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한국 인천=김명석 기자] 벼랑 끝에 몰렸던 인천유나이티드가 가까스로 기사회생했다. 또 다시 패배하면 강등의 먹구름을 피할 수 없었던 경기, 인천의 생존본능이 빛을 발했다.

무대는 3일 오후 4시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1 2018 35라운드(하위스플릿 2라운드)였다. 앞서 대구에 쓰라린 패배를 당했던 인천 입장에선 반드시 승점 3점을 얻어야 하는 경기였다. 자칫 이 경기마저 패배하면, 인천은 남은 경기를 모두 이기더라도 잔류할 수 없는 상황에 몰릴 수도 있었다.

그야말로 벼랑 끝에 선 가운데 마주한 상주전. 이날 인천은 간결한 공격 작업으로 일찌감치 승기를 잡은 뒤, 상주의 무서운 추격을 끝내 뿌리치며 가까스로 승리했다. 시도민 구단 중 유일하게 강등의 역사가 없었던 인천의 생존본능이 다시 한 번 꿈틀거린 순간이었다.

▶사령탑 출사표

- 안데르센 인천유나이티드 감독 : “경기 중요성은 선수들이 이미 인지하고 있다. 감독으로서 특별하게 전달한 메시지는 없다. 중요한 것은 우리축구를 하는 것이다. 지난 경기(대구전)와 같은 경기력이 반복되면 절대 안 된다. 문선민은 지난 경기 이후 햄스트링 부상을 당해 어제 하루만 훈련에 참가했다. 선발출전은 힘들 것으로 보여 대기명단에 넣었다.”

- 김태완 상주상무 감독 : “처음 스플릿 대진이 나왔을 때 첫 두 경기가 전남-인천전이었다. 두 경기를 잘 하면 내년에도 K리그1에 남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잘 뭉쳐서 첫 경기를 이겼다. 인천은 12위지만 12위를 할 멤버는 아니다. 상대의 조급함을 이용한다면 기회가 생길 것이다.”

인천유나이티드-상주상무 선발라인업
▶양 팀 선발라인업

인천은 무고사를 중심으로 김보섭과 남준재가 양 측면에 포진하는 4-3-3 전형을 가동했다. 아길라르와 한석종 고슬기가 중원에서 호흡을 맞췄고, 김진야와 부노자 김대중 정동윤이 수비라인에 섰다. 골키퍼는 정산.

상주는 박용지가 최전방에 서고 김민우와 윤빛가람 심동운 송시우가 그 뒤를 받치는 4-1-4-1 전형으로 맞섰다. 이규성이 수비형 미드필더 역할을 맡았고 이민기 김영빈 권완규 김경재가 수비라인에 섰다. 골키퍼 장갑은 윤보상이 꼈다.

▶전반전 : 초반부터 공세 펼친 인천, 남준재 선제골

인천의 공세가 초반부터 펼쳐졌다. 킥오프 휘슬이 울린 지 1분도 채 안 돼 무고사의 왼발 슈팅이 상주 골문을 위협했다. 2분 뒤에는 무고사의 헤더를 골문 바로 앞에서 수비가 걷어내 아쉬움을 삼켰다. 수비에 무게를 두고 역습을 펼치던 상주의 첫 슈팅은 전반 20분에야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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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세를 펼치던 인천은 전반 27분 0의 균형을 깨트렸다. 후방에서 올라온 롱패스를 무고사가 헤더로 연결했다. 수비 뒷공간을 파고든 남준재는 넘어지면서 오른발로 슈팅, 상주의 골망을 흔들었다.

인천은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뒤 안정에 무게를 두고 경기를 펼치기 시작했다. 상주가 균형을 맞추기 위해 애썼지만 인천의 수비 집중력은 쉽게 흔들리지 않았다. 결국 전반전은 인천이 한 골 앞선 가운데 마무리됐다. 전반전 슈팅수는 9-2 인천 우위.

▶후반전 : 승기 잡은 이후, 버티고 또 버텨낸 인천

하프타임 상주가 먼저 승부수를 던졌다. 김경재 송시우를 빼고 김경중 백동규를 투입했다. 그러나 인천이 추가골을 터뜨리며 점수차를 더 벌렸다. 왼쪽 측면에서 올라온 아길라르의 크로스를 고슬기가 머리로 떨어뜨려줬고, 무고사가 오른발 슈팅으로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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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도 반격에 나섰다. 후반 9분 페널티 박스 안에서 심동운의 오른발 슈팅이 인천 골문을 위협했다. 그러나 몸을 날린 정산의 선방에 막혔다. 인천도 1분 뒤 김보섭의 슈팅으로 응수했지만 슈팅은 골대 위로 벗어났다.

후반 19분에는 변수가 생겼다. 심동운이 골키퍼와 충돌한 뒤 쓰러졌다. 스스로 뛸 수 없다는 사인을 보낸 그는 신창무와 교체됐다. 상주는 후반 20분 만에 3장의 교체카드를 모두 활용했다.

