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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울산=김명석 기자] 과거의 전적이 바탕이 된 승률은 결국 과거의 기록일 뿐이었다.

대구FC가 가장 중요한 무대에서 울산현대 원정 징크스를 털어냈다. 2002년 창단 이래 단 한 번도 울산 원정에서 이겨보지 못했던 대구는 5일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FA컵 결승 1차전에서 사상 처음으로 울산을 제압했다.

경기를 앞두고 “전력적으로는 울산이 강팀이라는 점을 겸손하게 인정한다”면서도 “그러나 승리는 능력 있는 팀이 아니라 더 잘 준비한 팀에게 돌아온다고 생각한다”던 안드레 감독의 한 마디가 고스란히 결과로 이어졌다.

이날 대구는 단단한 수비 후 철저한 역습으로 울산의 공세에 맞섰다. 특히 세징야와 에드가가 중심이 된 역습은 흐트러진 울산 수비진을 번번이 파고들었다. 호시탐탐 ‘한 방’을 노리던 대구는 선제골을 먼저 내주고도 내리 2골을 만들며 적지에서 승전보를 울렸다.

창단 이래 울산 원정에서 거둔 역사적인 첫 승이, 다름 아닌 FA컵 결승전 무대에서 나오는 순간이었다.

▶사령탑 출사표

- 김도훈 울산 감독 : “선수들에게는 얼마나 자신감을 갖고 경기를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당연히 이길 것이라는 외부의 시선이 아무래도 부담스러운데, 이를 떨치고 경기에만 집중해야 한다. 전반부터 우리 경기를 해야 한다. 침착하게 두드리면서 계속 공격작업을 주문할 것이다.”

- 안드레 대구 감독 : “똑같은 경기임을 강조했다. 결승전이라는 무게감 때문에 거칠어지기보다는 즐기라고 했다. 180분의 경기이므로 포기하지 말자고도 했다. 전력적으로는 울산이 강팀임을 겸손하게 인정한다. 그러나 승리는 능력있는 팀이 아니라 더 잘 준비한 팀에게 돌아온다고 생각한다. 능력은 울산이 더 강해도 우린 준비를 더 많이 했다.”

FA컵 결승 1차전 울산-대구 선발라인업
▶양 팀 선발라인업

울산은 주니오를 필두로 황일수와 에스쿠데로 김승준이 2선에 포진하는 4-2-3-1 전형을 꺼내들었다. 중원에선 믹스와 박용우가 호흡을 맞췄고, 박주호와 강민수 리차드 김태환이 수비라인에 섰다. 골키퍼는 조수혁. 한승규는 최근 시상식 등 숨가쁜 일정과 관련해 피로감을 느껴 벤치에서 대기했다.

대구는 5-3-2 전형으로 맞섰다. 에드가와 세징야가 최전방에 포진했고 김대원과 류재문 정승원이 허리를 구축했다. 황순민과 김우석 홍정운 박병현 장성원은 파이브백을 구축했다. 골키퍼 장갑은 조현우가 꼈다. 측면 수비수로 나선 황순민과 장성원은 최대한 오버래핑을 자제하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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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전 : 울산 주도하고 대구 역습, 팽팽한 0의 균형

울산이 초반부터 점유율을 끌어 올리며 주도권을 쥐었다. 빠른 패스를 바탕으로 대구의 밀집수비를 뚫어내는데 집중했다. 그러나 두텁게 쌓인 대구의 수비는 좀처럼 흔들리지 않았다. 믹스의 중거리 슈팅을 제외하면 울산은 이렇다 할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오히려 대구가 역습을 통해 날카로운 기회들을 만들었다. 상대 공격을 끊어낸 뒤 에드가와 세징야가 빠른 스피드를 앞세워 울산 수비를 흔들었다. 다만 세징야와 에드가의 연이은 슈팅도 번번이 무산되면서 0의 균형은 좀처럼 깨지지 않았다. 전반 막판까지 팽팽하던 두 팀의 흐름은 결국 팽팽한 균형이 이어진 채 마무리됐다. 전반전 슈팅수는 울산 2개, 대구 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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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전 : 1분 새 장군멍군…2분 남기고 갈린 승부

팽팽하던 균형은 후반 5분에야 깨졌다. 주인공은 황일수였다. 페널티 박스 왼쪽에서 공을 잡은 그는 가운데로 파고들다 오른발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다. 슈팅은 골문 상단 구석으로 빨려 들어갔다. 조현우가 손을 뻗어봤지만 역부족이었다.

