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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김명석 기자] 파울루 벤투(49·포르투갈) 축구대표팀 신임 감독의 이력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6년 전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12)에서 포르투갈의 4강 진출을 이끈 경력이다.

2010년 9월부터 포르투갈 지휘봉을 잡았던 벤투 감독은 유로2012 예선 H조를 2위로 통과한 뒤, 본선에서는 독일전 패배 이후 덴마크-네덜란드(이상 조별리그)-체코(8강)를 차례로 꺾고 4강까지 올랐다.

포르투갈은 그러나 스페인과의 4강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패배, 결승 무대까지는 밟지 못했다. 포르투갈을 유로2012 4강으로 이끈 기록은 벤투 신임 감독이 대표팀 감독으로서 일궈낸 ‘최고 성과’로 남아 있다. 이번 한국 대표팀 감독 선임 이후 가장 조명받는 성과이기도 하다.

다만 당시의 성과가 벤투 감독이었기에 가능했던 성과였는지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당시 대회에 앞서 포르투갈은 2000년 대회에서 4강에 오른 뒤, 2004년 준우승, 2008년 8강 등 유독 강한 면모를 과시했던 팀이다. 포르투갈이 2012년 대회에서 4강에 오르는데 벤투 감독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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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벤투 감독이 이끌었던 유로2012 당시 팀의 핵심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페페(당시 레알 마드리드) 등 세계적인 스타들이 포진해 있던 시기이기도 했다. 나아가 그 다음 대회에서 포르투갈은 대회 첫 우승을 차지했다. 포르투갈을 유로2012 4강으로 이끈 것을 무조건 조명해야 하는지는 고민이 더 필요하다.

그보다 월드컵 예선을 플레이오프 끝에 가까스로 통과한 뒤, 월드컵 본선에서는 정작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했던 성적을 함께 짚어봐야 한다. 앞서 언급했듯 포르투갈이 갖춘 기본적인 전력을 감안한다면 더욱 더 그렇다.

클럽팀인 스포르팅CP 시절의 성과들도 마찬가지다.

물론 두 차례 포르투갈 컵대회 우승을 이끈 성과는 의미있는 성과지만, 정작 정규리그나 유럽대항전에서는 이렇다 할 족적을 남기지 못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사실 스포르팅CP 정도 되는 팀에게 컵대회는 유럽대항전이나 정규리그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장 비중이 떨어지는 대회다.

그리스 올림피아코스에서 67%가 넘는 승률을 보였던 기록 역시 마찬가지로 신중하게 훑어봐야 한다. 올림피아코스는 최근 그리스리그 21개 시즌 중 19시즌이나 정상에 오른 독보적인 강팀이다. 그런 강팀에서 이 정도의 승률은 굳이 앞세워 조명할 필요는 없다.

특히 앞선 성과들이 크루제이루(브라질) 70일, 올림피아코스 210일, 충칭 리판(중국) 223일 등 최근 맡았던 3개 팀 연속 성적부진이나 팀내 불화 등의 이유로 경질되는 등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흐름마저 덮어버린다면 더욱 더 곤란하다.

벤투 감독의 선임을 평가하고, 향후 여정을 지켜보는데 조금은 더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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