회에서 대구 공격수 에드가에게 왼쪽 중앙으로 벌려줬다. 에드가는 오른발로 감아차기 슈팅을 했지만 김용대 골키퍼의 선방에 막혀 골이 되지 못했다.

전반 32분 울산은 골대 정중앙 20m지점에서 프리킥을 얻어내 최고의 기회를 맞았지만 키커 이영재의 왼발 슈팅이 골대를 아주 살짝 빗나갔다. 수비벽을 넘기기보다 과감하게 조현우 골키퍼가 있는 곳을 노렸지만 실패했다.

전반 추가시간 대구는 오른쪽에서 문전으로 올라온 프리킥을 수비수 홍정운이 다이빙 헤딩슈팅했지만 김용대 골키퍼의 선방에 막히며 골이 되지 않아 통한의 아쉬움을 삭혔다. 결국 공방전 끝에 전반전은 0-0으로 종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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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전 : 김대원-세징야-에드가… 대구 창단 16년만에 감격의 첫 우승

공식 기온 -1도, 체감 온도 -10도의 맹추위 속에서도 대구스타디움의 열기는 식지 않았다. 울산은 반드시 2골이 필요한 상황에서 후반 10분 에스쿠데로를 넣으며 변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대구가 도리어 후반 14분 김대원이 페널티박스 밖에서 패스미스를 한 것을 울산 수비수 이창용이 제대로 걷어내지 못하고 울산 골문 쪽으로 공이 가자 김대원은 지체하지 않고 왼발 슈팅으로 선제골을 만들어냈다.

만 21세에 지나지 않는 김대원의 골에 대구 팬들은 환호했다. 이제 남은 30분동안 2실점을 해도 최소 연장전을 갈 수 있는 절대 유리한 상황에 놓인 대구였다. 울산은 매우 급해졌고 이근호, 홍준호 등이 추가 투입됐다.

대구는 후반 31분 조현우 골키퍼가 길게 찬 공을 에드가가 헤딩으로 떨궜을 때 울산 수비 박용가 볼컨트롤 미스를 했고 이 틈을 세징야가 놓치지 않고 그대로 루즈볼을 슈팅해 추가골을 만들었다. 대구 주장 세징야는 ‘호우 세리머니’를 했고 대구는 우승 확정골로 모두가 춤을 췄다. 울산은 선제 실점에 이어 두 번째 실점도 수비진에서 어이없는 실수로 골을 허용했기에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결국 남은 시간 대구는 실점 없이 버텨냈고 울산은 무기력한 경기력만 보이다 후반 43분 대구 에드가가 왼쪽에서 수비를 완전히 젖힌 후 칩킥으로 완벽한 추가골을 만들며 대구는 3-0 대승을 완성했다. 울산은 완전히 무너졌다.

대구의 우승 세리머니에서 한희훈과 세징야가 우승컵을 들고 환호했고 모든 팬들도 이후 경기장에 들어와 함께 16년만에 창단 첫 우승을 즐겼다.

▶-10도의 체감 온도에도 대구 창단 최고의 날

공식 -1도에 체감온도 -10도였지만 무려 18315명이 찾았다. 그만큼 1차전 대구가 원정에서 2-1로 이겼기에 우승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대구는 이날 경기력도 좋고 승리까지 따내며 우승을 했다. 2003년 창단 이후 단 하나의 우승컵도 없었던 대구는 16년만에 창단 첫 우승컵을 들었다.

시민구단 대구가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 나가게 됐고 마침 이 경기는 2003년부터 써온 대구스타디움 고별전이기도 했다. 내년부터 대구는 새롭게 개장하는 축구전용구장인 포레스트 아레나(가명)에서 경기한다.

결국 창단 첫 우승에 16년간 써온 경기장의 고별전에서 대구는 창단 최고의 날을 맞이했다. -10도의 체감 온도는 의미 없었다. 올시즌 최고 관중숫자를 기록한 대구는 우승 후 관중들의 경기장 난입을 허용했고 관중들은 모두 경기장에 나와 행복을 나눴다.

경기 후 시상식에서는 대구 안드레 감독이 FA컵 감독상을, 세징야는 5골로 FA컵 득점왕까지 차지했다. FA컵 최우수선수상 역시 세징야가 차지했고 페어플레이상도 대구가 타며 대구는 FA컵을 그야말로 독식했다. K리그 시상식에서 도움왕만 차지했을뿐 베스트11에도 선정되지 못했던 세징야는 FA컵에서 우승-득점왕-MVP로 3관왕을 차지했다.

우승 세리머니 후 대구 권영진 시장, 대구 조광래 사장, 안드레 감독이 헹가래를 받았다. 이후 대구 구단이 승인한 관중 난입이 이뤄졌고 만여명의 팬들은 경기장 안으로 들어와 선수들과 우승의 기쁨을 즐겼다. 2018년 12월 8일은 대구FC 역사에 영원히 기억될 행복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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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정보

대구 3 : 조현우(GK) - 김우석 홍정운 박병현 - 황순민 류재문 장성원(후36 김진혁) 김대원(후43 츠바사) 정승원(후45 한희훈) - 세징야 에드가

울산 0 : 김용대(GK) - 이명재 리차드 김창수(후28 홍준호) 이창용 - 박용우 한승규 이영재(후10 에스쿠데로) - 김승준(후20 이근호) 주니오 김인성

득점 : 김대원(후14) 세징야(후31) 에드가(후43·이상 대구)

-스한 리뷰 : 스포츠한국 기자들이 현장에서 전하는 종합기사. 여러 기사 볼 필요 없이 이 기사 하나면 날카로운 경기분석부터 현장의 코멘트까지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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