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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김명석 기자] 불과 나흘 전 피파랭킹 5위 우루과이를 잡았던 기세가 한풀 꺾였다. 상대는 피파랭킹 70위, 여러 모로 승리를 낙관할 만한 상황에서 당한 일격이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16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초청 축구국가대표팀 평가전에서 파나마와 2-2로 비겼다. 2-0으로 앞서던 리드를 지키지 못한 채 내리 2골을 내줬고, 이후 끝내 균형을 깨트리지 못한 채 무승부에 만족해야 했다.

경기 전만 하더라도 여러 모로 승리를 낙관할 만한 경기였다. 우루과이전 승리로 벤투호의 기세가 한껏 오른 데다가, 객관적인 전력 차도 뚜렷했기 때문. 특히 파나마는 올해 치른 A매치 10경기에서 단 3골을 넣는데 그칠 정도로 골 가뭄이 심각한 팀이었다. 경기 전 도박사들이 무승부 가능성보다 3-0 승리 가능성이 더 높다고 내다봤을 정도.

비로소 '실험'에 무게가 쏠리는 것 아니냐는 예상도 같은 맥락에서 나왔다. 벤투 감독은 무려 8명을 앞선 A매치 3경기 모두 선발로 기용해왔다. 강팀들을 상대로 주전급 선수들을 시험대에 올려봤으니, 이제는 그동안 출전 기회가 없었던 선수들에게 기회가 돌아갈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선수들의 체력 안배 등을 감안할 때 자연스러운 흐름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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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벤투 감독의 선택은 달랐다. '핵심 멤버'인 손흥민(토트넘 홋스퍼)과 기성용(뉴캐슬 유나이티드)은 여전히 선발 명단에 올렸다. 남태희(알두하일) 이용(전북현대)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도 마찬가지로 4경기 연속 선발로 낙점받았다. 황인범(대전시티즌)이나 박주호(울산현대)의 선발 정도만이 눈에 띄는 변화였다.

과감한 실험보다는, 안정에 무게를 둔 채 파나마를 상대로도 확실한 승리를 거두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그리고 실제로 전반 5분 박주호, 전반 33분 황인범의 연속골이 터지면서 일찌감치 승기를 잡는 듯 보였다.

문제는 이후였다. 한수 아래의 팀을 상대로 일찌감치 승기를 잡은 탓인지 공수에 걸쳐 급격하게 집중력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공격의 중심에 서야 했을 손흥민의 경기력도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 4경기 연속 선발로 낙점 받은 남태희는 후반 4분 치명적인 백패스 실수까지 저지르며 동점골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이후 교체카드 역시 벤투 감독은 과감한 실험 대신 중용했던 선수들을 차례로 투입하는 정도로 마무리했다. 이 과정에서 지난 우루과이전에서 출전시간이 제한적이었던 선수들은 이번에도 기회를 받지 못했다. 반전은 없었다. 경기는 2-2 무승부로 끝났다.

물론 손흥민을 활용할 수 있는 마지막 A매치였다는 점이나, 4경기 연속 매진 사례를 이뤄준 팬들에게 승리를 선사하고 싶었던 의지 등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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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우루과이전을 치렀던 선수들, 특히 강행군을 이어온 손흥민 등은 체력적으로 부침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 역시 고려대상이 되어야 했다. 상대의 전력을 감안한다면 A매치에 대한 간절함을 품고 있을 선수들을 대거 시험대에 올려보는 것도 명분과 실리를 모두 노리기 위한 선택지가 될 수도 있었다.

예컨대 앞서 2경기 연속 결장했던 이승우(헬라스 베로나)를 비롯해 처음 태극마크를 단 박지수(경남FC)나 이진현, 대체 발탁된 김승대(이상 포항스틸러스) 등은 '무언가'를 어필하기 위한 동기부여가 확실했던 자원들이었다. 높은 집중력을 유지하는데 높은 동기부여만큼 확실한 것이 없음은 물론이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자원들이 두드러지고, 그래서 대표팀 내부에 경쟁구도가 형성된다면 벤투호가 나아가야 할 향후 여정에도 결코 손해 볼 일은 없었을 터. 벤투 감독의 파나마전 선택, 그리고 무승부라는 결과가 내심 아쉬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편 10월 A매치를 마친 벤투호는 내달 17일과 20일 각각 호주, 우즈베키스탄과 평가전을 치른다. 호주에서 열리는 11월 A매치는 벤투호 출범 이후 첫 원정 평가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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