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축구협회(VFF)
[스포츠한국 김명석 기자] ‘박항서 매직’ 아시안게임 첫 경기부터 펼쳐졌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은 14일 오후 6시(이하 한국시각) 인도네시아 위바와 묵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조별리그 D조 1차전에서 파키스탄을 3-0으로 완파했다.

시종일관 한 수 위의 전력을 과시한 베트남은 슈팅수 29-4의 압도적인 우위 속에 첫 경기를 기분 좋은 완승으로 장식했다. 응우옌 콩 푸엉이 두 차례 페널티킥을 실축하지 않았다면 점수차는 더 벌어졌을 경기였다.

지난 1월 AFC(아시아축구연맹) U-23 챔피언십에서 보여준 ‘박항서 매직’의 연장선에 있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더 컸다.

당시 박 감독이 이끈 베트남은 한국에 이어 조별리그를 2위로 통과한 뒤 이라크와 카타르를 승부차기로 제치고 베트남 축구 사상 처음으로 대회 결승에 진출했다.

박항서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지 불과 3개월 만의 쾌거였다.

AFC U-23 챔피언십 당시 베트남 거리응원 풍경 ⓒAFPBBNews = News1
첫 출전이었던 2년 전만 하더라도 조별리그에서 3전 전패로 탈락하는 등 아시아에서도 약팀으로 분류됐던 베트남은 박 감독 부임 이후 투지와 조직력을 앞세운 팀으로 변모했다.

비록 우즈베키스탄과의 결승전에서 연장접전 끝에 패배해 우승을 놓쳤지만, 당시 박항서 감독이 이끈 베트남은 대회 최고의 ‘돌풍의 팀’이었다.

베트남 현지에서도 거리응원이 펼쳐지는 등 지난 2002 한·일 월드컵 당시 국내 분위기와 매우 흡사한 풍경을 이뤘다. 박항서 감독이 일궈낸 '축구열풍'이었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그랬듯 박항서 감독 역시 베트남의 국민적인 영웅으로 떠오른 것은 물론이었다. 당시 박 감독은 베트남 정부로부터 훈장을 받는 한편,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축전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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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7개월이 지난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도 박항서 매직이 첫 판부터 반짝였다.

한 수 아래로 평가받는 파키스탄과의 경기였지만, 이날 베트남은 상대의 밀집수비를 빠른 패스 플레이와 과감한 중거리 슈팅으로 무너뜨리면서 기분 좋은 완승을 거뒀다.

특히 페널티 박스 안에서 유기적인 패스플레이와 침투로 상대 수비라인을 완전히 무너뜨린 뒤 0의 균형을 깨트린 장면은 박수가 아깝지 않았다.

앞서 AFC U-23 챔피언십 당시에는 상대적인 강팀들을 상대로 저력을 선보였다면, 이번 경기를 통해서는 약팀을 확실하게 잡는 힘까지 보여준 것이다.

물론 파키스탄과의 전력차 등을 고려한다면 당장 큰 의미를 두기에는 이르지만, 지난 1월 박항서 감독이 이끈 베트남 축구가 보여준 ‘돌풍’과 맞물려 생각한다면 그 연장선에서의 또 다른 기적도 충분히 기대해볼 수 있을 전망이다.

한편 베트남은 오는 16일 오후 9시 네팔, 19일 오후 6시 일본과 차례로 격돌한다. 특히 일본과의 마지막 경기는 D조 1, 2위를 다툴 무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만약 베트남이 D조를 2위로 통과하고,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한국이 E조를 1위로 통과하면 한국과 베트남이 16강전에서 격돌한다.

혹은 베트남이 D조 1위로 통과한 뒤, 한국과 베트남 모두 결승에 오른다면 두 팀 간 맞대결이 결승에서 펼쳐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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