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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서울월드컵경기장=김명석 기자] “박주영! 박주영!”

FC서울과 강원FC가 격돌한 27일 서울월드컵경기장. 팽팽한 0의 균형이 이어지던 후반 7분께, 관중석에서 박주영의 이름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서포터스석에서 시작된 외침은 어느덧 일반 관중석으로까지 번졌다.

골을 넣었거나, 좋은 플레이를 펼쳤을 때 관중들이 선수 이름을 외치는 것은 일반적인 일. 그러나 당시 박주영은 그라운드 안이 아닌 밖에, 그것도 교체를 준비 중인 것도 아닌 코너킥 지점 부근에서 몸을 푸는 중이었다. 극히 ‘이례적인’ 상황이었다.

모든 관중들의 뜻은 아니었겠지만, 적지 않은 관중들의 외침이 꽤 오랫동안 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자신의 이름을 연호하는 팬들 앞에서 박주영은 별다른 반응 없이 묵묵히 몸을 풀었다.

그리고 후반 12분. 몸을 풀던 박주영이 교체 사인을 받고 벤치로 향했다. 박주영의 이름을 연호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그리고 박주영은 윤주태와 교체돼 그라운드를 밟았다. 97일 만에 밟는 K리그1 무대였다. 휴대폰 동영상으로 교체투입 장면을 담는 몇몇 관중들도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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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박주영은 1군에서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이을용 감독대행 시절 2군으로 내려간 뒤 좀처럼 1군으로 올라오지 못했다. 이 대행은 박주영의 컨디션 문제를 사유로 들었다. 이 과정에서 서울은 급격한 내리막길을 걸었다. 특히 최근엔 10경기 연속 무승의 늪에 빠진 채 하위스플릿으로 추락했다.

서울에는 분위기를 바꿔줄 새로운 해결사가 필요했다. 팬들은 그 역할을 ‘돌아온’ 박주영이 해주기를 바랐다. 박주영을 향한 이례적인 외침은 같은 맥락에서 나왔다.

조금의 적응시간을 보낸 그는 후반 중반 이후부터 조금씩 발톱을 드러냈다. 날카로운 중거리 슈팅으로 상대 골문을 위협하며 영점을 조절하더니, 상대의 결정적인 볼 트래핑 실수를 가로챈 뒤 일대일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참 드라마틱했던 골이었다. 약 100일 만에 복귀한 경기에서 팬들이 자신의 이름을 연호했고, 팽팽하던 0의 균형을 깨트리는 선제골을 터뜨렸다. 서울월드컵경기장도 떠나갈 듯 뜨거웠다.

다만 그 열기는 강원의 동점골이 터지면서 단 2분 만에 식었다. 박주영은 추가시간 또 한 번 결정적인 기회를 잡았는데, 크로스바를 강타하면서 아쉬움을 삼켰다. 드라마틱했던 복귀전은 결국 무승부라는 결과로 빛이 바랬다.

경기 후 박주영은 “상암에서는 수호신 여러분들이 항상 잘 하든, 못 하든 최선을 다해 응원을 해주신다. 개인적으로 연호해주시는 것도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그래서 더더욱 그동안 못 나온 것에 대해서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던 경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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