승부는 그러나 1분 만에 원점으로 돌아갔다. 곧장 반격에 나선 대구가 균형을 재차 맞췄다. 드리블 돌파로 단번에 상대 진영까지 파고든 세징야가 오른발로 낮게 깔아 찬 슈팅이 울산 골망을 흔들었다. 1분 새 한 골씩 주고받은 두 팀의 승부는 다시금 팽팽해졌다.

안방에서 뼈아픈 실점을 내준 울산은 더욱 점유율을 끌어 올리며 공세를 펼쳤다. 페널티 박스 안에서의 침투와 원투패스를 통해 호시탐탐 대구 수비를 흔들었다. 그러나 좀처럼 마지막 슈팅이 나오지 않았다.

경기가 종반으로 향할수록 대구는 더욱 무게중심을 수비에 두고 지키기에 나섰다.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며 단 한 방을 준비했다. 그리고 후반 43분 마침내 승부를 뒤집었다. 오른쪽 측면에서 올라온 류재문의 크로스를 달려들던 에드가가 헤더로 연결해 울산 골망을 흔들었다.

궁지에 몰린 울산이 총공세에 나섰다. 그러나 대구의 수비 집중력은 쉽게 흐트러지지 않았다. 결국 경기는 대구의 2-1 승리로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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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종료 : ‘기선 제압’ 대구, 사상 첫 우승에 성큼

적지에서 기선을 제압한 대구가 우승에 한 걸음 다가섰다. 대구는 오는 8일 오후 1시30분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리는 결승 2차전에서 비기거나 0-1로 져도 정상에 오를 수 있다. 만약 대구가 정상에 오르면 구단 역사상 처음이다.

반면 대회 2연패 도전에 적신호가 켜진 울산은 2차전 원정에서 사활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울산이 역전 우승을 위해서는 반드시 2골 차 이상의 승리가 필요하다.

우승팀에게는 3억원의 상금과 함께 다음 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출전권이 주어진다. K리그 3위 자격으로 이미 ACL 출전권을 확보한 울산이 대회 정상에 오르면 리그 4위팀인 포항스틸러스에게 그 기회가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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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칠 대로 지쳤던 에드가, 극한의 상황에서 터뜨린 ‘한 방’

‘결승골’의 주인공 에드가는 경기 내내 역습 상황에서 상대 수비 뒷공간을 파고들었다. 골키퍼나 수비수와 충돌한 장면들도 수차례. 자연스레 후반 중반을 넘어선 뒤에는 지칠 대로 지친 상황이었다.

1-1로 맞서던 후반 43분 팀의 역습 상황에서도 에드가는 문전으로 파고들지 못했다. 측면에서 역습이 전개되는 상황이었던 만큼 문전으로 쇄도해야 했지만, 에드가의 발걸음은 무겁기만 했다.

에드가는 그러나 공이 반대편 측면으로 이동한 뒤에야 뒤늦게 속도를 높여 문전으로 쇄도했다. 지칠대로 지친 상황에서 마지막 체력을 쥐어짜낸 쇄도였다. 이 선택은 결국 ‘극적인 결승골’로 이어졌다. 팀의 역사적인 첫 승을 이끈 한 방이기도 했다.

▶경기 후 기자회견

- 김도훈 울산 감독 : “첫 경기를 졌지만, 아직 경기가 남아 있다. 잘 준비하겠다. 찬스를 만들긴 했지만 많이 만들지는 못 했다. 특히 선제 득점 이후에 바로 실점한 것이 아쉽다. 좋은 몸 상태를 유지해 다음 경기를 잘 준비하도록 하겠다.”

- 안드레 대구 감독 : “전술적인 부분을 경기장에서 잘 이행해줬다. 최대한 안정적으로 경기를 치르는데 집중했고, 상대가 공격을 할 때, 위기가 있을 때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준비한 것이 주효했다. 능력치로 봤을 때 울산이 우리보다 뛰어난 것은 모든 사람들이 인정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모든 선수들이 한 팀으로써 잘 해줬다. 이제 한 발 앞서 나갔을 뿐이다. 경기는 180분이다. 선수들에게도 그 부분을 강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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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정보

- 울산 ◆ : 조수혁(GK) - 박주호 강민수 리차드 김태환 - 믹스 박용우 - 황일수(후25‘ 한승규) 에스쿠데로(후31’ 김인성) 김승준(후17‘ 이근호) - 주니오

- 대구 ◆ : 조현우(GK) - 황순민 김우석 홍정운 박병현 장성원(후31‘ 김진혁) - 김대원 류재문 정승원(후29‘ 츠바사) - 에드가 세징야(후44‘ 한희훈)

- 득점 : 황일수(후5분·울산) 세징야(후6분) 에드가(후43분·이상 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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