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중 2분 남짓한 쿨링브레이크는 폭염 속 사투를 펼치는 선수들을 위한 사실상 유일한 보호 대책이다. 이마저도 3분 이내에 재개해야 한다는 등의 규정이 더해져 있다 / 사진 속 팀과 인물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스포츠한국 김명석 기자] 요즘 같은 날씨에, 정오에 공을 차야 한다면?

상상만으로도 숨 막히는 일이지만, 애석하게도 그 상상을 ‘현실’로 마주하고 있는 이들이 있다. 21일 충남 아산시 일원에서 개막하는 충무공 이순신기 전국중등축구대회에 참가하는 15세 이하 중학교 축구부원들이다.

대한축구협회와 충남축구협회가 주최하고, 충남축구협회와 아산시축구협회가 주관하는 이 대회는 내달 2일까지 아산시 일대에서 열리는 축구대회다. 전국 중학교 축구부와 클럽팀 42개 팀이 참가한다. 모두 15세 이하 중학생들이다.

그런데 경기 일정이 씁쓸하다. 경기장별로 조금씩 다르지만, 오전 9시30분과 11시, 오후 4시와 5시40분이 주된 경기 일정이다. 경기시간은 전·후반 35분씩, 하프타임 휴식 시간은 15분 이내다.

오전 11시 경기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정오가 가까운 시간에 후반전을 준비하는 셈이다. 오후 4시 경기를 하더라도 이미 뜨거워질 대로 뜨거워진 경기장을 누벼야 한다. 한낮 인조잔디의 기온은 70~80도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전 첫 경기나 오후 마지막 경기도 상대적으로 나을 뿐, 요즘 같은 날씨라면 버거움을 넘어 위험할 수밖에 없는 일정이다.

선수들을 위한 보호대책은 쿨링 브레이크가 사실상 유일하다. 심판이 경기를 중단시키고 선수들에게 물을 마실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 뿐이다. 그런데 이마저도 3분 내에 경기를 재개한다는 ‘규정’이 더해져 있다.

사진 속 팀과 인물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더 큰 문제는 연일 폭염이 이어지는데도, 경기 시간 조정 등의 논의 자체가 내부적으로 없다는 점이다.

충남축구협회 관계자는 19일 “경기 시간 조정이나 연기 등은 논의 중인 것이 없다”면서 “안전대책 등을 최대한 준비해 안전하게 경기를 치를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명시설을 활용해 야간에 경기를 치르는 것은 현실적인 벽에 부딪힌다. 규정에 맞는 조명시설을 갖춘 경기장이 없는데다가, 조도를 맞추려면 예산 문제에 부딪힌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다른 대회도 그나마 이 대회보다는 나은 정도일 뿐, 폭염 속에 경기를 치러야 한다는 점은 다르지 않다.

이달 말까지 경남 김해에서 열리는 청룡기 전국중학교 축구대회의 경우 오전 10시와 오후 3시40분, 오후 5시10분에 열린다. 같은 기간 대구광역시장기 전국 중학교 축구대회는 오전에는 경기가 없고 오후 4시와 5시30분, 7시에 경기가 편성되어 있다.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대한축구협회와 한국프로축구연맹이 공동 주최하는 K리그 U15 챔피언십(포항)은 모든 경기가 오후 6시 이후부터 열린다. 야간경기를 치를 수 있는 지역에서 개최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대회 개최를 통한 경제효과를 알리는데 급급한 지자체들이 아니라, 여건을 갖춘 지역에서만 대회가 열릴 수 있도록 규정을 두면 적어도 아이들이 폭염 속 사투를 펼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한 축구계 관계자는 “프로들조차도 저녁에 경기를 한다. 낮에 애들을 뛰게 하는 건 살인적인 일”이라며 “직원들이 책상에서 일정을 짜지 말고, 한 경기라도 직접 뛰어보면 바꿀 수 있다. 특히 정몽규 회장이 뛰어보면 그 다음부터 확 달라지지 않겠느냐”는 ‘일침’을 가했다.

2년 전 8월 한 중등축구대회 당시 사진. 지열까지 더해진 탓에 경기장 기온은 40도를 넘었다. 당시 오전 11시40분, 오후 2시40분에 경기를 편성했던 이 대회는 올해는 오전 10시20분, 오후 4시 등에 경기가 열린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