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김승규-김진현-조현우. 스포츠코리아 제공
[스포츠한국 김명석 기자] 벤투호의 11월 A매치는 전반적으로 실험에 무게가 쏠리는 모습이지만, 실험이 아닌 마지막 시험대에 오르는 포지션도 있다. 내부 경쟁이 이어지고 있는 골키퍼 경쟁이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이번 대표팀에도 조현우(대구FC)와 김승규(빗셀 고베) 김진현(세레소 오사카)을 소집했다. 지난 1기 당시 조현우가 부상으로 이탈해 송범근(전북현대)이 대신 소집된 것을 제외하면 2기와 3기 모두 골키퍼 구성에는 변화가 없다.

특히 이번 호주·우즈베키스탄과의 2연전은 내년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을 앞두고 치르는 마지막 평가전이라는 점에서 골키퍼들에게는 그 의미가 남다를 전망이다. 이 2연전을 통해 세 명의 골키퍼 입지가 어느 정도 윤곽을 드러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우선 전체적인 흐름은 조현우와 김승규의 ‘2파전’ 양상으로 좁혀진다.

조현우는 러시아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냈다는 점이 강점이다. 두 대회는 벤투 감독이 기존 선수들을 평가하는데 가장 큰 비중을 뒀던 대회이기도 하다.

특히 아시안컵을 앞두고 두 대회 연속 수문장 역할을 잘 해냈다는 점에서 많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대표팀 승선 이후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는 등 도마 위에 오른 적이 없다는 점도 마찬가지다.

변수는 벤투호 출범 이후다. 1기에서는 부상으로 빠졌고, 지난달 파나마전에서야 처음 경기를 치렀다. 다만 유일하게 나섰던 파나마전에서 2골을 내주며 자존심을 구겼다. 벤투호 출범 이후 그의 기록은 1경기 2실점이다.

그 틈을 김승규가 파고들었다. 김승규는 지난 9월 벤투호의 첫 출항이었던 코스타리카전, 그리고 지난달 우루과이전에 두 차례 선발로 출전해 단 1실점(우루과이전)을 내줬다.

특히 지난달 피파랭킹 5위 우루과이전에 조현우 대신 선발출전 기회를 받았다는 점이 의미가 컸다. 또 이 과정에서 안정적으로 벤투호 골문을 지켜내면서 어느 정도 합격점을 받았다는 평가다.

다만 앞서 조현우와는 반대로 큰 무대에서 주전 골키퍼로 활약했던 대회가 많지 않다는 점이 약점일 수밖에 없다. 2015년 아시안컵에선 김진현, 2018년 월드컵에선 조현우에게 각각 밀려 벤치를 지켰다.

앞선 둘에 비해 김진현은 경쟁에서 한 발 뒤처진 모양새다. 조현우가 빠졌던 지난 칠레전에서 시험대에 올라 무실점 경기를 치르긴 했지만, 경기 내내 불안한 볼 처리를 반복하면서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특히 지난달 우루과이·파나마전에서 2경기 모두 벤치만을 지켰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았다. 지난 2016년 6월 스페인전 6실점 참패 이후부터 줄곧 대표팀 내 주전 경쟁에서 밀려나 있었다는 점도 김진현에게는 마이너스 요소다.

벤투 감독은 이번 호주·우즈베키스탄전에 각각 한 명씩 골키퍼를 마지막 시험대에 올린 뒤, 아시안컵 기간 골키퍼 장갑을 누구에게 건넬 것인지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거나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선수가 있다면 자연스레 경쟁구도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마지막 경쟁’을 앞둔 골키퍼들에게 이번 2연전이 특히 긴장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편 벤투호의 첫 원정 평가전인 호주전은 오는 17일 오후 5시50분(이하 한국시각), 우즈베키스탄전은 20일 오후 7시 호주 브리즈번에서 열린다. 중계는 각각 KBS2와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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