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시아CF
[스포츠한국 김명석 기자] 이강인(17)이 발렌시아 1군 팀의 프리시즌 투어 동행을 마치고 스페인행 비행기에 오른다. 그동안 스위스와 네덜란드 그리고 영국을 거치면서 4경기 연속 1군 무대를 누볐는데, 결과적으로 이강인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경험으로 남게 됐다.

첫 걸음은 지난 25일(이하 한국시각) 로잔 스포르(스위스)전이었다. 당시 이강인은 교체로 투입돼 입단 이후 7년 만에 처음 1군 무대를 누볐다. 단순히 경험 차원이 아니었다. 결정적인 슈팅을 두 차례나 기록하는 등 스스로 존재감을 선보였다. 국내뿐만 아니라 그동안 이강인을 핵심 유망주로 주목해오던 현지 언론들조차도 박수를 보냈다.

이어진 경기에서도 이강인은 거듭 시험대에 올랐다. PSV 아인트호벤(네덜란드)전에서는 번뜩이는 드리블 돌파를 선보이면서 구단 홈페이지 메인을 장식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팀들을 상대로도 경쟁력을 선보였다. 레스터 시티전에서는 상대의 강한 압박을 벗겨내는 볼 컨트롤로 또 한 번 주목을 받았다.

투어 마지막 무대는 4일 에버튼전이었다. EPL 중상위권팀과의 원정경기에서도 이강인은 후반 33분 교체로 투입돼 15분을 누볐다. 팀이 3-2로 앞선 상황이었던 터라 공격적인 재능을 선보일 기회는 많지 않았다. 대신 이강인은 짧은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았다. 강력한 전방압박을 구사하는 등 팀 승리를 지키는데 힘을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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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생, 만 17세에 불과한 나이를 감안한다면, 4경기 연속 오른 1군 시험대에서 번번이 경쟁력을 선보였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는 행보였다. 어린 선수들이 프리시즌을 활용해 1군 경험을 쌓는 것을 넘어, 그 속에서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냈기 때문이다. 국내의 관심과 격려뿐만 아니라, 현지 언론과 구단의 반응 등이 이를 뒷받침한다.

특히 재능과 자신감이 맞물린 번뜩이는 장면들이 전부가 아니었다는 점이 더욱 반가웠다. 출전한 4경기 모두 이강인은 시종일관 여유로운 볼 컨트롤이나 반박자 빠른 패스 타이밍 등을 선보였다. 1군 팀 내에서 겉돈다기보다는 오히려 측면 공격 전개의 중심에 서는 모습이 더 두드러졌다.

여러 악조건을 떠올린다면 더더욱 눈에 띌 수밖에 없는 행보다. 이강인은 지난 시즌가지 유스팀과 프로팀(발렌시아 2군)을 오갔다. 성인무대에 완전히 적응한 단계는 아니라는 의미다. 더구나 투어 기간 동안 맡은 역할 역시도 덜 익숙한 왼쪽 측면 미드필더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강인은 투어 내내 인상적인 모습을 선보인 셈이다.

그는 한국축구뿐만 아니라 발렌시아의 미래로도 주목받고 있다. 그리고 그 밑바탕에는 그가 가진 잠재력과 가능성이 깔려 있었다. 이번 투어에서 보여준 활약상은, 이강인이 가진 가능성의 실체를 어느 정도 확인한 기회가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강인 스스로 자신이 가진 재능이 ‘진짜’임을 펼쳐 보인 덕분이다.

한편 발렌시아는 오는 12일 안방에서 바이어 레버쿠젠(독일)과의 프리시즌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있다. 스페인으로 복귀한 뒤에도 이강인이 1군과 동행할 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만약 1군 동행에 마침표를 찍으면, 이강인은 발렌시아 2군 팀인 B팀으로 돌아가 새 시즌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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