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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김명석 기자] 결국 ‘자만’이 김학범호의 발목을 잡았다. 덕분에 만만치 않은 후폭풍과도 마주하게 됐다.

출발은 좋았다. 지난 15일 바레인과의 2018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전반에만 5골을 몰아넣으며 6-0 대승을 거뒀다. 대회 금메달을 향한 첫 걸음을 힘차게 내디뎠다.

다만 그 걸음은 불과 이틀 만에 ‘피파랭킹 171위’ 말레이시아에 걸려 넘어졌다. 잘락 하루팟 스타디움에서 열린 2차전에서 1-2로 충격패를 당했다. 결과뿐만 아니라 내용면에서 당한 ‘완패’였다.

‘자만’이 결국 화를 자초했다. 이날 김학범 감독은 선발 11명 중 6명을 바꿨다. 황현수(FC서울) 등 3명의 중앙수비수와 황의조(감바오사카) 김진야(인천유나이티드)만 선발 자리를 유지했다. 조현우(대구FC) 나상호(광주FC) 등이 빠지고 송범근(전북현대)과 황희찬(잘츠부르크) 등이 첫 선발 기회를 잡았다.

말레이시아전 선발라인업. 동그라미는 1차전 대비 새롭게 선발로 나선 선수들 ⓒ대한축구협회 제공
표면적인 이유는 체력 안배였다. 이틀 만에 경기를 치르는 만큼 로테이션이 필요한 시점은 맞았다. 소집 후 실전 경기를 치르지 않은 선수들에게 출전 기회를 주는 의미가 있었다. 물론 그 밑바탕에는 로테이션을 가동하더라도, 말레이시아는 이길 수 있을 것이라는 자만이 깔려 있었을 터다.

그러나 중요한 것을 간과했다. 이번 대회는 승점이 같을 경우 득실차가 아닌 승자승을 따진다. 말레이시아전은 사실상 조 1위 결정전이었던 셈이다. 이날 말레이시아가 이틀 전 선발 라인업과 비교해 단 1명만 바꾼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결과는 참혹했다. 이날 김학범호의 경기력은 이틀 전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전·후반 각각 유효슈팅 1개씩에 그친 기록이 말해주듯 공격은 경기 내내 답답하고 엉성했다. 전반 5분과 추가시간 내주지 않아도 될 실점들을 내준 수비 집중력 역시 처참한 수준이었다.

결국 한국은 이날 말레이시아에 1-2 충격패를 당했다. 말레이시아전 패배로 조 1위 등극 가능성은 사라졌다. 최종전에서 이겨 말레이시아와 승점 동률을 이루더라도 승자승에서 밀려 1위로 올라설 수 없다. 이번 대회는 득실차가 승자승보다 우선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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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경기 만에 1위를 확정한 뒤, 키르기스스탄과의 최종전에서 주전급 선수들에게 대거 휴식을 기회가 날아간 셈이다. 오히려 키르기스스탄전에서도 승리를 위해 경기를 치러야 하는 부담감을 안게 됐다.

뿐만 아니다. 향후 일정도 꼬였다. 만약 조 1위로 16강에 진출했을 경우 베트남 또는 일본과 오는 24일 16강을 치르는 일정이었다. 다만 조 2위로 16강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16강 일정이 하루 당겨졌다. 조별리그 최종전 이후 나흘이 아닌 사흘 만에 경기를 치러야 하는 셈이다.

16강에서 만날 상대도 달라졌다. F조 1위를 두고 경합 중인 사우디아라비아 또는 이란과 만난다. 8강에 오르더라도 이번 대회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는 우즈베키스탄과 만날 가능성이 높다. 4강전에서는 현지시각으로 오후 4시 경기를 치러야 한다. 조 1위로 4강에 올랐을 경우에는 앞선 경기들과 같은 오후 7시 30분에 경기를 치를 수 있었다.

더 큰 후폭풍은 축구팬들의 실망감이다. 피파랭킹 171위라는 지표가 말해주듯 지면 안 되는 상대에게 덜미를 잡혔다. 그것도 감독의 오판과 무기력한 경기력이 맞물린, 김 감독 표현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대대적인 반전을 이뤄내지 못하면, 이번 대회 목표인 금메달 역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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