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서포터 강석경 씨, 뇌출혈로 투병중
장소·날씨 가리지 않고 현장 찾던 '열혈 서포터'
"빨리 쾌유하시길" 선수·동료 한 목소리로 기원

인천현대제철 서포터 강석경 씨 ⓒ대한축구협회
[스포츠한국 인천=김명석 기자] “오빠의 응원이 함께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김정미(인천현대제철)가 북받치는 감정을 애써 추슬렀다. 소속팀의 우승에 대한 기쁨의 감정은 아니었다. 그동안 늘 경기장을 찾아 자신들을 응원해온 한 사람, 강석경(37) 씨를 향한 안타까움과 그리움, 그리고 ‘간절한 바람’이 뒤섞인 감정이었다.

강석경 씨는 인천현대제철, 그리고 WK리그의 ‘상징적인 서포터’다. 우연한 계기로 인천현대제철과 인연이 닿아 응원을 펼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1년의 일. 이후 그는 18년째 인천현대제철 서포터로 활동하며 현장에서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 넣어줬다.

장소도, 날씨도 중요하지 않았다. 직장에 휴가를 내면서까지 그는 인천현대제철의 경기가 열리는 경기장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때로는 쏟아지는 비를 선수들과 함께 맞으며 열성적인 응원을 펼쳤다. 텅 빈 관중석에서 홀로 북을 치며 응원하는 것 역시 흔한 일이었다.

모바일 메신저 사진을 구단 엠블럼으로 설정할 정도로 인천현대제철을 향한 강석경 씨의 애정은 특별했다. 또 인천현대제철 선수들에게도 언제나 경기장에서 자신들을 향해 목청껏 응원을 펼쳐주는 강 씨가 특히 고마운 존재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런 강석경 씨의 모습은 올해 경기장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 4월 뇌출혈로 쓰러진 뒤 현재 병원에서 투병 중이기 때문이다. 한때 중환자실에 머물렀던 그는 지난달 일반 병실로 옮긴 뒤, 병마와 싸우고 있는 중으로 전해졌다.

그와 함께 인천현대제철을 응원해온 채종현(29) 씨는 “홈과 원정을 가리지 않고 열성적으로 다닌 분이다. 휴가를 내면서까지 전국을 다 돌아다녔다”면서 “지인들도 자주 면회를 가고 있다. 하루빨리 쾌유하셔서, 이곳 현장에서 다시 뵙기를 바라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안타까운 그의 사연은 인천현대제철 전·현 선수들에게도 알려졌다. 그리고 하나같이 간절한 마음으로 그의 쾌유를 빌었다.

지난해까지 인천현대제철에서 뛰다 일본으로 진출한 이민아(고베 아이낙)는 “매번 오시던 분이 갑자기 안 보이셔서 왜 안 오셨지 싶었다”면서 “선수들에게는 늘 힘이 되는 분이시다. 진심으로 빠른 쾌유를 빈다”고 했다. 그는 5일 인천남동경기장을 찾아 ‘친정팀’ 인천현대제철을 응원했다.

최인철 인천현대제철 감독 역시도 “선수들과 병원에 찾아가 부모님도 뵈었다. 구단과 선수들 모두에게 의미가 남다른 분”이라며 “선수들과 한 마음으로 빠른 쾌유를 빌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특히나 그의 빈자리가 누구보다도 더욱 크게 느껴지는 선수가 있다. 2004년부터 인천현대제철에서 뛰고 있는 ‘맏언니’ 김정미다.

그는 “경기 전에 그라운드 상태 등을 보기 위해 답사를 하는데, 선배들끼리 ‘석경 오빠가 없어서 마음이 아프다’는 이야기를 했다”며 “팬층이 없을 때부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혼자 응원해주셨던 분이다. 늘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완쾌되셔서 빨리 돌아와 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인천현대제철은 5일 경주한국수력원자력을 승부차기 끝에 제압하며 WK리그 통합 6연패의 금자탑을 쌓았다. 승부차기에서 두 차례 선방을 펼치며 팀의 우승을 이끈 김정미는 “석경 오빠의 응원도 함께하지 않았을까 싶다”면서 “오빠를 또 한 번 찾아뵈어야겠다”고 덧붙였다.

3년 전 인터뷰 당시 홀로 응원하는 것에 대해 “외롭긴 하다”며 웃어 보였던 강석경 씨지만, 지금은 많은 이들의 응원과 간절한 바람이 그와 함께 하고 있다. 현재 강 씨는 경희의료원 한방병원에서 병마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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