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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김명석 기자] 한국축구 중원에 새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1996년생' 황인범(22·대전시티즌)이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는 가운데, 구자철(29·아우크스부르크)의 입지는 더욱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벤투호 1~3기에 모두 이름을 올린 황인범은 점차 출전 시간을 늘려가며 중원에 빠르게 자리를 잡고 있다. 벤투호 초반 3경기에 모두 교체로 투입된 황인범은 지난달 파나마전과 17일(이하 한국시각) 호주전에 2경기 연속 선발로 나서 번뜩이는 패스 등을 여러 차례 선보였다.

특히 기성용(뉴캐슬 유나이티드) 정우영(알 사드)이 모두 빠진 호주전에선 중원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해냈다는 점에 의미가 컸다. 탈압박 능력은 물론 패스를 통한 공격 전개 능력에서도 충분한 합격점을 받았다. 경기를 치르면 치를수록 벤투호 색깔에 녹아드는 모습이 뚜렷하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또 3선 중원뿐만 아니라 2선 공격형 미드필더까지 소화할 수 있다는 점도 황인범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해주는 대목이다. 그는 김학범 감독이 이끌던 지난 아시안게임 당시엔 주로 공격형 미드필더로 활약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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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호주전을 통해 벤투호에서 처음 시험대에 오른 구자철은 이렇다 할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벤투호 1기와 2기 모두 부상 여파로 빠졌던 그는 호주전을 통해 처음 선발 출전했다. 중원에서 어떠한 존재감을 드러내느냐에 따라 향후 벤투호 중원 구성에도 큰 변화가 이루어질 수 있었던 만큼 많은 관심이 쏠렸다.

그러나 돌아온 구자철의 경기력은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 느슨한 압박이나 부정확한 패스 타이밍 등이 반복되면서 상대와의 중원 싸움에서 크게 밀렸다. 구자철만의 강점 등을 드러낼 만한 장면이 많지 않았다.

설상가상 전반 막판에는 햄스트링 부상으로 들것에 실려 교체됐다. 큰 부상은 아닌 것으로 전해졌지만, 경기 이튿날 팀 회복훈련에서도 개별적으로 훈련을 진행했다. 우즈베키스탄전 출전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자연스레 내년 1월 아시안컵 승선 가능성도 낮아졌다. 1기와 2기에서 부상 때문에 빠진데 이어, 가까스로 오른 시험대에서조차 40여 분을 뛰는데 그친 채 번뜩이지 못한 까닭이다. 기성용-정우영의 굳건한 입지에 황인범의 상승세까지 더해져, 구자철의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진 셈이다.

한편 벤투호는 오는 20일 오후 7시 호주 브리즈번 QSAC 스타디움에서 우즈베키스탄과 두 번째 평가전을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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