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겨도 조 1위였던 경기에서 추가시간까지 맹공
8강서 '피파랭킹 76위' 홍콩 만나기 위한 노림수
결국 홍콩과 8강 유력…"로테이션 통해 체력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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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김명석 기자] 사실 윤덕여호에게 인도네시아전은 크게 무리할 필요가 없는 경기였다.

앞서 조별리그 2연승을 달린 한국은 이미 8강 진출을 확정한 상태였고, 인도네시아전에서는 무승부만 거둬도 조 1위까지 확정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흘 뒤 8강전에 대비, 주축 선수들에게 대거 휴식을 주거나 공격보다는 안정에 무게를 두면서 체력을 안배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지였다.

그러나 윤덕여 감독의 선택은 달랐다.

이민아(고베 아이낙)를 비롯해 장슬기(인천현대제철) 이현영(수원도시공사) 등을 선발로 내세웠다. 하프타임에는 지소연(첼시 레이디스)까지 투입해 공격에 잔뜩 무게를 뒀다.

전반 15분이 채 되기도 전에 일찌감치 3-0으로 달아난 한국은 이후에도 시종일관 공격에 무게를 두며 파상공세를 펼쳤다. 이미 승기가 크게 기운 뒤에도 골을 넣기 위한 한국의 공격은 멈추지 않았다.

묘한 상황들도 나왔다. 한국이 추가골을 넣고도 공을 직접 하프라인에 가져다 놓고 경기 속개를 원했다. 오히려 지고 있는 인도네시아 선수들이 곳곳에 그라운드에 쓰러져 시간을 지체하는 상황들도 나왔다.

결국 한국은 무려 42개의 슈팅 중 절반을 유효슈팅으로 연결해 12골을 퍼부었다. 8강 진출이 확정된 상황에서 비기기만 해도 됐던 경기에서 거둔 12-0 대승이었다.

이 배경에는 윤덕여 감독의 철저한 계산이 깔려 있었다. 이날 몇 골차 승리를 거두느냐에 따라 8강전 상대가 홍콩이 될 수도, 태국이 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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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회는 3개 조 상위 1, 2위 팀과, 각 조 3위 팀 중 성적이 좋은 두 팀에게 8강 진출권이 주어진다. 3위 팀들의 성적은 각 조 최하위 팀과의 맞대결 성적을 제외하고 성적을 비교해 우열을 가리는 방식이었다.

A조 1위 한국은 B조 또는 C조 3위 팀과 8강에서 겨루는 대진이었다. 만약 A조와 C조 3위 팀이 8강에 오르면 C조 3위, B조와 C조 3위 팀이 8강에 오르면 B조 3위와 각각 8강에서 만나는 방식이었다.

이미 A조와 C조 3위는 각각 인도네시아와 태국으로 확정됐던 상황. B조 3위 역시 사실상 홍콩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한국 입장에서는 피파랭킹 28위인 태국보다는 76위인 홍콩을 8강에서 만나는 것이 훨씬 더 수월했다.

이를 위해서는 인도네시아와 태국, 홍콩의 3위 팀 간 성적 비교에서 인도네시아가 최하위로 떨어져야 했다. 그래야 B조와 C조 3위가 8강에 올라 결과적으로 한국은 B조 3위인 홍콩을 만날 수 있었다.

득실차가 -3이었던 B조 태국이 일찌감치 8강 진출권을 확보한 가운데, 남은 한 장의 8강 진출권을 놓고 인도네시아와 홍콩이 겨루는 구도였다. 최하위팀과의 맞대결 결과를 뺀 인도네시아의 득실차는 -4, 홍콩은 -15였다.

만약 한국이 인도네시아를 12골차 이상으로 승리하면, 인도네시아의 득실차가 -16이 돼 홍콩보다 순위를 떨어뜨릴 수 있었던 셈이다. 이날 윤덕여호가 추가시간까지도 공격을 외치며 거듭 골을 노린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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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윤 감독의 계획대로 한국은 인도네시아에 12골차 대승을 거뒀다. 인도네시아는 득실차가 -16이 돼 3위 팀들 중 최하위로 밀렸다. 만약 홍콩이 22일 ‘최약체’ 타지키스탄에 지지만 않으면 한국의 8강전 상대는 홍콩이 된다. 윤 감독의 구상대로다.

윤덕여 감독도 “12골의 의미는 나도 선수들도 모두 알고 있었던 부분”이라면서 “자칫 너무 의식하면 경기를 그르칠 수도 있어서 우려했지만, 다행히 선수들이 추가시간까지 골을 넣어줬다”고 말했다.

이어 “애초부터 목표한 경기는 준결승 이상”이라면서 “(홍콩이 유력한)8강전에서는 로테이션을 통해 체력 관리를 해 줄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여자대표팀의 대회 8강전은 오는 24일 오후 6시에 열린다. 이 경기를 이기면 일본과 결승 진출을 놓고 다툴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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