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나 승승장구다. 올 시즌에도 전북 현대를 막을 팀은 보이지 않는다. 19경기 15승 2무 2패(승점 47)로 단독 선두다. 2위 경남 FC와 승점 차는 무려 14점이다. 38골을 몰아친 화력도 대단하고, 11실점밖에 내주지 않은 짠물 수비도 놀랍다. 한 시즌 만에 돌아온 AFC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전북을 막을 팀이 있을까 싶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그러나 잘 나가는 전북에도 고민은 있다. 최고의 팀에 걸맞은 외국인 선수로 기대를 모았던 티아고다. 그는 2015시즌 포항 스틸러스 유니폼을 입고 국내 팬들에 얼굴을 알린 선수다. 2016시즌에는 성남 FC 유니폼을 입고 전반기 19경기에서 13골을 터뜨렸다. 당시의 활약을 발판으로 거액의 이적료를 보장하는 중동으로 떠났지만, K리그 팬들은 그를 잊지 못했다.

티아고의 왼발은 자로 잰 듯한 크로스는 물론이고, 골망을 직접 가르는 슈팅까지 가능했다. ‘황금 왼발’이 따로 없었다.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볼을 다루는 데 능숙했고, 드리블 실력도 상당했다. 폭발적인 스피드를 가진 선수는 아니지만, K리그1 최고의 ‘크랙’으로 손색없었다.

그랬던 그가 전북 유니폼을 입었다. 2018시즌을 앞두고서다. 기대가 상당했다. 2017시즌 K리그1 우승 주역들이 건재했고, 2016시즌 FC 서울 유니폼을 입고 35골(단일 시즌 최다골)을 몰아친 아드리아노까지 가세했다. 장기간의 부상에 시달리며 제 컨디션을 찾는 데 애를 먹었던 로페즈도 완벽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티아고의 활약은 기대 이하다. 올 시즌 K리그1 13경기 1골 2도움이다. 측면이나 중앙 플레이메이커로 출전해 승리에는 일조하지만, 중심에 서진 못한다. 전북이 워낙 막강한 스쿼드를 가진 탓에 매 경기 출전이 어렵다지만, 핑계가 될 수 없다. 아드리아노도 선발과 조커를 오가고 있지만, 16경기 6골 2도움으로 제 몫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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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을 이끄는 최강희 감독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전북에는 티아고를 대체할 수 있는 선수들이 즐비하다. 2017시즌 K리그1 MVP이자 국가대표에서도 중심축인 이재성을 시작으로 이승기와 한교원이 있다. ‘크랙’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있는 로페즈, 아드리아노, 김신욱 등 전방에 포진하는 선수들과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하기 힘들다.

일단은 기다린다. 전북은 여유가 있다. 큰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올 시즌도 리그 우승은 확정적이다. 문제는 ACL이다. 전북은 무시무시한 화력을 앞세워 8강 진출에 성공했다. 조별리그 6경기에서 무려 22골을 뽑아내며, 조 1위로 16강에 올랐다. ‘난적’ 부리람 유나이티드를 상대로는 1, 2차전 합계 4-3으로 승리하며 8강에 올랐다.

준결승 진출 확률도 높다. 운이 좋게도(?) 잘 아는 수원 삼성을 만났다. 무엇보다 부리람전처럼 원정에 대한 부담이 없다. 그러나 우승을 위해선 차이를 만들 수 있는 선수가 필요하다. 2016시즌 레오나르도가 그랬듯이 한 선수의 역량에 따라 승부가 갈리기도 하는 것이 축구다. 이재성과 로페즈 등이 건재하지만, 티아고의 부활이 필요한 이유다.

전북은 최소 더블이란 목표를 향해 순조롭게 나아가고 있다. 이제 한 가지 고민만 해결하면 된다. 티아고는 ‘황금 왼발’을 앞세워 전북의 중심으로 올라설 수 있을까. K리그 팬들의 시선이 티아고를 향하고 있다.

스포츠한국 이근승 객원기자lkssky02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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