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기성용에겐 당장의 현재보다 미래가 중요했다. 4년이라는 세월동안 그가 출전할때면 항상 왼팔엔 노란완장이 있었지만 이제는 그 완장을 내려놓을 때임을 안다.

기성용의 자신의 미래, 그리고 한국 축구의 미래를 위해서 주장직을 내려놨고 2019 아시안컵에서 마지막 불꽃을 태우려 한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국가대표팀은 11일 오후 8시 경기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칠레와 A매치 평가전에서 0-0 무승부를 거뒀다.

‘남미 챔피언’을 상대로 맞서 싸우며 비겼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인 경기였다. 그리고 코스타리카전에 이어 칠레전도 손흥민과 기성용이 동시에 선발 출전했음에도 왼팔의 주장완장은 기성용이 아닌 손흥민이 찼다.

2014 브라질 월드컵 종료 후 홍명보 전 감독이 물러난 이후 대표팀 주장직은 기성용이 맡아왔다. 4년의 시절동안 울리 슈틸리케 감독과 2015 아시안컵 준우승을 해냈고 이후 신태용 감독이 들어서며 2018 러시아 월드컵도 보낸 기성용이다. 어느새 국민들에게 ‘캡틴 기’는 익숙한 단어가 됐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기성용의 시대를 넘어 손흥민의 시대로 가는 차례다. 기성용은 2019 아시안컵을 대표팀 마지막 무대로 생각하고 있다. 물론 2019 아시안컵까지 주장직을 유지할 수도 있었지만 앞으로 2022 카타르 월드컵까지 생각하면 기성용은 멀리 봐서 손흥민의 주장이 옳다고 생각했다.

칠레전 후 만난 기성용은 4년간의 주장직을 내려놓은 소감에 대해 “4년 동안 그간 주장으로서 최선을 다했다”는 한마디만 했다. 소감은 짧게 그리고 앞으로 4년간 팀을 이끌 손흥민에 대한 조언은 길었다.

“흥민이는 길게 이 팀의 리더로 잘 이끌어야 한다. 부담도 크고 때론 팀을 위해 희생해야 한다. 장거리 이동을 하면서 피로도 역시 클 것이다. 흥민이가 모두 지고 갈 것이 아니라 동료들이 짐을 덜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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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4년간 주장을 해본 소감으로써 주위의 도움이 얼마나 절실한지 알기에 하는 말이었다. 기성용은 2019 아시안컵을 자신의 태극마크 마지막 무대로 정했다. “50여년간 우승이 없었기 때문에 그것만으로 큰 동기부여가 된다. 개인을 위한 우승이라기보단, 나중에 우승하면 컨페더레이션스컵에도 나갈 수 있다. 그 자체가 큰 경험이 될 수 있다. 50년 넘게 우승하지 못한 한을 풀었으면 하는 생각이다”라며 마지막 불꽃을 태울 것임을 다짐했다.

손흥민은 주장완장을 찬 지난 코스타리카전 이후 “제게는 아직 기성용 형이 리더다. 대표팀에 형들이 많은데 간절하게 생각하자고 이야기를 했다. 월드컵서 어떤 분위기를 가져왔고, 독일전 좋은 기운을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포기하지 않는 모습 보여주자고 했다. 제가 말한 부분은 형들도 잘 생각해줬을 거라 생각한다. 정말 멋있는 모습 보여줘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자신만의 리더십이 어떤 것인지 힌트를 주기도 했다.

4년의 기성용의 시대를 넘어 또 다른 손흥민의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 4년간 고생한 기성용에 대한 칭찬의 박수를, 그리고 앞으로 4년을 고생할 손흥민에 대한 격려의 박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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