이후 경기는 상주의 공세 속 인천이 역습으로 맞서는 양상으로 전개됐다. 이 과정에서 인천은 문선민과 쿠비를 투입하며 전방에 변화를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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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 39분 상주가 가까스로 결실을 맺었다. 페널티 박스 안으로 파고들던 윤빛가람이 개인기로 수비수를 연거푸 제친 뒤 슈팅으로 연결, 인천의 골망을 흔들었다. 경기 결과는 알 수 없는 흐름으로 흘렀다.

인천은 후반 41분 아길라르 대신 임은수를 투입하며 중원에 안정감을 더했다.

경기는 극적인 동점골을 노린 상주와 이를 막으려는 인천 간 ‘창과 방패’의 싸움으로 흘렀다. 상주의 공세가 거듭되는 가운데 인천 역시 몸을 날리는 수비로 버티고 또 버텼다. 손에 땀을 쥐게 한 마지막 4분의 추가시간마저 모두 흐른 뒤 주심의 종료 휘슬이 울렸다. 인천의 2-1 승리였다.

▶경기종료 : 연패사슬 끊어낸 인천, 최하위 탈출

인천은 앞서 전북-대구에 당했던 연패의 사슬을 끊어냈다. 승점 3점을 더한 인천은 승점 33점(7승12무16패)을 기록, 한 경기 덜 치른 전남을 제치고 11위로 올라섰다. 상주는 승점 36점(9승9무17패)에 머무르며 강등권과의 격차를 벌리는데 실패했다. 두 팀간 승점차는 3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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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숭의아레나에서 두 달 만에 승전보

이날 승리는 인천이 두 달 만에 홈에서 거둔 승리였다. 인천은 지난 9월 2일 울산전 3-2 승리를 끝으로 최근 3경기 연속 승리가 없었다. 수원, 경남과 잇따라 승부를 가리지 못했고, 지난 스플릿라운드 첫 경기에선 대구에 덜미를 잡혔다. 그러나 이날만큼은 귀중한 승점 3점을 챙겼다. 경기장을 찾은 홈팬들도 두 달 만에 웃으며 귀갓길에 올랐다.

▶‘머리’로 빚어낸 두 골, 단순하지만 치명적이었다

이날 인천이 터뜨린 두 골의 공통점은 머리를 활용한 포스트 플레이를 거쳤다는 점. 첫 골은 후방에서 올라온 롱패스를 무고사가 머리로 연결했다. 수비 뒷공간을 파고들던 남준재에게 정확히 연결된 이 패스는 결국 귀중한 선제골로 연결됐다.

후반 5분에 터진 추가골 역시 마찬가지. 측면 크로스를 받은 고슬기는 직접 슈팅보다 더 나은 위치에 있던 무고사를 향해 머리로 떨어뜨려줬다. 무고사가 이를 놓칠 리 없었다. 비교적 단순했던 이 전략은 결국 인천에겐 더없이 소중한 두 골로 연결됐다. 상주에게는 ‘치명상‘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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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후 기자회견

- 안데르센 인천 감독 : "경기를 앞두고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나도, 선수들도 많은 부담을 가지고 있던 경기였다. 지난 대구전에서 패배했기 때문에 반드시 잡아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 압박감이 결코 작지만은 않았다. 훈련을 하면서도 그 압박감이 보이지 않게 있었다. 그런데 선수들이 이를 잘 이겨내줬다. 선수들에게 너무 고맙고, 또 칭찬해주고 싶은 경기다.

지난 몇 경기를 봤을 때 경기력이 좋았다. 전북전은 다 이긴 경기였고, 대구전 역시 질 경기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경기 전 선수들에게도 ‘좋았던 경기력만 보여준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얘기했다. 상위팀들과의 격차를 좁힐 수 있었다는게 가장 큰 소득인 경기다."

- 김태완 상주 감독 : "간절하게 경기했다. 한 골 내준 뒤로는 따라갈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두 번째 골 실점 이후 어려워졌다. 열심히 뛴 인천이 승리한 경기인 것 같다. 우리 선수들도 열심히 뛰었지만 아쉬운 경기였다."

▶경기정보

- 인천 2 : 정산(GK) - 김진야 부노자 김대중 정동윤 - 아길라르(후41‘ 임은수) 한석종 고슬기 - 김보섭(후35‘ 쿠비) 무고사 남준재(후29‘ 문선민)

- 상주 1 : 윤보상(GK) - 이민기 김영빈 권완규 김경재(HT 백동규) - 이규성 - 김민우 윤빛가람 심동운(후20‘ 신창무) 송시우(HT 김경중) - 박용지

- 득점 : 남준재 3호(전27분) 무고사 17호(후15분·이상 인천) 윤빛가람 7호(후40분·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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