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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실패 진단②] 서울-부산 왕복 3회거리+10도이상 온도차.. 베이스캠프 미스터리
[월드컵 실패 진단③] 정몽규 부임후 2연속 월드컵 실패, 왜 재평가 없나
[월드컵 실패 진단④] 신태용은 왜 지지대가 될 수 있던 여론을 등졌나' 에서 계속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신태용 감독은 항상 ‘시간이 많지 않았다’, ‘부상자가 많은 점이 아쉽다’고 얘기했다. 정말로 그럴까.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실제로 신 감독은 대표팀을 맡은지 10개월만에 월드컵을 나가야했고 권창훈, 이근호, 김민재, 염기훈 등의 선수가 빠졌다. 이렇게만 보면 월드컵의 실패가 시간 부족과 선수 이탈로만 치부될 수 있지만 냉정히 그 속을 들여다봐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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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명적이었던 권창훈 부상… 김민재 있었다면 킹영권 없었다?

월드컵에 함께 하지 못한 부상자 명단은 권창훈, 김민재, 염기훈, 이근호, 김진수다. 이중 권창훈은 부인할 수 없이 치명적이고 안타까운 부상자임이 틀림없다. 권창훈이 있었다면 분명 한국의 공격의 질 자체가 달라졌을 수 있을 정도로 권창훈이 프랑스에서 보낸 후반기는 대단했다.

김민재 역시 물론 뛰어난 선수다. 하지만 김민재는 고작 A매치 7경기를 뛴 22살의 선수다. 이미 3월 유럽 원정 A매치를 통해 나이와 경험의 한계를 드러냈다. 잠재성을 뛰어나지만 정말로 김민재가 있어 대표팀 수비의 질이 달라졌을지는 의문이다.

게다가 김민재가 있었다면 4백을 쓸 경우 장현수-김민재 중앙수비 콤비가 나섰을 것이 확실하다. 김영권은 월드컵 명단 발표 직전 열린 마지막 평가전인 3월 A매치에 뽑히지도 못했던 선수였고 장현수는 전술의 핵심이었기 때문. 즉 장현수-김민재가 나섰다면 자연스레 김영권이 나오지 못했을 것이며 월드컵 한국 선수 중 최고의 활약을 펼친 ‘킹영권’은 지금쯤 없었을 것이다.

물론 김민재가 있기에 3백을 썼다면 김영권이 활용됐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역시 가정이다. 기성용이 센터백으로 내려왔다면 김영권이 빠졌을 것이고 김영권이 3백 체재 하에 같은 활약을 했을지는 모른다. 확실한 것은 김민재도 뛰어나지만 김영권만큼의 활약을 하는 것은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외에 염기훈, 이근호의 노장 이탈은 아쉽다. 하지만 두 선수 모두 교체카드 정도의 역할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 입지였다. 또한 두 선수 중 한명이라도 있었을 경우 월드컵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인 문선민과 유망주 이승우의 자리는 없었을 것이다. 결국 ‘없었기에 뛰어난 활약을 했던 선수’를 생각한다면 권창훈, 김진수 정도를 제외하곤 정말로 부상선수가 많아 성적이 나오지 않았는지는 고려해볼 사안이다. ‘가정’보다 현재 있는 선수를 어떻게 더 잘 쓰고 더 다독일지가 먼저지만 신 감독은 대회 중 “부상으로 빠진 선수들이 아쉽다”고 말해 괜한 질타를 받기도 했다.

ⓒ대한축구협회
▶10개월밖에 없던 시간? 4월빼고 매달 훈련했다

지난해 8월 부임해 올해 6월까지 대회를 치렀으니 딱 부임기간 10개월이었다. 물리적으로 시간이 많지 않았던 것은 맞다. 하지만 신 감독은 거스 히딩크 이후 그 누구도 가져보지 못했던 사실상 매달 대표팀 소집이라는 행운도 함께 했다.

지난해 8월 대표팀 조기소집을 하며 8월말과 9월초 경기에 나섰었다(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이후 10월, 11월 공식 A매치를 가졌고 12월에는 동아시안컵으로 거의 3주이상을 대표팀을 지휘했다.

올해 1월에는 터키 전지훈련을 가졌고 2월초까지 평가전을 가졌다. 이 기간 역시 2주를 넘었다. 그리고 3월 공식 A매치 유럽원정이 있었고 4월을 쉰후 5월 대표팀 소집을해 평가전을 가지고 6월 월드컵을 치렀다.

즉 공식적으로 4월을 빼고 부임 10개월간 9개월을 대표팀 감독으로서 지속적으로 활동하고 선수들을 모으고 경기했던 셈이다. 물론 실제 기간적으로는 짧을 수 있지만 대표팀 감독직이라는 것이 원래 그렇다. 한국에게 졌던 독일의 예를 들자면 독일은 같은 기간 9월, 10월, 11월, 3월, 6월에 A매치를 가진 것이 전부였다. 12월과 1월은 리그 일정으로 소집하지 못했었다.

신태용 감독은 10개월간 18경기를 가졌고 같은 기간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32개국 중 그 어떤 팀도 이보다 많은 경기를 가지지는 못했다. 기간이 짧은 것은 맞지만 양보다 질은 앞섰던 셈이다.

또한 스페인은 감독 부임 하루만에, 일본은 감독 부임 2개월 만에, 호주는 감독 부임 6개월 만에 월드컵에 나갔다. 스페인을 빼고 모두 어느 정도 만족할 수 있는 성과와 내용을 거뒀다. 스페인, 일본, 호주에 비하면 10개월은 한참 많은 수준이었다.

ⓒAFPBBNews = News1
2006년 독일 월드컵을 앞두고 딕 아드보카드 감독 역시 신태용 감독과 비슷한 시기에 부임해 1승1무1패의 성과를 낸 바 있다.

즉 많은 사례와 내용들이 10개월의 시간이 분명 부족한 것은 많지만 그것으로 인해 팀을 아예 꾸리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음을 얘기한다.

문제는 신태용 감독이 월드컵 직전까지 너무 많은 실험을 하고 18번의 평가전 속에 지속적으로 실험했던 3백을 제대로 쓰지 못했다는 점에 있다. 분명 촉박하지만 그 속에 그 어느 나라보다 기회가 많았던 신태용 감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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