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시아CF
[스포츠한국 김명석 기자] 스페인 국왕컵(코파 델 레이)을 통해 또 한 번 1군 공식경기에 나선 이강인(17·발렌시아)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무대를 밟을 가능성도 생겼다.

앞선 두 차례 1군 경기를 통해 이강인 스스로 보여준 경쟁력, 그리고 이미 조별리그 순위가 확정된 팀의 상황이 맞물린 전망이다.

이강인은 지난 10월 31일(이하 한국시각) 에브로와의 국왕컵 32강 1차전을 통해 17세의 나이로 1군 공식경기에 데뷔했다. 이는 발렌시아 100년 역사상 외국인선수 최연소 1군 데뷔(17세253일) 기록이자 첫 아시아 선수 기록이었다.

비단 1군 출전을 통해 경험을 쌓는데만 그치지 않았다. 과감한 왼발 슈팅이 골대를 강타하는 등 스스로 존재감도 선보였다.

이어 5일 홈에서 열린 에브로와의 2차전에서도 그는 선발로 나섰다. 1차전에 이어 또 한 번 측면 미드필더로 출전한 그는 과감한 전진패스와 원투패스 등을 앞세워 팀 공격에 힘을 보탰다. 상대 수비수 한 명쯤은 가볍게 제치는 개인기량도 선보였다. 상대에게 가격당해 코피를 쏟은 이후에도 몸싸움을 불사하지 않는 적극성도 어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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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경기 모두 공격포인트와는 끝내 인연을 맺지 못했지만, 두 차례 1군 공식경기 출전은 충분히 합격점을 받을 만했다. 현지에서도 주목하고 있는 ‘재능’임을 스스로 경쟁력을 통해 입증한 경기들이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컸다.

덕분에 향후 이강인은 앞선 국왕컵처럼 1군 출전의 기회가 열릴 때마다 그 기회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재능을 뽐낸 덕분이다.

당장 9일에는 세비야와의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리그) 15라운드가 예정되어 있다. 이 경기는 다만 팀이 리그 14위에 머물러 있는 만큼 어린 선수들보다는 1군 선수들이 중심이 될 가능성이 높다. 에브로전에서 주전급 선수들이 대거 휴식을 취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대신 주목해야 할 경기는 13일 오전 5시 에스타디오 데 메스타야에서 열리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와의 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H조 최종전이다. 교체출전으로라도 조심스레 이강인의 출전 가능성에 기대를 걸어볼 만한 무대다.

이유가 있다. 발렌시아는 이미 승점 5점(1승2무2패)으로 조 3위가 확정됐다. 이 경기에서 이기든 지든 순위에 변동이 없다. 16강 진출은 좌절됐고, 대신 한 단계 아래 대회인 UEFA 유로파리그 출전권을 확보한 상태다. 발렌시아 입장에서도 굳이 최정예를 고집할 필요 없이 어느 정도 변화를 줄 여지가 있는 경기인 셈이다.

물론 홈에서 열리는 경기라는 점, 승리 수당만 270만 유로(약 34억원)에 달한다는 점에서 파격적인 변화까지는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동안 출전 횟수가 적었거나 유망주에게 조금이나마 문을 열어 둘 가능성은 충분하다. 앞선 2경기에서 스스로 경쟁력을 보여준 이강인에게 그 기회가 돌아갈 수도 있다.

더구나 이미 이강인은 챔피언스리그 등록 명단에도 이름을 올린 상태다. 그는 지난 9월 발렌시아가 UEFA에 제출한 선수단 명단에 포함됐다.

만약 실제로 이강인이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하게 된다면 앞서 정우영(19·바이에른 뮌헨)에 이어 한국축구 유망주가 또 한 번 ‘꿈의 무대’를 밟게 된다. 손흥민(26·토트넘 홋스퍼)의 한국인 최연소 기록을 갈아치운 정우영의 기록을 이강인이 또 다시 새로 쓸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설령 출전을 하지 않더라도, 챔피언스리그 소집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것만으로도 의미는 충분할 수 있다. 자연스레 다음주 챔피언스리그를 앞두고 마르셀리노 가르시아 토랄 감독의 선택에 많은 관심이 쏠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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