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당신은 한국이 오면 무조건 성공할 수 있다.”, “현실의 벽은 높았다.”

김판곤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 감독 선임위원장은 솔직했다. 출국전만 해도 ‘최대한 만나보겠다’고 했지만 막상 현실에 다가서니 벽이 높았음을 인정했다. 마음에 드는 감독 후보를 끌어들이기 위해 “당신은 한국에 오면 무조건 성공할 수 있다”고 얘기했다는 사실까지 털어놨다.

김판곤 위원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솔직함과 동시에 쉽지 않았던 40여일간의 감독 협상 과정에서의 울분을 토해냈다.

ⓒ대한축구협회
김판곤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 감독 선임위원장은 17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태용 감독을 이을 새로운 사령탑으로 포르투갈 출신의 파울로 벤투 감독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2022년 11월부터 열리는 카타르 월드컵까지가 재임기간이다.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김 위원장은 솔직하게 그동안의 협상과정을 소개했다. 직접적인 이름은 얘기하지 않았지만 그동안의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충분히 유추할 수 있는 감독과의 세세한 과정도 말했다.

키케 플로레스로 추정되는 감독과의 선임 과정에 대해서는 “집으로 초대까지 받았다. 자신은 젊고, 축구 중심에 있고 가족과 떨어져서 4년반을 한국에 지내야하는가 등을 물었다. 한국 축구를 아느냐고 물으니 ‘잘 모른다. 손흥민, 기성용 정도 안다’고 했다. 여기에 오려는 마음이 적었다. ‘너가 오면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고 얘기까지 했었다. 그럼에도 쉽지 않았다”면서 “이후 대리인은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맥시멈 금액을 물었고 실제로 그렇게 제시했지만 그걸로는 안된다고 하더라”라고 말하기도 했다.

결국 키케 플로레스 감독의 경우 금액적인 문제와 한국 거주와 가족과 떨어져 사는 것에 문제를 느껴 김판곤 위원장이 ‘너가 오면 반드시 성공한다’고 말할 정도로 원했음에도 협상이 결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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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김 위원장은 몇몇 협상과정에서 대해 설명했다. 그리고 중간 중간 “정말로 우리가 우선순위가 아니었다”며 “사실 어려움이 많았다. 저 역시 국민들이 뭘 원하는지 알고 있었고 나 역시 이런 축구를 하면 좋겠다 싶은 후보와 만나봤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울분과 같은 말이었다. 김 위원장은 출국 전만해도 ‘최대한 만나보겠다’며 자신있어 했지만 막상 협상에 들어가 여러 후보군을 만나고 재정적인 문제, 한국 거주 문제, 한국에 대한 감독들의 막연한 불안감 등이 겹치며 40여일간 쉽지 않은 나날을 보냈다. 한국에서는 계속 감독 선임에 대한 추측성 기사와 빨리 선임해야한다는 여론 속에 이를 이겨내야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 감독선임과정을 통해 누구보다 한국 축구가 유럽에서 인식되는 모습을 알았고 현실의 벽에 대한 울분을 기자회견을 통해 토해냈다.

벤투 감독이 최고의 결과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최선을 다한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어 보인다. 물론 이것이 그의 능력의 한계인지, 아니면 한국 축구의 한계인지는 알 수 없지만 선택한 벤투에 대해 지지하고 믿어주는 모습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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