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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김명석 기자] 기분 좋은 대승이지만, 마냥 기쁨에 취할 때는 아니다. 첫 단추를 잘 꿴 것에 대해 자신감을 품을지언정, 자만으로 이어져서는 곤란하다는 의미다.

이유가 있다. 김학범호가 15일(이하 한국시각) 2018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조별리그 E조 1차전에서 6-0으로 대파한 바레인전은 여러 정황상 승리와 다득점이 어느 정도는 예견된 일이었기 때문이다.

객관적인 전력 차부터 컸다. A대표팀 기준이긴 하나 피파랭킹에서도 57위와 113위의 맞대결이었다. 역대전적도, 아시안게임에서의 맞대결 전적도 모두 한국이 월등하게 우위였다.

뿐만 아니었다. 이번 대회에 나선 두 팀의 목표, 그리고 팀 구성부터 확연히 차이가 났다. 한국은 이번 대회 목표가 금메달이었다. 바레인은 2년 뒤 올림픽에 대비한 ‘경험’ 차원에서 출전하는 대회였다.

자연스레 한국은 23세 이하 대표팀을 기준으로 3장의 와일드카드까지 모두 활용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맹활약을 펼친 황의조(감바 오사카)나 조현우(대구FC)가 와일드카드였다. 반면 바레인은 21세 이하 대표팀으로 이번 대회에 나섰다. 와일드카드는 사용하지 않았다.

더욱 커진 전력 차는 그라운드 위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바레인의 수비는 집중력이 많이 흐트러져 있었고, 상대 골키퍼의 연이은 실수는 고스란히 한국의 골로 이어졌다. 공격수들이 잘 찬 슈팅만큼이나, 상대의 실수에서 비롯된 득점도 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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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경기에서 6-0 대승을 거둔 결과는 박수 받을 만하지만, 그렇다고 이 결과가 자만으로까지 이어져서는 안 되는 이유다. 피파랭킹 113위, 그것도 U-23이 아닌 U-21 대표팀을 상대로 거둔 결과라는 점을 잊지 말고 집중력을 거듭 유지해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이번 대회는 조별리그만 6일 간 3경기를 치르고, 16강 토너먼트 이후 역시 9일 간 결승전까지 4경기를 치러야 한다. 그야말로 ‘죽음의 일정’이다. 체력적인 부침 속에 집중력까지 흐트러질 수밖에 없을 텐데, 여기에 자만까지 더해진다면 예기치 못한 변수에 휘둘릴 수도 있다.

한국이 원정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마지막 대회는 1978년 방콕(태국) 대회로, 그마저도 북한과 공동 금메달이었다. 당시 대회를 마지막으로 한국은 매번 금메달을 목표로 하고도 고배를 마셨다. 집중력을 잃는 순간 2회 연속 금메달이나 40년 만의 원정 금메달을 향한 발걸음도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한편 김학범호는 바레인전 승리로 말레이시아를 득실차에서 앞선 조 선두로 올라섰다. 16강 진출권은 각 조 1, 2위 팀과 6개 조 3위 팀 중 성적이 좋은 4개 팀에게 주어진다.

한국은 17일 오후 9시 말레이시아와 조별리그 2차전을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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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아시안게임 축구 일정(한국시각)

- 15일 오후 9시 : 바레인전 6-0 승
- 17일 오후 9시 : 말레이시아전 (2차전)
- 20일 오후 9시 : 키르기즈스탄전 (3차전)

- 24일 오후 9시 30분 : 16강전 (토너먼트 일정은 조 1위 기준)
- 27일 오후 6시 : 8강전
- 29일 오후 9시 30분 : 4강전
- 9월 1일 오후 9시 : 결승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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